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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안 Dec 13. 2024

파리에서 맞이하는 아침

독립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새벽에 일어난 우리는 텔레비전(참고로 삼성 SAMSUNG)을 보면서 파리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했다.

작년에 남프랑스를 여행할 때 숙소 가전제품 대부분이 텔레비전은 삼성, 세탁기는 엘지여서 내 나라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 차올랐던 기억이 난다.


K-밥심! 누룽지와 햇반을 든든하게 먹고 집을 나섰다.

여행할 때 현지식도 먹어봐야 하지만 아침은 숙소에서 우리식으로 먹는 것이 낯선 곳을 오랫동안 여행할 때 큰 힘이 된다. 부피도 가볍고 냄새도 거의 나지 않는 형태의 식품을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 햇반과 누룽지, 누룽지는 소포장된 것을 가지고 가면 유용하다. 반찬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비닐팩에 들어있는 깻잎, 볶은 김치, 김자반, 김, 장조림, 콩장, 고추장 정도가 있으면 좋다. 국을 좋아한다면 물만 부으면 국이 되는 식품도 있다.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노트르담 대성당-생트샤펠 성당-루브르 박물관-뛸르히 정원을 순서대로 걸어서 다니는 것이 첫날 일정이다.


너무 일찍 나온 우리는 숙소 근처 뤽상부르 공원에 먼저 들렸다.

무명시절 가난한 헤밍웨이가 점심약속이 있다고 아내에게 말하고 빈 속을 달래기 위해 산책했다는 이곳. 이른 아침 겨울 공원은 간간이 조깅하는 사람들만 있고 한산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잘 정리된 가로수가 도열하듯 서서 우리를 반긴다.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는 뤽상부르 공원 안에는 정원과 분수대, 조각상이 있고 뤽상부르 궁전 건물이 있는데 지금은 프랑스 상원 의사당으로 쓰고 있으며 개방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뤽상부르 공원부터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으로 향했다.

걸어가는 길이 소르본느 대학이 있는 대학가라서 등교하는 프랑스의 대학생들을 많이 마주쳤다. 그들과 마주치면 이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 찬 거리가 갑자기 색을 입은 듯 활기가 넘쳤다. 파리의 대학들은 우리나라처럼 별도의 캠퍼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다른 건물들 사이에 함께 있어서 대학이 시민들의 일상 속에 함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점에 들어가기 전 빵과 커피 냄새에 취해 근처 카페로 들어갔다. 이날 이후 우리 여행의 시작은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는 것으로 시작하게 됐다. 북적이는 카페에 여유롭게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센강과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파리를 느끼는 것은 여행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셰익스피 앤 컴퍼니는 1919년 개업해서 100년이 넘는 서점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독립서점이며  “셰익스피어와 친구들”이라는 뜻이다. 누구에게든 '무료 숙박’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곳은 ‘몇 시간의 노동, 매일 책을 읽겠다는 약속, 그리고 한 페이지의 자서전’을 쓰기만 하면 된다. ‘무료 숙박’을 제공한 이유는 2대 사장이었던 조지 휘트먼이 서점 한편에 새겨놓은 문장에서 알 수 있다.


낯선 이를 불친절하게 대하지 말아라, 위장한 천사일 수도 있으니
Be not inhospitable to strangers lest they be angels in disguise


헤밍웨이가 20대 가난한 무명시절에 즐겨 방문했다는 이곳은 갈 곳 없는 무명작가들에게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돕는 곳이며 영문학계의 걸작들로 평가받는 ‘문제작’들을 탄생시킨 곳이다. 


내부에서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안내 문구가 입구 오른쪽에 쓰여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목조로 된 바닥과 계단이 중저음의 비명으로 우리를 반긴다. 책은 모두 영어와 프랑스어라서 쉽사리 읽을 수는 없지만 그곳이 주는 특유의 편안함과 고풍스러움 그리고 따스함이 있다. 넓지는 않지만 숨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작은 공간들이 있고 2층으로 올라가면 센강과 노트르담 성당이 창밖으로 보이면서 책으로 둘러싸인 공간 특유의 아늑함이 있다. 영어로 된 책을 읽을 능력은 없는 우리는 파우치 한 개씩을 사가지고 나왔다.


서점에 가면 알 수 없는 편안함과 충만함을 느낀다. 책을 파는 곳이지만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그 특유의 분위기는 일상을 맴돌던 몸과 마음을 먼 곳으로 데려다준다. 


우리가 머물던 파리 5구에는 작은 독립서점들이 많았다. 걷다 보면 곳곳에 상점과 상점사이에 작은 불빛처럼 서점들이 오래된 책을 혹은 새로 나온 책을 한가득 안고 빛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파리에 머물 이유가 있는 것이다.


파리에는 58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다. 책이나 자료를 빌리는 게 아니라면 따로 등록을 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멀지 않은 날에 우리나라 독립서점 투어를 마치고 파리에서 한 달 살기에 대한 내 꿈이 이루어진다면 파리의 공공도서관과 서점을 방문하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꿈이 생겼다. 다시 꿈꾸는 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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