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는 세상의 따뜻함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베르사유 궁전에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노트르담역에서 RER-C선을 타면 환승 없이 갈 수 있었다. 근데 메트로역 발권기에서 표를 사는데 미리 알고 간 기계와 종류가 달랐다. 파리 메트로 발권기는 종류가 다양했다.
아침시간이라 사람이 많아서 해보다 안되면 뒷사람에게 양보하고 다시 하고를 수차례 했다. 파리 시내는 쉬웠는데 외곽선이다 보니 어려웠다. 역무원은 없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여행자였다.
베르사유까지 가는 직행이 자주 없기도 하고 궁전과 트리아농 예약시간이 있어서 더 속이 탔다. 그나마 일찌감치 나온 게 다행이었다.
마음이 급해서 트래블 월넷 카드를 카드 터치기에 댔다 떼었다를 수차례 했더니 카드가 오류가 나서 결재가 되지 않았다. 현금으로 겨우 표를 끊어 플랫폼에 들어섰더니 메트로가 와 있었다.
기차처럼 생긴 메트로 앞에 서 있는 사람에게 베르사유행이 맞냐고 물었더니 자신도 몰라서 알아보고 있다고 한다. 파리를 여행하면서 느낀 건대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 대부분은 관광객이다. 그만큼 파리는 여행의 도시였다.
메트로가 출발하려고 하기도 하고 미리 알아본 베르사유행 메트로와 시간이 맞는 것 같아서 일단 탔다. 파리 외곽선 메트로는 2층까지 있고 기차와 모양이 비슷하다. 시내 메트로가 이용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의자 상태가 좋지 않은데 비해 외곽선은 의자도 깨끗하고 쾌적했다.
자리에 앉아 안도하며 역에서 찍어온 메트로 노선도를 들여다보는데 이상했다. 정차하는 역이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베르사유 샤또 리브 고슈(Versailles Château Rive Gauche)행을 타야 하는데 퐁투아즈(Pontoise)행을 탄 것이다.
대중교통을 탈 때 반드시 방향(종점)을 확인해야 했는데 그걸 놓쳤다. 우리는 내려서 되돌아가는 메트로를 타고 에펠탑 마르스 광장 역에서 베르사유행 메트로를 다시 탔다. 참으로 바쁜 아침이었다.
베르사유역에서 나오니 소도시 느낌이 물씬 나는 풍경과 크고 작은 상점들이 길 양쪽에 늘어서 있었다. 천천히 10분쯤 걸어가니 베르사유 궁전 입구가 나왔다. 예약 시간 표시가 있는 곳에서 한참 줄을 서고 짐검사를 마치고 안으로 들어갔다.
입장 절차를 모두 마치고 화장실을 들렸다가 커피를 마시려고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늘 먹던 대로 커피와 크로와상을 주문했는데 오전은 커피만 되고 크로와상 같은 식사 종류는 점심때만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조금 실망해서 알았다고 했더니 잠시 후 몇 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빵을 가져다주었다. 알고 보니 레스토랑에 있는 빵을 무료로 우리에게 제공한 거였다. 우리가 너무 실망한 티를 냈나 하고 좀 부끄럽기도 했지만 성의가 고마워서 모두 먹고 감사인사를 했다.
궁전 관람을 위해 들어가려고 하는데 입구를 찾기가 어려웠다. 레스토랑 직원인 듯한 젊은 여자분에게 물어보니 그녀는 입구로 가서 줄을 서서 짐검사를 하고 들어가면 된다고 한다.
우리는 당황하면서 이미 그 과정을 거쳐서 들어왔고 커피를 마시려고 먼저 이리로 온 거라고 했더니 그럼 궁전에 들어가지도 않은 거냐며 화들짝 놀란다.
알고 보니 입장하고 나서 화장실을 가느라 우리도 모르게 밖으로 나와버린 거였다. 어쩐지 지하에 있는 화장실에 가려고 하는데 내려가는 계단 입구에 출입금지 표시가 있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상하면 물어봐야 한다.
그녀는 당황하는 우리를 보더니 피던 담배를 끄고 직원 전용 출입문을 통해 짐검사를 하는 긴 줄이 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출입 담당자에게 사정 이야기를 하고 안으로 입장시켜 주었다.
예약시간도 지났고 긴 줄을 다시 서야 하는 줄 알고 긴장했는데 너무도 고마웠다. 연신 고맙다고 메흐씨 보꾸를 외치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며 미소를 짓던 그녀. 그녀가 내어준 시간과 마음은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게 굿럭!
베르사유 궁전은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궁전 안 모든 벽과 천장은 물론이고 작은 생활 가구까지도 최고의 장식을 해서 예술작품 그 자체였다. 이것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와 노동이 진하게 느껴졌다.
이 아름다움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리기만 한 자들의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간 자들의 것이다. 그들이야말로 진정 이 예술품을 이해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