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가도, 멈춘 건 아니니까
50세, 간호대 4학년의 하루
50세에 간호대 4학년이 되었다.
체력도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다.
하루가 다르게 몸이 먼저 반응을 하고
아침에 출근하면 손이 먼저 시리고,
오래 서 있으면 다리가 퉁퉁 붓고 묵직해진다.
우체국 창구에 앉아 번호표를 부르고
서류를 정리하고,
사람들의 사소하지만 절실한 하루를 받아낸다.
점심시간은 늘 짧다.
급하게 차 한 잔을 들고
책상 위 작은 거울을 힐끗 본다.
피곤한 얼굴이 비치지만
괜히 모른 척하고 다시 화면을 켠다.
집에 돌아오면
잠깐만 누워 있고 싶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잠들 수 있을 것 같지만
의학용어 단어장을 펼친다.
단어 하나 외우는 데
예전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어린 동기들은 금방 외워버리는데
난 몇 번을 봐야 하는지~
몸은 예전 같지 않다.
기억도 더디고,
속도도 느리다.
그래도 포기할 생각은 없다.
여기까지 온 내가 아까워서.
20대처럼 빠르게 달리지는 못한다.
대신 50살답게,
숨 고르며 끝까지 간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이렇게까지 해?”
나는 조용히 대답한다.
늦게 가도,
멈춘 건 아니니까.
오늘도 힘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