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의 세계에서 마라케시로

아틀라스 산맥을 넘어

by 정안

아침을 먹고 다데스 계곡에 있는 숙소를 떠나 우아르자자트로 갔다.


우아르자자트에 있는 아틀라스 영화 스튜디오에 들렸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외관만 보았다. 황량하고 넓은 땅에 자리한 거대한 야외 세트장인 이곳은 '사막의 할리우드'라고 부른다. 사막·고대 도시·성채·신전 등 다양한 영화 세트 보존하고 있으며 실제 도시처럼 만들어진 세트가 많아 걸어 다니며 영화 속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이곳에서 촬영된 대표적이 작품은 <아라비아의 로렌스>, <그리스도의 마지막 유혹>, <글래디에이터>, <킹덤 오브 헤븐>, <왕좌의 게임> 등이다.


입구에는 황토색 벽에 이집트 파라오의 거대한 동상이 서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스튜디오 입구에 서 있던 값비싼 자동차 수십대와 계속 들어오고 나가는 고급 자동차들의 행렬이었다.


아틀라스 스튜디오를 떠나 한 시간 이상 달려서 아이트벤하도우 카스바에 도착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흙과 짚으로 지은 커다란 요새 마을이다. 옛날에는 사하라 사막과 마라케시를 연결하는 카라반 무역로의 중요한 경유지였다. 소금, 향신료, 금, 비단을 실은 낙타 행렬이 이곳을 지나갔다고 한다.


마을은 언덕을 따라 층층이 올라가며 만들어졌고 두꺼운 황토 성벽과 모서리에 있는 망루, 미로 같은 골목이 있다. 이 마을에는 실제 살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사하라 지역 전통 건축의 완벽한 예이기 때문이다. 흙과 짚을 섞은 흙벽돌과 여름 열을 막는 두꺼운 벽, 바람을 분산시키는 계단형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건축 지혜가 그대로 남아 있는 곳이다.


날씨는 여름처럼 더웠다. 차에서 내려 요새 마을로 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멀리서 본 카스바의 모습은 매력적이었다. 마을의 집들을 들어가 보지는 못했다. 다만, 좁은 골목을 가득 채운 가판대의 물건들이 황토색 건물벽에 인상적으로 진열되어 있었다.


다시 길을 떠나서 아틀라스 산맥 중 가장 높은 도로가 있는 고개인 티지 은 티쉬카(Tizi n'Tichka)에 도착했다. 아브라함이 풍경이 아름다우니 보고 가라고 했다. 모로코에서 자동차로 넘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주요 도로인 이곳은 한쪽은 사막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다른 쪽은 붉은 흙의 산맥이다. 사하라의 세계에서 마라케시로 넘어가는 문인 셈이다. 이 길은 오래전부터 사하라 사막과 북쪽 도시를 연결하던 무역로였다. 소금, 향신료, 금, 직물을 실은 낙타 행렬이 이 산길을 넘어 북쪽 도시로 향했다.


화창한 하늘아래 깎아놓은 것 같은 아틀라스 산맥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여행일정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어서 우리는 돌아갈 때 살 선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아브라함에게 말했더니 아르간 오일을 직접 만들어서 판매하는 곳에 데려다주었다. 가격은 비싸지만 오일의 함량이 많아서 믿을 만한 곳이라고 했다.


가게로 들어가는 입구에 아르간 오일 열매를 손으로 다듬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이 보였다. 말린 열매의 겉에 붙어 있는 것을 제거하자 매끈한 타원형의 은행 같은 열매가 남았다. 이것의 껍질을 벗겨서 기름을 짜서 제품을 만든다고 했다. 맨손으로 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을 보니 손이 남아날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우리는 가족들 선물을 이곳에서 모두 해결했다. 제품도 좋고 다양해서 선물할 만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물건을 사고 점심 식사를 하러 아브라함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우리가 선물을 사는 사이 자신은 벌써 먹었다고 했다. 하는 수없이 우리끼리 식사를 했다. 허름한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맛이 괜찮았다. 식사 후 세 시간쯤 달려 마라케시 숙소에 도착했다. 마라케시 숙소는 중심가인 제마 알프마 광장 근처라 찾기가 쉬웠다.


중심가였는데도 숙소 들어가는 골목에서 역한 지린내가 났다. 숙소 주인장은 영어를 못하는 프랑스 남자였다. 민트차와 초콜릿을 준비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화가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번역기를 켜서 대화를 해서 겨우 의사소통이 되었다. 숙소는 2층짜리 모로코 전통 주택으로 아름다웠다. 그는 숙소 구석구석을 친절히 설명해 줬는데 우리는 반도 못 알아들어 아쉬웠다.


저녁을 먹고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제마 알프마 광장의 야경을 보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마라케시는 모로코 관광의 중심지답게 사람도 차도 많은 복잡한 곳이었다. 교차로에서는 차들이 뒤엉켜 있지만 신기하게도 오래지 않아 다 빠져나갔다. 모로코에는 오래돼서 매연이 나오는 작은 차들이 많았는데 택시도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노점이 많아 고치 굽는 냄새, 향신료 냄새가 온 거리를 가득 채웠다. 비위가 약한 사람이라면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제마 알프마 광장 분위기만 익히고 숙소로 돌아왔다. 이 복잡하고 매력적인 도시 마라케시에서 이틀 동안 머무를 것이다.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