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함하다

_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소담하고 탐스럽다

by somehow

얼마 전부터 보경이네 집 근처에 배가 불룩한 고양이가 돌아다니는 것이 보였습니다.

보경이는 우연히 길목에서 아이들에게 쫓기는 고양이가 안쓰러워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 고양이가 새끼를 뱄는지, 배가 불룩해요…가여워 죽겠어요…”

보경이의 말에 어머니도 걱정스레 창밖을 내다보셨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보경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 어머니가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얘, 보경아! 네가 말한 그 고양이가 새끼를 낳은 것 같더라! 오늘 오전에 마당 청소를 하다 보니까 우리 집 뒷마당 장독대 근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지 않겠니? 아기들이 태어난 지 벌써 며칠 된 거 같아.”

“정말?? 나도 가서 볼래요!”

보경이가 어머니를 따라 조심스레 뒷마당으로 가보니 나뭇잎들이 쌓여있는 후미진 곳에 갓 태어난 새끼 고양이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어미 고양이는 도망가지도 않고 내처 아기들 곁을 지켜주고 있었습니다.

“우와~ 너무 조그맣다!! 귀여워…우리가 데려다 키우면 안 돼요, 엄마?”

“그럴까? 갓 태어난 아기들이 어찌나 함함한지 어미가 정성껏 보살핀 모양이야.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아침에 한참 동안 들여다봤단다! 어미 고양이가 떠돌아다니면서도 뱃속 아기들을 지키기 위해 애를 많이 썼나 봐!”

퇴근하여 돌아오신 아버지도 길고양이 가족들이 대견한 듯 말씀하셨어요.

“새끼들 털도 보드랍고 반지르르한 게 새끼만 잘 보살핀 게 아니라, 그 어미 고양이는 사람 보는 눈도 있구나! 우리 보경이 마음씨가 이렇게 착한 줄 알고 찾아와 새끼를 낳았으니 말이야.”




‘함함하다’라는 표현은
1. 털이 보드랍고 반지르르하다,
2. 소담하고 탐스럽다,
라는 뜻을 가진 우리말입니다.

여기서는 두 가지 의미로 모두 쓰일 수 있습니다.




_201409다시읽기*한글은 힘이세다 중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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