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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은 자기 본성을 찾아야 할 시기다

by 엄태형 Feb 11. 2025

모히니는 워싱턴 D.C. 국립동물원에서 몇 년 동안을 살았던 제왕 호랑이였다. 거기 있는 동안 모히니는 쇠창살과 시멘트 바닥으로 이루어진 가로세로 4미터의 오래된 사자 우리에서 대부분을 살았다. 모히니는 비좁은 우리가 답답했는지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결국 보다못한 사육사들은 모히니를 위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기로 결정하고 작업에 착수했다. 수천 평방미터에 걸쳐서 언덕, 나무, 연못과 여러 초목이 어우어진 공간들이 조성되었다. 긴 시간 걸쳐 모든 작업을 마치고 사람들은 기대와 흥분에 차 모히니를 새로운 환경에 풀어놓았다.

그러나 너무 오랜 시간 지체했던 걸까. 모히니는 새로운 환경에서도 구석자리 자신만의 은신처를 만들고 그곳에서 남은 생을 살다가 마쳤다. 모히니가 살다간 그 공간에는 정확히 가로세로 4미터의 잔디만 벗겨진 흙바닥 상태로 남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이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스스로를 가둘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후천적으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굳어져버린 습성은 쉽게 바꾸기 어렵다. 우리는 종종 익숙함 속에서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그 익숙함에 안주하며 자신의 모습을 잃기도 한다.


여기 또 한마리의 호랑이가 있다.


암호랑이가 한 마리 있었다. 새끼를 배고 있었는데 오랫동안 굶주렸다. 어느 날 염소 떼를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달려들었다. 어찌나 용을 썼던지 그만 새끼를 낳고 죽어 버리고 말았다. 뿔뿔이 흩어져 도망갔던 염소들이 돌아와 보니 어미 호랑이는 죽어 있었고 갓 태어난 새끼 호랑이 하나가 울고 있었다. 불쌍히 여긴 염소들은 새끼 호랑이를 대신 키웠다. 호랑이는 메에하고 우는 법을 배웠고 풀을 먹는 법도 배웠다. 호랑이에게 맞지 않은 음식이었으니, 그 새끼 호랑이는 참으로 볼품없는 비실이가 되어갔다.

새끼 호랑이는 사춘기에 이르렀다. 어느 날 커다란 호랑이가 염소 떼를 덮쳤다. 염소들은 사방팔방으로 도망갔지만 비실이 새끼 호랑이는 도망도 못가고 멍하니 서 있었다,. 큰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를 보자 놀라 물었다.

"뭐야 너, 염소들과 사는 것이냐?"

" 메에에..." 새끼 호랑이가 대답했다.

큰 호랑이는 기막히고 화가 났다. 몇 번 쥐어박아 주었지만, 새끼 호랑이는 염소 소리로 울 뿐이었다. 그러자 큰 호랑이는 새끼 호랑이를 끌고 잔잔한 호수로 데리고 갔다. 새끼 호랑이는 난생처음 자기의 얼굴을 보았다. 큰 호랑이는 자기 얼굴을 그 옆에 가져다 대고 말했다.

"이것 봐. 너와 나는 같지? 넌 염소가 아니라 호랑이다. 알았느냐? 네 모습을 마음에 새겨 호랑이가 되어라."

새끼 호랑이는 이 메시지를 이해했다. 이것은 새끼 호랑이가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지를 알아차린 순간이었다.  - 인도우화 -


이제 우리가 답할 차례다. 우리는 본성을 가두고 있지는 않은가? 지금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우리를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의 진정한 모습, 이루고 싶은 꿈을 현실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 모두는 염소처럼 살아가는 호랑이들이다. 이 각성이 내 진정한 모습을 찾는 첫걸음이다. 우리의 답은 바로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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