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대통령을 기다리며
파리 시청사에서 퐁피두 센터까지는 걸어서 5분 걸리는 가까운 거리이다.
퐁피두 센터는 "국립 조르주 퐁피두 예술문화센터"이다.
이 센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했던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완성을 보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조르주 대통령의 예술에 대한 열정에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름을 퐁피두센터로 지었다.
조르주 장 레몽 퐁피두 대통령은 1911년에 태어나서 희귀 질환으로 갑자기 1974년 사망했다.
조르주 대통령은 역사는 깊지만 빈민가가 되어버린 보부르 지역을 정비하고 파리를 최고 예술도시로 만들기 위한 문화센터 설립을 추진했다. 국제 설계공모에서 이탈리아의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영국의 건축가 리처드 로저스가 이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고 1971년에 착공해서 1977년 1월에 개장하면서 세계적인 걸작 파리 퐁피두센터가 탄생하게 되었다.
에펠탑과 루브르박물관 유리 피라미드를 건축할 당시 파리 시민들이 굉장한 비난을 쏟아낸 것과 마찬가지로 퐁피두 센터에 대한 파리 시민들의 비판은 거셌다. 철골 구조물이 그대로 드러난 외관과 배선, 냉난방 배관 등의 기능적인 설비들이 모두 건물 외부에 설치되어 기존 건축물과 너무도 다른 기이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경박하고 난해하여 품격 있는 예술의 도시 파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들을 외부에 설치해서 내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전시장의 기능성과 실용성, 독창적인 디자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파리를 대표하는 곳으로 오르세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과 더불어 파리의 3대 미술관이 되었다.
퐁피두센터는 공공 정보도서관, 피카소, 마티스, 칸딘스키, 뒤샹, 샤갈, 미로 등 20세기 거장들의 중요 미술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영화관, 강연장, 서점, 레스토랑, 카페 등이 있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이다.
이곳은 예술에 대한 편견 없이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을 주는 모든 작품들에게 열려 있는 포용력 강한 공간이다. 이것이 퐁피두센터가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퐁피두센터는 대대적인 새 단장을 위해 2025년 9월부터 약 5년간 휴관에 들어가며 재개관은 2030년 예정이라고 한다.
퐁피두 센터 남쪽에는 스트라빈스키 광장이 있다.
이 광장에 있는 스트라빈스키 분수는 천지 사방으로 물을 뿜어대는 특이한 모양이다. 러시아 작곡가인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16개의 분수 조각품으로 표현한 것으로 인어공주, 래그타임, 광대 모자, 여우, 심장, 대각선, 코끼리, 생명, 나이팅게일, 뱀, 죽음, 불새, 고음 음자리표, 사랑, 나선형, 개구리 조각품이 있다.
광장 한쪽에는 "Chuuuttt!!!"이라는 제목의 대형 벽화가 있는데 예술가 제프 에어로솔의 자화상이다. 또한
"Knowledge + Action=Power"은 부드러운 파란색과 흰색의 대규모 벽화로 작품에 새겨진 "지식+행동=힘'과 '미래는 기록되지 않는다'라는 개념을 함축하고 있는 작품이다.
지난번 파리에 왔을 때 퐁피두 센터 내부를 교과서 훑듯이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그때 시간이 부족해 못 간 옥상 전망을 보기 위해 들어갔다. 퐁피두 센터는 예약 없이 들어갈 수 있고 뮤지엄 패스가 가능한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월요일이었는데 뮤지엄 패스가 없는 사람들의 줄이 엄청나게 길었고 뮤지엄 패스 줄은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투명한 덮개와 붉은색 바닥으로 눈길을 끌며 외부로 노출된 독특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높은 건물이 없는 확 트인 파리의 바깥 풍경이 눈높이를 달리하며 보인다. 퐁피두 센터 옥상은 넓지는 않지만 파리의 전망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이다.
멀리 몽마르트르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크레쾨르 대성당이 보이고 에펠탑도 보인다. 서서히 해가 지는 하늘을 배경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서있다. 낯선 도시에서 일몰을 보는 시간은 쓸쓸함과 설레임이 함께 찾아오는 시간이다. 이 여행이 끝나면 가장 오래도록 기억으로 남을 순간이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볼트를 불렀다. 볼트를 타기 위해 퐁피두 센터 뒤쪽으로 왔는데 앞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았다. 1977년에 지었지만 48년이 지난 지금도 혁신적인 이 건축물의 뒷모습 역시 혁신적이었다. 기다란 색색의 파이프가 가득 채우고 있는 건물, 파이프 색깔로 기능을 구분한다고 한다. 파란색은 환기, 초록색은 수도, 노란색은 전기, 빨간색은 엘리베이터.
버스 정류장에서 볼트를 기다리고 있는데 의외로 우리 숙소가 있는 팡테옹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많이 왔다. 버스도 한번 타보고 싶었는데... 볼트를 부른 것을 살짝 후회했다.
볼트는 다 편리한데 정차 장소를 찾는 것이 어려워서 바짝 긴장하고 차번호를 외우며 다가오는 모든 차들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었다. 우리가 탈 볼트가 왔는데 이상하게 우리가 격하게 손을 흔들었음에도 우리를 지나쳐 정류장이 끝나는 곳에 차를 세우며 빨리 오라고 급한 손짓을 보낸다. 우리는 뛰었고 차를 타는 곳은 차들이 많은 도로 위라 위험했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었다. 볼트는 개인이 자신의 승용차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택시처럼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승차 공유 서비스로 대중교통수단이 아니라서 정류장에 정차하면 벌금(+벌점)을 내야 한다고 한다. 영어도 짧은 내가 이 말을 어떻게 알아들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신기하다. 현장상황에 맞게 영어가 진화하나 보다.
대통령, 그는 우리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과거가 현재를 구하고 또다시 그 현재가 미래를 구한다는 역사의 심오한 법칙을 온 몸과 온 마음, 온 시청각으로 두달이 넘는 기간동안 목도하고 있다.
뉴스를 보는 일이 여전히 힘겹지만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있다. 무도한 세력들이 다시는 준동하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 한다.
이 혼란은 조만간 끝이 날 것이다. 봄이 오면 죽었던 나무에 연둣빛 새싹이 돋듯 우리의 고단한 삶을 토닥여 줄 좋은 대통령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