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해도 요가 잘만 가르칠 수 있구나.
주간백수부부 시즌7 41화 글쓴이 아내(망샘)
완연한 봄날인 요즘, 임신 13주 차에 접어들었다. 아직 컨디션이 좋아 요가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임신을 하면 요가를 못 가르칠 줄 알았다. 소위 말하는 ‘안정기’인 12주 전까지는 한 명 빼고는 모두가 요가를 하지 말라고 말렸다. 심지어 자연 출산으로 3명이나 낳은 친한 원장님도 말리셨다. 딱 한 명, <유퀴즈>에 출연해 ‘안정 빼고 다 하라’는 명언을 날려주신 다태아 출산 전문가 ‘갓’ 종관 교수님을 제외하고 말이다.
두 달 전에 처음 임신 사실을 알고 나서는 들어오는 수업 요청의 대부분을 보류했다. 우선 예약이 잡힌 수업만 임신부라고 양해를 구하고 진행했다. 임신은 처음이라 조심스러워 수업을 모두 닫았다.
그런데 막상 수업을 해보니 예전과 다른 건 없었다. 오히려 좋은 점이 생겼다. 몇 가지 시연 동작에 제약이 생기자 수강생들의 움직임을 더 유심히 보고 잡아줄 시간이 많아졌다. 설명을 잘하면 수업 진행은 충분했다. (하타 요가의 대부 한주훈 선생님은 90분 동안 의자에 앉아 단 하나의 시연도 없이 오로지 말로만 안내하신다)
무엇보다 수업을 마치면 나부터 생기가 돌았다. 수강생들이 전해주는 긍정적인 피드백과 에너지에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7주 차부터 입덧이 시작되고 아침은 속이 메스꺼운 편이었는데, 수업을 하고 나면 싹 가셨다. 비록 예전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하루에 수업 하나가 적당하다. 쌍둥이어서인지, 잘 먹어서 그런지, 벌써 제법 나온 배에 언제까지 수업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임신 후에도, 특히 남들이 만류하던 때에도 잘했으니 앞으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임신 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이어갈 수 있어서 행복하다.
좋아하는 취미가 일이 되고, 마음속에 있던 소망을 현실로 확장시키려는 요즘. 임신을 하면 일을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비록 쉬엄쉬엄 하느라 속도는 내지 못하지만 뚜벅뚜벅 나만의 속도로 가다 보면 뭐라도 돼있겠지.
또 한 번 나의 인생 모토를 되새긴다.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 된다.’ 생각만 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임신도 해보니까 걱정보다 입덧이 심하지 않았고, 아직까지는 일도 하고 있다. (입덧할 때 드라마처럼 변기 붙잡고 하루 종일 토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앞으로 나에게 남은 과제인 임신 후기, 출산, 육아, 그리고 일까지 막상 부딪히면 내 속도대로 잘 해낼 것이다. 그러니 닥치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걱정하는 대신 오늘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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