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라 협곡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다

by 정안

사막캠프에서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아무도 깨우지 않았지만 우리는 사막에서 해가 뜨는 모습이 보고 싶어 저절로 눈이 떠졌다. 옷을 따뜻하게 입고 사막언덕에 올라서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사막 저 멀리 붉은빛이 조금씩 퍼지면서 해가 떠올랐다. 뭉클하고 먹먹했다.


어제 우리가 타고 온 낙타와 사막언덕과 해 뜨는 모습이 그림처럼 어우러졌다.


해 뜨는 모습을 실컷 보고 텐트로 돌아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를 데리러 오지 않았다. 사막의 시간은 천천히 간다. 사막 사람들의 시간도 천천히 갔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차가 와서 우리를 싣고 처음 출발했던 핫산네에 내려주었다. 그곳에서 아침을 먹었다. 아침식사는 여러 종류의 빵과 과일, 수프, 커피 등 풍성하고 정성스러웠다.


아침을 먹고도 한참을 기다렸다. 아브라함이 우리를 태우러 오자 삼촌 핫산이 아브라함이 늦잠을 잤다고 게으르다고 흉을 봤다. 우리는 '아이러브 아브라함!'을 외치며 괜찮다고 했다.


사막을 떠나 토드라 협곡을 향해 출발했다.

협곡 들어가는 길이 좁아서 차들이 사람만 내려주고 돌아 나와야 했다. 아브라함은 우리를 내려주고 갔다.


토드라 협곡은 아틀라스 산맥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강물이 수천 년 동안 바위를 깎아 만들어 낸 길이다. 거대한 붉은 절벽이 서로 마주 보며 솟아 있고, 가장 좁은 곳에서는 폭이 약 10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양쪽 절벽의 높이는 150~300m에 이른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면 하늘이 가느다란 푸른 선처럼 보일 만큼 깊은 절벽이다.


협곡 아래로는 작은 물줄기가 흐르고, 길을 따라 마을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천천히 오갔다. 바위는 햇빛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데 아침에는 분홍빛, 정오에는 황금빛, 해질 무렵에는 깊은 붉은색으로 변한다고 한다.


협곡을 걸으면서 판타지 영화에나 나올법한 풍경에 압도되었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협곡 안에 있는 사람은 개미처럼 작아 보였다.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 장소였다.


다시 차를 타고 달리다가 우리가 저녁에 맥주를 먹었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아브라함이 우리나라로 치면 세계주류판매점 같은 곳에 데려다주었다. 넓은 벌판 한가운데에 있는 주류 판매점에는 다양한 술이 가득했다. 모로코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풍경이었다. 손님은 외국인 관광객이 대부분이었다. 우리는 맥주와 와인을 샀다.


다시 차를 타고 몇 시간을 달려 숙소가 있는 다데스 계곡으로 갔다.

다데스 계곡에 도착하자 갑자기 초겨울처럼 추워져서 당황했다. 숙소는 아름다웠다. 계곡숲이 보이는 베란다가 있는 방이 특히 좋았다. 밥과 닭고기가 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와인을 한잔씩 하고 숙소 안 정원을 산책하러 나갔다가 아브라함을 만났다. 친구가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어두운 정원 산책을 포기하고 실내에서 아브라함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부족한 영어였지만 진솔하고 마음에 남는 대화였다. 아브라함은 우리와 가족들에 대해 물었고 우리도 아브라함이 어떻게 영어를 그렇게 잘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아브라함은 자신이 사막사람이고 가족들도 모두 사막에서 태어나 사막에서 일하고 결혼하고 살아간다고 했다. 자신은 베르베르족이기 때문에 베르베르 어는 물론 영어, 스페인어, 프랑스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어는 아주 조금 한다고 했다.


아브라함은 어렸을 때부터 핫산네 사막투어에서 일했기 때문에 손님들을 통해서 언어를 익혔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었다. 일하면서 배운 것이다. 그런데도 아브라함의 영어는 유창했다. 우리는 그가 존경스러웠고 기특했다. 열심히 사는 사막청년 아브라함은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친구가 일이 끝나서 우리의 대화도 아쉽지만 멈추었다. 우리가 친구와 만나서 술 한잔 하는 거냐고 하자 아브라함은 술은 적은 잔에 한잔 마신다고 했다. 호텔에는 술을 팔 수 없어서 아예 술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까 산 맥주 한 캔만 빌려달라고 했다. 우리는 더 줄 수 있다고 했지만 하나면 충분하다고 했다. 나중에 아브라함은 우리가 안 갚아도 된다고 수차례 말했음에도 길을 가다 주류 판매점에서 맥주를 사서 갚았다. 참으로 깔끔하고 담백한 청년이었다.


우리는 아브라함이 친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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