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승희 Nov 22. 2023

질문 있는 핵개인으로 살아가기, 송길영

[이승희의 질문노트] '시대예보 : 핵개인의 시대' 송길영 작가

'이승희의 질문노트'


 일상에서 떠오른 질문들을 적은 질문노트가 있다. 쭉쭉 써 내려갈 때도 있지만 어떤 실마리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간이 흐르면 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괜히 조급해질 때면 다른 사람에게 묻고 싶어 진다. 평소에 늘 자신만의 질문을 품고 있는 ‘질문 있는 사람’에게. 그들의 답이 나의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좋은 방향타가 되어줄 거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합니다. 이 시대의 ‘질문 있는 사람’에게 묻는, 이승희의 질문노트.  





최근 ‘시대예보'라는 큰 주제 아래 ‘핵개인'이라는 키워드를 던져주신 분이 있다. 바로 송길영 작가이다. 데이터에서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이자 무려 4권의 책을 쓴 송길영 작가님은 이번 책에서 핵개인의 탄생을 알렸다. 핵개인이란 무엇일까? 어제 교보문고에서 진행하는 랜선팬싸에서 핵개인에 대해서, 그리고 이 시대에 필요한 질문에 대해서 질문을 해보았다. 





우리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잘 살 수 있을까?


숭 : 그중에서도 생성형 AI가 우리 일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알고 싶어요. 송길영 작가님의 신간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도 AI를 자주 언급하셨는데 결국 일 이야기잖아요. 마케터 입장에서 챗 GPT 같은 생성형 AI를 보면 기대가 되는 한편, 저희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을까 불안하긴 합니다. 글도, 카피도 이제 AI가 다 써주고 있거든요. 

송길영 : 사실, 이 부분이 책을 쓸 때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였어요. 우리가 일을 바꾸면 삶이 바뀌니까요. 그런데 이런 현상에는 명과 암,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있어요. 암은 AI가 내 일을 대신할 수 있을 거 같다는 거고, 명은 내 수고로움을 덜어줄 거라는 기대죠. 보통 일을 할 때 시작하기도 전에 한숨이 나오는 수고로움이 있잖아요. 그런 수고로움을 이제는 AI나 여러 툴이 덜어줄 수 있는 거죠. 그다음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 신경 못 썼던 일들을 깊게 고민해 보는 거예요. 

내 일이 없어진다고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처음부터 그 일을 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높은 생각과 새로운 각오를 바탕으로 좀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내 일이 확장되는 것이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숭 :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지는 일들이 있지 않을까요?

송길영 : 그건 이제껏 많은 분들이 ‘수고로움'에 해당하는 일들을 해온 거고, 더 큰 기회를 드리지 못한 거라고 볼 수 있겠죠. 당연히 우리는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될 겁니다. 



숭 :  무엇보다 취업을 준비하는 분들이 일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더라고요. 시대가 이렇게 빨리 바뀌는데, 취업하려면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송길영 : 이 부분은 이제껏 우리가 합의를 어떻게 해왔는가 하면, “훌륭한 분들을 모셔서 어떤 일을 하실 건지 알려드릴 거니까, 오셔서 착실히 준비하고 정해준 트랙을 따라가면 됩니다”라고 했죠. 긴 호흡으로 봤던 거죠. 하지만 이제는 “그 정도의 일은 자동화시키죠.”라는 분위기로 바뀌었어요. 깊은 생각을 하는 분들이 필요한 거죠. 그 이유는 수고스러운 일들을 기계가 해주기 때문이에요. 발전이 그만큼 빨라진 거죠. 


제가 분명 7년쯤 전에 ‘공채도 사라질 거고, 순환보직도 사라질 거예요’라고 했는데 안 듣고 있다가 이제 피부로 느끼시는 거죠. 일어날 일은 일어납니다. 5년이나 10년 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날 거예요. 물론 어떤 쪽은 변화가 빠르고, 어떤 쪽은 느릴 수 있겠죠. 아무래도 경쟁의 추이가 좀 약하고, 법률이나 각종 프로세스가 규정된 곳은 일의 규칙을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리죠. 하지만 어디든 바뀝니다. 그래서 일어날 일은 미리 준비하셔야 한다고 봅니다.  


