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프란과 아주르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

by 정안

숙소에서 아침을 먹고 아브라함을 만나 아침 일찍 출발했다.


한 시간 반정도 달려 '모로코의 스위스'라고 하는 이프란에 도착했다.

이제까지 본 모로코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마을이었다. 이른 아침이기도 했지만 고도가 높아 늦가을처럼 날씨가 쌀쌀했다. 이프란은 여름에도 기온이 낮고 겨울이면 눈도 내린다. 모로코에서 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이프란은 모로코인들의 피서지이자 겨울 휴양지이다.


프랑스 보호령에 있을 때 만들어진 이프란은 중부 아틀라스 산맥에 위치하고 있다. 삼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곳이다. 붉은 지붕과 깨끗한 거리와 공원으로 메디나도 시장의 소음도 없어 모로코 속의 외국이었다. 아브라함은 공원에 있는 사자 석상에 대해 잠시 설명해 줬다. 이프란의 상징물이고 독일군 포로가 조각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했다.


소품점을 구경하고 추워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려고 카페에 가니 관광객의 줄이 길었다. 한참을 기다려 커피를 샀다. 역시 모로코에서는 커피보다는 민트티를 마셔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브라함은 슬그머니 사라져 자신의 커피만 사가지고 나왔다. 우리가 사준다고 할까 봐 선수를 친 것이다. 아브라함은 이십 대인데 살아온 세월 속에서 터득했을 삶의 태도가 남달랐다. 가끔은 좀 치대도 되는데 전혀 그런 게 없다. 삶이 그에게 알려준 것일까...


따뜻한 커피로 몸을 녹이고 아즈루를 향해 출발했다. 아즈루는 이프란에서 30분 걸리는 곳이다. 중부 아틀라스 산맥에 있는 산간 도시이다. 이프란이 계획된 휴양도시라고 한다면 아즈루는 모로코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아즈루는 베르베르 문화권의 중심지 중 하나이다. 세계 최대의 삼나무 군락지가 있고 야생 바바리 마카크 원숭이를 보기 위해 들르는 도시이다.


차도 바로 옆에 있는 깊은 삼사무 숲에는 많은 원숭이들이 나무에 올라가 있거나 바닥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황토흙 위에 펼쳐놓은 소박한 가판대에서는 목공예품, 삼엽충 화석, 장식품 같은 것을 청년이 팔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원숭이를 보느라 가판대에는 관심도 없었는데 청년은 열심히 물건을 메 만지고 있는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여행을 가면 프렌차이즈가 아닌 현지의 상점에서 가급적 물건을 사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그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삶의 터전에 들어간 것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작은 기념품이라도 사려고 가판대를 몇 번이나 오갔지만 내가 살만한 물건이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차에 탔다. 아브라함의 미덕 가운데 하나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없이 물건을 구경하느라 한참을 있었는데도 재촉하지 않았다.


다시 출발을 했다. 가다가 주유소에 들러서 기름 넣는 것을 지켜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름값을 대충 계산해도 우리 돈 7만 원 이상을 넣는 것 같은데 우리에게 받은 비용은 너무 저렴해서 여행사 운영이 될까 하는 오지랖 넓은 걱정이었다.


우리는 오늘 중부 아틀라스를 넘어 지즈 계곡을 거쳐 마르주가에서 사막투어를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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