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와라 타너리
점심을 먹고 블루 게이트 앞에서 아브라함을 만났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가죽염색 공방인 슈와라 타너리(Chouara Tannery)이다. 블루 게이트에서 걸어갈 수도 있는 거리이다.
아브라함은 차를 가지고 친구와 함께 왔다. 차에서 내리는 아브라함이 반가워 우리는 환호를 보냈다. 친구는 부러운 듯 장난기 어린 몸짓을 한다.
페스의 날씨가 30도에 육박하는 더운 날씨라 차를 타고 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모로코 페스의 슈와라 타너리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가죽 염색장이다. 9세기부터 지금까지 같은 방식으로 가죽을 처리해 왔다.
가죽염색 공방이 모여있는 골목 입구에는 안내를 위해 공방 측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공방 입장료는 없다. 염색장을 방문 한 후 염색 가죽 제품을 파는 가게에 가서 물건을 구경하면 된다.
골목을 지나 가죽 제품 파는 공간을 거쳐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골목을 들어설 때부터 범상치 않은 냄새가 났다. 안내자가 생 민트잎을 주며 코에 대면 도움이 될라고 했다. 민트잎의 시원한 향 덕분에 냄새가 훨씬 덜 났다.
햇살이 내리쬐는 더운 날이었다. 그늘 없는 옥상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더웠다. 옥상에서 바라본 염색장의 모습은 마음을 복잡하게 했다.
원형의 염색통들이 벌집처럼 모여 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허리까지 잠긴 채 가죽을 다듬고 있었다. 어떠한 기계도 없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냄새가 지독한 것은 가죽을 부드럽게 하고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소와 비둘기의 배설물 때문이다.
작업자들은 모자도 마스크도 없이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일했다. 그들의 느리고 진지한 움직임을 보고 있자니 오랜 세월 이어온 노동의 내공이 느껴졌다.
모로코는 전통 가죽 염색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화학 염료와 비교해서 색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수백 년 이어 온 페스의 전통 가죽 품질을 지키려는 노력이다.
쉽지 않은 노동의 현장을 풍경으로 소비하지는 말자고 혼자 생각했다. 조심스럽게 사진 두 장을 찍었다.
가죽 제품을 파는 곳으로 갔다. 가죽으로 만든 많은 가방, 신발, 모자, 옷이 있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생산한 제품인데 가격이 비싸지 않아서 놀랐다. 작업장을 보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가죽 제품의 진짜 가치를 몰랐을 것이다.
페스의 가죽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은 색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란색과 주황색의 색감은 특별했다. 선명한 노란색이 눈에 아른거려 노란색 신발(뮬)을 하나 샀다. 가끔 신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신발이다.
밖으로 나오니 아브라함과 친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도 덥고 쉬고 싶어서 숙소로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저녁은 사가지고 가서 숙소에서 먹는 걸로 의견을 모았다.
아브라함이 맥주를 살 수 있는 까르푸가 근처에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모로코의 대형마트는 대부분 까르푸이다. 까르푸라고 모두 술을 파는 건 아니다.
모로코 까르푸의 주류 파는 매장은 일반 매장과 분리되어 있다. 모로코에 와서 처음으로 술이라는 걸 사봤다. 더운 날 시원한 맥주 한잔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이 이곳에서는 특별한 일이었다.
필요한 걸 사면서 아브라함이 친구와 한잔 할 것 같아서 맥주를 사주겠다고 했다. 아브라함은 사양하다가 음료수 두 개를 말하며 술은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산 술을 보더니 그렇게 술을 잘 마시냐며 놀란다. 네 명이서 캔맥주 다섯 개와 와인 한 병뿐이었는데.
숙소의 옥상 전망대에서 사가지고 온 것으로 저녁을 먹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여러 개의 모스크에서 나는 기도소리가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진다. 아침에 떠올랐던 태양이 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각자의 낭만에 젖어, 지는 해를 말없이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