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하면서 배운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는 법
대학원 시절이 그랬다. 앞도 뒤도 보이지 않었던 시기.. 무언가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 그 줄의 끝에서 무엇을 파는지도 모르고 줄을 슨거 같은 시기.. 점점 내 뒤에 줄 슨 후배의 수가 내 앞으로 이 줄에 서 있던 선배의 수보다 많아질 때쯤 난 무엇을 위해 이 줄을 섰는지조차 기억에 없고 줄의 끝에 갈 수 있을지 안 보였다. 포기하거 싶었지만 지금까지 쓴 과거가 아까워 미래를 포기해 버리고 있던 시기였다. 옆에 같이 웃으며 서 있던 천재같은 친구들은 이미 떠난 버린 자리에서 지친 나에게 누군가 알려주어 시작하게 된 마라톤이란 운동.. 이 운동은 나에게 단순히 건강 이상의 것을 알려줬고 그 덕에 난 그 긴 터널을 무사히 걸어나 올 수 있었다.
마라톤이란 운동의 목적은 기록이 아니라 완주다. 물론 마라토너에게는 아니겠지만 나같은 이에게 기록은 무의미했다. 이런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해야할 제 1 법칙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신의 경기를 하라는 것이다. 첫 하프 마라톤때의 일이다. 70대의 할아버지가 나보다 앞으로 뛰어나가셨다. 20대인데.. 저런 흰머리 할아버지에게는 뒤쳐지면 쪽 팔린데..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 이런 생각이 머리에 스치면서 어떡게든 그 할아바지를 이기고자 했다. 곧 난 지쳤고 한동안을 뛰지 못 하고 걸어야 했다. 겉모습보단 경험과 능력에 따라 존재하는 나의 페이스를 알지 못 하고 남의 시선때문에 오버페이스를 하면 곧 포기하게 된다. 대학원도 회사도 그랬다. 남과 비교하면 페이스를 잃게 되고 페이스를 잃으면 곧 포기하게 되어 있다. 남이 좋은 논문을 쓰고 졸업을 하고 그런 것보다 내 호흡으로 내 연구를 진행해야 결과가 나온다. 급히 억지로 쓴 논문에는 언제나 실수가 있어 오히려 내 연구때문이 아닌 실수로 리젝을 당하게 되었다.
두번째 법칙은 42.195킬로미터 혹은 하프마라톤 21. 095킬로 미터의 숫자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과정을 머리에 그릴 수 있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골 지점만 보고 달리기엔 하프 두시간 풀코스 대여섯시간은 짧지 않았다. 하프의 경우 한시간을 뛰어도 한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였다. 짜증만 났다. 준비를 완벽하지 못 했기에 더 화가 났었다. 왜 이걸 했을까... 왜 이리도 길까.. 그런데 알고보면 마라톤도 그렇지만 인생도 준비가 완벽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늘 짜증이 났다. 그런데 알고 보면 10킬로나 잘 갔던 것이였다. 그걸 모르고 찌증만 냈던거다. 남들보다 좀 늦게 저널 논문이 나왔지만 난 나대로 좋은 학회 논문을 쓰고 준비가 완벽하진 못 했지만 나대로 골을 향해 가고 있었던 거였다. 단지 좀 지쳐서 그걸 몰랐던 거 뿐이였다. 각 과정을 알고 즐길 수 있다면.. 목적지까지 더 쉽게 완주할 수 있었다. 하프 마라톤의 경우 17킬로 지점에서 꼭 위기가 왔다. 다리는 무거웠고 연습 부족과 많은 몸무게로 무릎에 무리가 오는 시기였다. 그러나 몇번의 경험을 통해 그갈 안 이후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그것만 지나면 완주를 할 수 있다는 걸 알기에 즐겁게 그 고통을 지나보냈다. 논문 작업도 그랬다. 마지막 과정은 늘 힘들었다. 몇십번의 탈고끝에야 논문이 나왔다. 그 때마다 힘들다기 보다 당연한 과정이라 생각하니 더 편해졌다.
세번째 법칙은 작은 것.. 일상적인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육을 키우는 것과는 달랐다. 10번 1세트씩 몇세트 하는 운동과는 달랐다. 같은 동작을 수만번 해야 하는 운동. 신발 안의 작은 돌 하나가 얼마나 아픈지 알게 되는 운동. 작은 버릇 하나가 어깨 통증을 유발하고 그냥 옷과 살과의 쓸림이 피가 나는 상처를 유발하는 운동.. 인생도 그랬다. 로또같은 인생은 별로 없었다. 작은 버릇이 시작되어 큰 실패로 끝나고, 작은 고민이 쌓여야 문제를 풀수 있었다. 매일하는 작은 버릇 하나가 모여 일년후 십년후엔 큰 자산이 되어 있다. 작은 동작 하나 작은 버릇 하나를 바르게 많이 반복할 수 있는 것이 완주의 비결이였다. 로또같은 아이디어는 늘 학회 논문에서.. 회사에서도 아이디어로 끝이 났다. 저널로 상품으로 가기엔 수많은 문제를 보였다. 작은 것을 하나하나 가다듬어야 했다. 사소해 보이는 수정 작업을 몇십번 몇백벚해야 했다. 그것에 집중할 수 있어야 했다. 인생이란게 그런게 아닐까 싶다.
대학원이란 작은 경주를 완주해보고 느꼈다. 긴 인생도 몇시간짜리 마라톤도 같다는걸..
요즘들어 졸업한지 몇년되지도 않았는데 그걸 자꾸 까먹어 글로 남겨본다.
다시 달리고 싶지만... 작은 부상때문에 쉬고 있지만.. 그렇다고 인생을 쉬고 있는 것도 아닌데 배운 것들을 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