숭 : 마케터를 준비하는 분들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송길영 : 저도 그 일을 많이 도왔기 때문에 말씀드려 보면, 우리가 예전에는 마케팅을 신문, 잡지, TV, 라디오라는 4대 매체로 바라봤어요. 말하자면 미디어 믹스죠. 크리에이티브는 미디어에 맞게 만드는 거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기간은 8~12주고, 연말에 매출 평가를 했죠. 지금은 어떤가요. 모든 게 초 단위로 나오죠. 프로그래밍해서 나오고 A/B테스트도 기계가 다 하죠. 이 모든 게 자동화될 만큼 이미 기술이 적용되어 있어요. 대신 리테일 미디어가 뜨죠. 브랜드가 팝업 스토어를 만들어놓고 고객이 와서 그 역사, 헤리티지를 본 후에 인스타그램에 인증해서 올리면 컬래버레이션한 결과가 자산으로 남게 되죠. 이 역시 최근에 나온 방식이죠. 항상 모든 건 바뀌어요. 보는 게, 느끼는 게, 경험하는 게 바뀌기에 늘 수용하는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럼 일단 태세는 갖춘 거니까, 계속 연계된 새로운 정보를 얻고, 가치 체계에 사상시키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단련해야죠. 



『질문 있는 사람』 질문 中에서 

숭 : 마케터나 크리에이터는 레퍼런스를 찾아야 하는데 얼마나 찾고 어디까지 활용해야 할까요? 자기 거를 어떻게 찾아나가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송길영 : 누군가는 크리에이티브를 ‘문제를 찾고 세밀하게 정리하고 그것을 몇 번이고 깎아나가는 거’라 정의해요. 누군가는 다 훔쳐오는 거라고 하죠. 다만 그 레퍼런스를 동종업계에서 훔쳐오면 그건 도둑이고, 이종업계에서 훔쳐오면 창조할 때 오마주하는 거죠. 


이 모든 건 전부 내 안에 답이 있어요. 나의 기여가 그 위에 올라갈 것인가, 그렇지 않고 그걸 그냥 가져와서 전시하거나 전체를 바꾸는 것에 그쳤는지는 내가 알고 있어요. 창의의 기여도가 있다면 창조의 오마주로 쓴 것이고, 그렇지 않고 병렬적으로 가져오면 이렇다 할 의미가 없는 거죠.  



숭 : 꼭 드리고 싶었던 질문이에요. 요즘 송길영 작가님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나요?

송길영 : 삶의 라이프 스테이지에 따라서 중요한 가치들이 바뀌죠. 열심히 일하셨던 분들은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모드로 가시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빈곤했던 분들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죠. 작용과 반작용의 문제고, 저는 이제껏 펼치고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잖아요. 그래서, 많은 걸 정리해서 좀 더 깊은 형태로 채록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카이빙도 하고, 제 생각의 정수를 뽑아내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숭 : 작가님의 일상을 바꾸는 좋은 질문이 있나요?

송길영 : 저는 운 좋게도 좋은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습니다. 개인이나 조직의 문제들도 들여다보고, 그런 질문들을 많이 받죠. 가령, 저희가 패션업을 하고 있는데 예전에는 매체나 룩북을 통해서 우리를 알렸다면, 요즘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같은 질문입니다. 요즘 브랜드는 매장을 넘어서 쇼룸을 만들고, 예술가와 콜라보를 하죠. 상품을 뛰어넘는 문화충격을 줘야 하니 점점 위로 올라가는 거죠. 매장 만드는 과정 자체가 예술과의 콜라보고, 제가 같이 공부하고 만들어나갔는데 그 과정이 엄청나게 흥미롭고 큰 문화적 형태의 영감을 줍니다. 예술가와 패션업이 만나면 엄청 서로 존중하고, 조심스럽게 부탁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면 질문을 많이 받죠. 익과 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바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이고, 아름답죠. 진심이 만나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익과 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올바름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하는 질문들이고, 아름답죠. 진심이 만나면 정말 아름답습니다. 


숭 : 많이 바쁘실 텐데 개인적으로 시간관리, 일정관리 방법이 있나요?

송 : 시간을 쓸 수 있는 만큼만 일을 합니다. 다행인 점이라면 저는 좋아하는 취미를 업으로 만든 케이스예요. 제 경우에는 취미와 업, 좋아하는 일이 일치하고, 이 시간을 전체로 쓸 수 있어요. 

스케줄에 따라서 루틴도 그렇게 달라져요. 내일 아침에는 6시 50분까지 조찬 강연 때문에 명동에 가 있어야 해서, 새벽같이 일어나야 해요. 일을 많이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원해서 한 일이잖아요. 일과 삶의 분리를 생각하지 않기에, 이걸 일이 아닌 공부라 생각합니다. 자기 주도적이라는 게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잖아요. 



