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사람만이 아는 공부의 무게

3교대 끝에 붙잡은, 나를 위한 선택

by beautyshin
엄마로 살다, 나로 살기 시작했다


나는 스무 살에 대학생이 아니었다.

교복을 벗자마자 삶으로 들어갔고,

공부 대신 생계를,

꿈 대신 책임을 먼저 배웠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먼저였고

하루를 버텨내는 일이 늘 우선이었다.

3교대 근무표에 맞춰 잠을 쪼개고

아이의 하루에 맞춰 나를 미뤘다.


그래서 지금,

나보다 한참 어린 친구들 사이에 앉아

다시 학생이 되어 있는 이 시간이

가끔은 낯설고,

솔직히 말하면 조금은 두렵다.


기억은 예전 같지 않고

하나를 외우면 하나를 잊는다.

밤새워 공부한 다음 날이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왜 이제야 시작했을까”라는 생각이

노트 여백처럼

자꾸만 남는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이 공부는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순서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수없이 망설인 끝에 내린 선택이었고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붙잡은 결심이었고

아이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한

작은 용기였다.


나는 안다.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는 걸.

늦게 시작했기에 더 절실하고

포기할 수 없기에

울면서도 다시 책을 폈다는 걸.


시험 하나에 마음이 무너지고

과제 하나에 밤을 새우면서도

다시 책을 펼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이번엔,

나를 포기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만학도라는 말은

늦었다는 뜻이 아니라

한 번 더 살아보겠다고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오늘도 느리고, 서툴고, 자주 잊지만

그래도 나는 여기까지 왔다.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하며,

포기하지 않고.


그리고 내일도

또 하루를 쌓을 것이다.


늦게 시작한 사람의 걸음은 느리다.

하지만 그 걸음에는

책임이 있고,

사랑이 있고,

버텨온 시간이 있다.


그래서

그 걸음은

무겁고,

아주 단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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