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즈계곡을 따라서

지즈 숲과 오아시스 마을

by 정안

모로코의 등뼈라고 하는 중부 아틀라스 산맥을 따라 사하라 사막으로 달리는 길은 카사블랑카에서 셰프샤우엔 그리고 패스까지 가는 길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사하라(아랍어로 사막이라는 뜻)


마을도 올리브 나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제 곧 사막이 시작될 거라는 전조 증상처럼 황토흙이 가득한 벌판에 깔맞춤을 하듯 황토흙으로 만든 집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대지와 집이 혼연일체가 된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신기한 풍경을 마주했다. 그 황톳빛 대지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숲을 만난 것이다.


모로코 남동부, 사막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생명의 통로인 지즈계곡이었다.

지즈계곡은 북쪽의 에라시디아에서 시작해서 남쪽 메르주가 사구 인근까지 이어져 있다. 발원지는 중부 아틀라스 고지대라고 한다.


지즈강이 남쪽으로 흐르면서 계곡을 만들었고 그 강을 따라 오아시스 마을들이 점처럼 이어져 있다. 지즈계곡에는 수천 그루의 대추야자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흙과 돌로 지은 카스바(요새형 전통가옥)와 계곡 양옆으로 솟은 붉은 절벽이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갈색 대지 사이로 초록이 길게 누워 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사막과 생명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보기 드문 풍경이다.


지즈계곡은 사하라를 건너는 대상(카라반)들의 길목이었다. 사하라 이남과 북아프리카를 잇는 교역로의 일부로, 소금·금·향신료가 이 길을 통과했다. 계곡은 단지 자연경관이 아니라, 모로코 남부 공동체를 지탱한 물의 통로이자 삶의 기반이었다.


계곡 옆 휴게소 Ain El Ati(아랍어로 샘이라는 의미)에 들렸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태극기도 있어서 반가웠다. 커다란 몽골텐트에서 다양한 물건을 팔고 있었는데 반팔티가 없어 사려고 하니 가격이 비쌌다. 조금 깎아 달라고 하니 안된다고 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본 대로 안 살 것처럼 나가면 깎아 주면서 붙잡을 줄 알고 물건을 놓고 나오는데 잡지 않았다. 사전지식은 참고용일 뿐이다. 현장에서 마주치는 일이 나에게 일어난 일이고 그곳의 문화이라는 생각을 했다.


휴게소에 들르는 사람들을 위해서인지 낙타를 키우는 곳이 있어 생애 처음으로 낙타를 봤다. 오후에 사막에 가서 낙타를 탈 때 너무 놀라지 말라고 아브라함이 미리 준비해 둔 것 같다고 우리는 농담을 했다.


계곡은 장엄했다. 아바타 영화 같은 데서 볼 법한 풍경이었다. 계곡숲을 따라 빽빽이 들어차 있는 황토색 집들이 이 계곡이 생명의 근원임을 알게 했다. 잊지 못할 모습이었다. 거대한 자연 앞에 먼지처럼 작은 인간임을 느꼈다.


두 시간을 더 달려서 마르주가에 도착했다. 우리가 사막투어를 예약한 곳은 아브라함의 삼촌 핫산이 운영하고 아브라함도 그곳에서 어렸을 때부터 일한 곳이다. 마르주가는 사하라 사막 초입에 있었는데 많은 사막투어를 하는 리야드들이 보였다.


차를 타고 핫산네로 가고 있는데 흙먼지 가득한 곳에서 뛰어놀던 아이 중 한 명이 차를 보자 반가워하며 뛰어왔다. 작고 귀여운 꼬마아이였는데 아브라함을 보자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아브라함은 차를 세우고 내려서 아이를 안아주었는데 며칠 동안 본모습 중 가장 환하게 웃었다. 물어보자 아브라함은 조카라고 했다. 자신도 저 아이처럼 이 사막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핫산네에서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고 했다. 삼촌 핫산은 좋은 사람이지만 엄격해서 근무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했다.


핫산네로 들어가서 모로코 전통의상으로 갈아입었다. 옷을 고르는데 우리가 늦게 왔는지 색감이 좋은 옷은 다른 사람들이 다 골라가고 없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났다. 대부분 20대 젊은이였다.


옷을 입고 로비에서 낙타를 기다리고 있는데 20대로 보이는 젊은이가 커다란 가방을 메고 2층 숙소로 올라가고 있었다. 검은 배낭에 선명하게 달린 태극기가 보였다. 나중에 들으니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째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는데 히말라야에 갔다가 이곳 모로코 사막으로 왔다고 한다. 대단하다고 멋지다고 했더니 심심해서 죽을 것 같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 고독한 여행자 같은 뒷모습이 멋있어 보였는데 다 속사정은 있었다.


드디어 낙타가 도착해서 낙타를 타고 사막의 모래언덕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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