숭 : 평소 정보수집이나 기록을 많이 할 것 같은데, 무엇을 주로 기록하고 저장하나요?

송길영 : 저는 우선 보는 게 워낙 많으니, 보는 것에서 캡처해 두는 기록은 무조건 합니다. 저에게 추천사를 써야 하는 책들이 꽤 많이 와요. 그걸 제가 보고 추천이 필요한 거면 하고, 아니면 안 해요. 대신 다 읽으니까 중요한 문장들은 끌어와서 워드파일에 넣어둡니다.  


일상적으로는 핸드폰을 들고 다니다가 대화를 나누다가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적어요. 무심결에 상대방이 한 말인데 깨달음을 얻었으면 그냥 남기거나, 유니크한 관점이 있으면 바로 남깁니다. 깨달음은 기록해두지 못하면 바로 날아가기 때문에 그때의 맥락을 고려해서 기록하는 게 중요하죠. 



숭 : 보고 경험해야 하는 게 너무 많은 요즘, 어떤 기준으로 선별하시나요?

송길영  : 알고리즘이 이미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서 주기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편향이 생길 수 있어요. 그래서 계정을 분리하거나 함께 연구하는 분들에게 추천받는 건 봅니다. 그런데 감도가 정말 좋은 분들이 주는 거는 꼭 봐야 합니다. 이런 분들은 결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분들이 주는 건 꼭 봐야 하죠. 다만 좋은 콘텐츠를 다 볼 수는 없으니, 추천해 주는 걸 보다가 그 안에서 패턴을 발견하면 또다시 새롭게 탐색하는 작업을 하는 겁니다. 



숭 : 네이버나 구글에 ‘송길영’을 검색해 보시나요? 검색했을 때 연관검색어로 나왔으면 3가지가 있다면요?

송길영 : 검색은 최대한 안 하려고 하지만 이따금 합니다. 아무래도 인간이 부정적인 평에 상처를 안 받을 수는 없잖아요. 맹목적인 비난은 괜찮은데, ‘어 이거 어떻게 알았지?’ 하는 연유가 있는 비난에는 상처를 받습니다.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보려고 검색해 보긴 하죠. 저를 검색했을 때 연관검색어로 나왔으면 하는 3가지를 말하면, 처음은 작가예요. 두 번째는 마인드 마이너고, 지금은 핵개인이요. 4번째 연관검색어는 아마 긴 머리겠죠. 데이터는 수단이고, 수단이 제 업을 수식하는 건 너무 슬프잖아요. 



숭 : 작가님이 사회초년생인 송길영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송길영 : 우선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가정이라도 해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우선 제가 지금 하는 일을 너무 좋아하는데, 정말 많은 우연이 겹쳐서 시작한 일이라서 못 돌아갈 거 같아요. 굳이 돌아가서 저에게 말해준다면,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는 하고 싶은 대로는 못했지만 뭘 하고 싶은지는 찾았던 거 같거든요. 그래서 운 좋게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되었는데, 사회초년생으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걸 찾아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랜선팬싸 풀영상은 아래 유튜브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며 '모든 순간이 우연이었다.'라고 말하는 송길영 작가님을 보며, 핵개인이란 모든 우연에도 거침없이 정면돌파하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송길영 작가님이 했던 인상적이었던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무리해본다. 


"우린 다 두렵죠. 나를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의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두렵습니다. 내가 아직 설익었는데 내가 하는 것이 치기 어리거나 그만큼의 밀도가 안될까 봐 두렵죠. 하지만 미숙하더라도 해야죠. 그 대신 나아져야죠. 우리는 여정에 있습니다. 인생은 굉장히 길고요. 그사이 우리는 숱한 스승을 만날 거예요. 한 스승에게 전체를 모사하는 게 아니라 이 스승에게는 이 초식을 배우는 거예요. 그다음에 우리는 또 떠나는 겁니다."



*송길영
송길영은 시대의 마음을 캐는 마인드 마이너(Mind Miner)이다. 사람들의 일상적 기록을 관찰하며 현상의 연유를 탐색하고 그들이 찾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20여 년간 해왔다. 개인들의 행동은 무리와의 상호작용과 환경의 적응으로부터 도출됨을 이해하고, 그 합의와 변천에 대해 알리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깊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영감을 받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저서로 《여기에 당신의 욕망이 보인다》, 《상상하지 말라》, 《그냥 하지 말라》가 있다.



*시대예보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09151495


*질문 있는 사람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0710570




이전 06화 질문은 나를 ‘알아차리는’ 힘이다, 최인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