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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민얼굴/맨얼굴

-무심코 하는 말은 당신이 하는 생각의 민얼굴입니다.

by somehow

아홉 번째 우리말은

민얼굴/맨얼굴 입니다.




민얼굴 꾸미지 않은 얼굴. 민낯(낯: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의 바닥)

맨얼굴 꾸미지 않은 본디의 특색이나 정체. 화장, 분장 따위로 꾸미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얼굴.


이 두 단어는 얼굴이라는 명사에 또는이라는 접두사가 붙어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는/그것이 없음 또는 그것이 없는 것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민얼굴/맨얼굴 중에서 어느 것이 표준어인가에 대한 정보는 명확하지 않으나, 어느 것도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에 좀더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는 단어는 민얼굴입니다.


한편, 사람들사이에 언제부턴가, 화장기없는 얼굴이라는 의미로 민얼굴 또는 맨얼굴 대신, 쌩얼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시대를 반영하는 언어의 역사성을 이해한다면 놀랄 일도 아니나, 말은 화자의 생각과 교양의 수준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종종 자신의 언어생활을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아래, 좀더 자세한 설명을 붙여봅니다.



화장이나 분장 등으로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얼굴 상태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순우리말 단어는 민얼굴입니다.

이때, 얼굴이라는 단어 앞에서 ‘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는’이라는 뜻을 더하는 접두사는 ‘민-’입니다.

꾸밈없는 자연스러운 얼굴민얼굴의 다른 표현으로, 민낯이 있습니다.

이때 쓰이는 ‘낯’이라는 단어 또한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의 바닥’을 뜻하므로 얼굴과 같은 표현입니다.


한마디로 민얼굴 민낯 같은 의미로 쓰입니다.


또한, 자연 상태의 얼굴을 뜻하는 단어로 ‘맨얼굴’도 자주 사용됩니다.

그러면, 맨얼굴 어떤 경우에 쓸까요?

‘민-’과 마찬가지로 이때 쓰인 ‘맨-’이라는 접두사도 ‘딸린 것이 없음’을 뜻하므로 민얼굴/맨얼굴 둘 중 어느 것을 사용해도 의미가 통하고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서 민-/맨-’이라는 접두사의 쓰임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이 두 가지 접두사는 얼굴 이외의 단어에도 붙어서 사용됩니다.


먼저, ‘민-’의 쓰임입니다.

자주 쓰는 말로 민소매, 민짜가 있습니다.

1.소매가 없는 옷을 가리킬 때 '민소매'라고 합니다.

1-1.이때는 맨소매보다는 ‘민소매’가 조금 더 자연스럽고,

2. ‘아무 꾸밈이 없는 물건’을 가리키는 '민짜'라는 단어는 어떤가요.

2-1.아무 꾸밈없는 물건을 일컬을 때도 맨짜라고는 하지 않는 을 알 수 있습니다.


‘맨-’의 경우는 어떨까요.

맨입, 맨손, 맨발, 맨주먹, 맨땅(꾸밈없는 땅바닥) 등과 같은 단어들이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때는 민입, 민손, 민발, 민주먹, 민땅이라고 하지 않는 것도 확인됩니다.


요즘은 흔히 사용되는 생얼/쌩얼이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이는 ‘아무런 꾸밈없는 얼굴’을 뜻하는 '민얼굴/맨얼굴/민낯'이라는 단어에서 비롯되고 변형되어 생겨난 신조어입니다. 이때 ‘생-’은 한자어[]의 의미인 ‘익지 아니한/가공하지 아니한’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생-/쌩-(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된발음)’이라는 접두사와 얼굴을 뜻하는 ‘얼’이 만나 생얼/쌩얼이 되었습니다.

굳이 풀어 보자면 ‘생얼굴’의 줄임말이 '생얼/쌩얼'입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보겠습니다.

최근 우리의 언어사용 경향이 '쌩얼'과 같이 줄임말을 많이 쓰는 현상라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생얼/쌩얼발음하다 보면 민얼굴이나 민낯이라는 표현보다는 어쩐지 거친 느낌을 받습니다. 달리 말해, 속된(속어적인) 표현이라고 할까요.


속어란, 점잖치 못한 표현 혹은 거친 표현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말은 그 사람의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라고들 합니다.

생각이 어떠한가에 따라 무심코 하는 말에서도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고 사고의 수준이 짐작된다고 하면 과장일까요?

또, 세 글자 혹은 다섯 글자로 된 단어를 한두 글자 더 줄이면 말할 때 힘이 덜 드나요?


최근에는 '음쓰', '생쓰'라는 말도 들려와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얼른 이해가 안돼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음식물쓰레기, 생활쓰레기라는 뜻이랍니다.

음식물쓰레기, 생활쓰레기를 '음쓰', '생쓰'라고 줄여서 말하다니!

정말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줄여서 말하는 재미가 있나 봅니다. 그 줄임말의 짜릿함을 아는 끼리끼리 알아듣고 소통되니 뭐그리 유쾌한지 솔직히, 저로서는 이해가 안됩니다만.


'아아', '얼죽아'는 또 어떤가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줄여 '아아'라 하고, 한겨울에도 얼음 가득 든 음료만 찾는다는 뜻으로 '얼어죽어도 아이스'라 한다던데, 그 얼어죽어도 아이스라는 표현을 줄여 '얼죽아'라 한다는 소리에는 정말 까무라칠 뻔 했었습니다.

얼죽아, 아아, 음쓰, 생쓰....참 아무리 언어가 그 시대의 모습을 반영한다지만 어쩐지 저로서는 실소를 금치못하겠더군요.


언어는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다양성과 실용성을 갖습니다.

또한 그 사회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사회구성원들의 문화적 수준과 지적 능력을 반영합니다.

또한, 각 언어에는 대다수 구성원들의 동의하에 사용하는 표준적인 표현, 즉 표준어가 있습니다.

그것들은 맞춤법이라는 일종의 규칙도 갖습니다.


우리가 쓰는 한글은 가장 독창적인 언어체계를 가진 훌륭한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어떤 언어보다도 과학적인 문자인 한글을 모국어로 사용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귀중한 한글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가치를 보존하여 후대에까지 온전하게 이어지도록 노력해야 할 자랑스러운 의무와 책임이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다만, 우리 모두 바르고 고운 우리말을 아끼고 쓰다듬어 잘 사용해야 할

언어의 주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이번 글의 주제인 민얼굴/맨얼굴의 쓰임과 접두사 민-/맨-의 의미를 생각하며 다음을 읽어볼까요.


'J는 유명한 여배우이지만 수수한 민얼굴은 아무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마침내, 바닷물이 찰랑거리는 모래 위를 맨발로 걸으며 민소매 원피스자락을 펄럭이는 그녀 혼자만의 자유와 기쁨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민얼굴 꾸미지 않은 얼굴. 민낯(: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의 바닥)

맨얼굴 꾸미지 않은 본디의 특색이나 정체. 화장, 분장 따위로 꾸미지 않은 본래 그대로의 얼굴.


민-꾸미거나 딸린 것이 없는/그것이 없음 또는 그것이 없는 것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맨-다른 것이 없는의 뜻을 더하는 접두사


민얼굴/맨얼굴 중에서 어느 것이 표준어인가에 대한 정보는 명확하지 않으나, 어느 것도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다만,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에 좀더 자세한 설명이 되어있는 단어는 민얼굴입니다.

쌩얼이라는 신조어대신 민얼굴/맨얼굴/민낯을 사용하도록 노력해보면 어떨까요!





*최선을 다하여 자료를 찾아보며 작성하였으나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발견하시면 조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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