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기
만나야 할 인연은 몇 번을 반복이 되서라도 만나고야 말았을 인연이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믿게 되었다.
이를테면 운명 같은 것. 놀라운 순간에 만나 서로의 귀인이 되어주는 일. 40년이 훌쩍 넘어 서로 에겐 아이들이 있고 각자의 하는 일이 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 속에서 몇 번의 이별을 반복하며 그런 후 점점 더 단단해졌다.
그러한 시간들 덕에 무엇이든 놓지 않고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이겨 낼 수 있는 나를 본다. 봄철 같은 첫 만남 이었다면 잠깐의 차가운 겨울을 한 움큼 지녔다가 다시금 덥디더운 여름이 시작될 때쯤 서로를 되찾게 되었다.
그간에 삶을 살아오며 모든 인간관계 앞에서 나는 늘 혼자 같았다. 삶을 환히 밝기로 하고 나는 오빠와의 만남을 나 스스로 인정하고 분리불안으로 힘들던 내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내게 남겨진 것이라고는 나 자신 혼자만 남았다는 것에서부터 오는 절망과 건방진 고요는, 나를 크게 웅크리게 했고 언제나 그랬듯 영원할 것만 같던 만남에는 마지막이 있다는 걸 불안해하기 시작했던 거 같다.
오빠와는 내가 크게 오해하지 않으면 다툼은 없었다. 마음의 불안함 때문에 나 혼자 생각하고 오빠를 판단해버려 마음의 초조가 믿음이라는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함께 게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던 것이었을까?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던 것일까? 오빠와의 인연을 운명이라 굳게 믿는 것 하나만으로도 다신 없을 안정이었다.
짧은 시간이었다면 짧겠지만, 서로가 서로의 온도가 되어 서로에게 따뜻한 온기가 되어 서로에게 스며드는 시간들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빠는 나를 어디든 데리고 다니려고 노력해주었다. 사별 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삶의 의미와 과거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방법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현재를 오롯이 오빠와 사계절을 타보기로 시작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서서히 스며 들어가는 시간들이 나중에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나는 내 가상처 받을 것에 먼저 두려움을 떨쳐 내지 못해 오빠의 마음을 믿지 않았던 거 같았다.
하지만 오빠가 싫었던 게 아니다. 나는 오빠가 너무 좋았고 오빠랑 함께 시간을 보내는 그 시간들이 너무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내 곁에 내편이 있는 느낌이 잠깐 나를 흔들어 놓기도 했었지만, 햇살을 구경하듯 오빠와 만남은 봄처럼 늘 따스했다.
이혼남과 사별여는 함께 여름휴가를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