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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칠칠맞지 못하다(칠칠맞지 않다)/칠칠맞다

-칠칠맞지 못하게 지하철에 우산을 두고 내린 적은 한두 번이 아니죠.

by somehow

여덟 번째 단어는,

칠칠맞지 못하다(칠칠맞지 않다)/칠칠맞다 입니다.




'칠칠맞지 못하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지 못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우리말입니다.


‘칠칠맞지 못하다’칠칠맞다못하다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칠칠맞다’는 원래의 표기에서 느껴지는 부정적인 의미와 달리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거나 야무지다'라는 긍정적인 뜻의 ‘칠칠하다’의 속된 표현입니다.


만약, 덜렁대고 야무지지 못한 상대에게 핀잔을 주려는(부정적인) 의미로 '넌 왜 이렇게 칠칠맞니?'라고 쓴다면, 뜻밖에도 화자의 의도와 달리 '넌 참 야무지고 똑부러지구나?'라는 긍정적인 의미그대로 일테지요?


그러니, 긍정적인 의미의 '칠칠하다'가 부정적인 의미가 되려면 ‘못하다’ 또는 ‘않다’와 같은 부정 표현과 함께 쓰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는, 앞서 살펴본 '안절부절못하다'와 마찬가지로 칠칠하다(칠칠맞다)+못하다->칠칠맞지 못하다가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 또한 부정적인 의미로, '칠칠맞네(X)?' '칠칠맞구나(X)!'처럼 사용했던 기억이 없지 않습니다.


이제부터는 덜렁대고 야무지지 못한 사람에게 핀잔을 주려는(부정적인) 의미로 쓰고자 한다면 '칠칠맞다(X)'가 아닌, '칠칠맞지 못하다'라고 해야겠습니다!

이를테면,

'칠득이는 참 칠칠맞구나(X)?'가 아니라 '칠득이는 참 칠칠맞지 못하구나?'로 써야 합니다.


쓰인 예는 다음과 같습니다.

‘선미는 칠칠맞지 못하게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스무살이 넘었어도 칠칠맞지 않게 넘어지기나 하고, 너는 나이를 어디로 먹었니?’

'제 물건을 잃어버리고 온 날이면 어머니에게 칠칠맞지 못하다고 핀잔을 들어야 했다.'





어느 휴일 저녁 무렵입니다.


“어....이상하네.....이게 진짜 어디 갔지? 분명히 장바구니에 넣었는데...오다가 어디에 흘렸나??”


아내 호정 씨가 빈 장바구니를 탈탈 털어가며, 몇 번씩이나 확인하며 혼자 이렇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남편이 불안한 느낌으로 되물었습니다.


“무슨 소리야? 뭘 또 잃어버렸어요?”

“아니....그게...진짜 이상하네....오늘 장날이라서, 옆집 선주네랑 같이 장 구경도 하고 저녁 반찬거리도 이것저것 샀거든요....그러면서...예쁜 슬리퍼가 보이길래 그것도 둘이 같이 한 켤레씩 샀는데, 아 이게 왜 또 없냐고요...?!!”


아내는 이렇게 대꾸하면서 계속 장에서 사온 물건들을 이리저리 옮겨 보아가며 자꾸만 확인합니다.


“하아.......돈 주고 사 놓고...또 어디다 흘리고 온거 아니야? 칠칠맞지 못하게...만날 뭘 그렇게 잃어버리는 거야?”


남편의 타박에 아내는 더욱 투덜거리며 쏘아붙였습니다.


“아, 뭐...사람이 바쁘게 여기저기 왔다갔다 하다 보면, 흘릴 수도 있고 잃어버릴 수도 있고....그런 거지...그러는 당신은 뭐 얼마나 똑 부러진 사람처럼 그래요?! 자기도 지난번에 비오는 날 들고 나간 우산 지하철에 놓고 왔으면서!!”

“그거야....우산 잃어버리는 경우야, 다들 항상 있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당신은 좀 심하잖아요?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내가 한번 읊어 볼까요? 들고 다니던 휴대폰을 택시에 두고 내린 게 한두 번인가? 그전에는 유럽 여행 가던 날...자기가 잘 챙기겠다고 했던 가족들 여권을 몽땅 식탁 위에 두고 공항 가다가...다시 집으로 가지러 오질 않았나....또 얼마 전에는 어머니 생신 선물로 구입했던 금반지도 어디다 잃어 버리고...뭐, 한두 번이라야 실수인가 하지...당신처럼 칠칠맞지 않은 사람도 없을 거야? 안 그래? 헛-참!! 치매 검사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몰라!”


남편이 그동안의 실수를 들먹이며 타박하자, 호정 씨는 더 이상 대꾸도 못하고 한숨만 쉬었습니다.

그때, 곁에서 부모님의 대화를 듣고있던 동수가 아버지 옆구리를 찌르며 조심스레 말했습니다.


“아이...참, 아빠...그만 하세요...엄마도 일부러 그러신 것은 아니잖아요? 엄마가 살림하시랴 직장에도 다니시랴...시어머니 수발도 들어야 하고...하니까 늘 분주하고 경황이 없으시잖아요...그러니까 종종 깜빡하시는 경우가 있는 거죠..”


그때였습니다.

두 사람의 토닥거림을 듣고 방에서 나오시던 시어머니도 며느리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그래...동수 말이 맞어...우리 며느리 호정이가 얼마나 바쁘게 사느냐? 그래도 이렇게 칠칠하게 살림 잘하는 며느리도 드물 것이야! 일하랴 살림하랴, 가족들 건사하랴, 몸이 두 개라도 부족할 상황에서도 알뜰하게 살림도 잘 하는데 물건 좀 흘리고 다닌다고 뭘 그렇게 구박이냐! 그만하거라.”


어머니의 말씀에 호정 씨 남편은 뚱하니 말했습니다.


“그러니까요...힘들게 직장에 다니지 않고 살림만 해도 되는데 굳이 일까지 하느라 저렇게 스스로 힘들게 사니까, 칠칠맞지 못하게 자주 사고를 치는 것 같아 저도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지요....”




칠칠맞지 못하다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지 못하다.


‘칠칠맞지 못하다’칠칠맞다 못하다가 같이 쓰인 단어입니다.

‘칠칠맞다’‘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거나 야무지다'라는 긍정적인 뜻‘칠칠하다’라는 단어의 속된 표현입니다.

그러므로, 이 단어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위해서는 ‘못하다’ 또는 ‘않다’와 같은 부정 표현과 함께 써야 합니다.


따라서, ‘칠칠맞게(X)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또는 ‘칠칠맞게(X) 자꾸 넘어졌다.’라고 쓰면 틀린 표현이므로 칠칠맞지 않게 물건을 잘 잃어버린다.’, 또는 칠칠맞지 못하게 자꾸 넘어졌다.’라고 써야 바른 표현임을 기억하세요!



참조:앞서 알아보았던 '안절부절못하다'와 마찬가지로 칠칠하다(칠칠맞다)+못하다의 형태로써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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