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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Nov 08. 2023

춘천

어제 급히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뒷자리에 앉아 폰에 있는 그녀와의 예전 사진들을 뒤적거리며 추억에 잠겼다. 그날 몰래 촬영했던 그녀의 수줍은 모습이 남아 있었다.


저기 식당 보여요?

어디?

저...기..

어디?

자 내가 가르키는 검지 손가락 끝을 잘-봐요. 봐봐요. 그럼 보일거에요.

보여요? 보여요?

...


다케미치는 그녀가 가르키는 검지를 보지 않고 있다. 그의 눈동자는 취기에 홍조를 띈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정말 재미난 것을 찾은것 마냥 동공을 크게 띄고 검지를 조금씩 움직였다.


보여요?

어.. 안보이는데..

에이 벌써 지나갔잖아요. 잘 보라니까요.

근데 뭘 보여주려고 한거데?

제가 알바하는 식당인데, 거기 오뎅이 정말 맛있거든요. 저 거기서 사케에 오뎅국이면 정말 행복하게만 느껴지거든요. 언제 우리 같이 가요. 제가 소개 시켜주고 싶은 이모님도 있어요.


우리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있어 나의 존재가 조금은 가깝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이후 나의 대학시절은 그 식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그녀를 보기 위해 곧장 달려갔고, 그녀를 도와 홀 서빙을 하는 날도 많았다. 이모님은 우리가 잘 어울린다며 나중에 꼭 함께 하라는 말도 자주 해주셨었다.


어제 저녁 켄과 그런 추억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 취하고 싶었지만 왠일인지 취하지는 않았다. 평소의 주량보다는 더 마신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출근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십니까.


아침 출근은 항상 밝은 인사로 시작된다. 다들 밝게 반겨준다.


다케미치. 어제 술한잔 했어? 오늘 얼굴을 좀 피곤해 보이네.

어떻게 아셨어요. 조금요. 취할정도는 아닌데, 티가 나나봐요. 헤..

우리 오늘도 힘차게 시작해야 하니까. 다같이 커피 한잔할까? 물론 담배도 하나. 오케이?

네. 좋습니다.


탕비실 옆. 흡연부스는 이내 하얀 연기로 가득하다. 전날 퇴근후의 일상을 공유하기도 하고 평소의 고민거리고 공유하는 이 시간은 흡연부스로 들어노는 햇살이 더해 포근함으로 가득하게 느껴진다.


다케미치. 이번 출장 준비는 잘되고 있어? 이번에 한국의 춘천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나?

네 맞아요. 이래 저래 준비는 하는데 뭐 딱히 할만게 없긴 해요. 그냥 옷가지 몇벌이랑 제 몸만 가면 되니까. 어차피 호텔에서 생활할거라 그렇게 준비는 하지 않고 있어요.

근데 춘천 가봤어? 난 십년전쯤 그곳에 잠시 발령 받아 일해본적이 있거든. 도시 전체가 조용하니 난 좋더라고 아마 다케미치도 마음에 들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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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으로 보이는 구름과 하늘이 내가 살던곳과 다들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의 햇살처럼 이곳의 햇살도 따뜻하고 평화로워 보였다. 공항엔 거래처의 직원이 마중을 나와 주었다. 타케미치라는 펫말을 들은 그는 감색 양복에 자주색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오시느라 피곤하시죠? 제가 차를 준비해두었으니 그곳으로 가시죠.


우리의 차는 한강을 따라 서울을 관통해서 춘천으로 향했다. 계절이 가을로 가는 시기라 그런지 고속도로 멀리 보이는 산들이 울긋불긋한 색을 띄고 있었다. 몽실몽실한 모습이 햇살과 잘 어울려 차안에서 창을 보다 이내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타케미치상, 도착했습니다.

배고프시죠? 우선 식사라도 해야 하니, 춘천에서 유명한 닭갈비란 음식이 있는데 그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닭갈비란 음식은 처음 먹어본다. 한국의 여느 음식과 마찬가지로 붉은 색을 띄고 있으며, 겉으로 보기엔 매워보이는 음식같았다. 아마 얼마전 회식으로 한국식당에서 먹은 돼지 갈비와는 조금 다른 비쥬얼을 띄고 있었다.


여기 고구가마 다 익으면 먹어도 되는 겁니다. 이렇게 젓가락으로 찍어보면 고구마가 익었는지 안익었는지 알 수 있어요. 보니 이제 드셔도 될것 같습니다.


젓가락으로 닭갈비 한점을 집었다.


타케미치상 잠시만요. 닭갈비 드시는 방법을 알려드릴께요. 우선 이 상추에 닭갈비 한점을 올리고, 여기 보면 흰게 떡입니다. 떡도 올리고, 양배추와 고구마등의 야채를 함께 올린 후, 쌈장을 한점 찍어 올립니다. 그리고 이렇게 상추를 보자기 싸듯이 접어서 한입에 드시면 되요. 물론 먼저 소주를 한잔 하신후 드시면 더 좋습니다.


우린 소심한 건배를 하고 그가 가르쳐준데로 쌈을 싸서 한입에 넣었다. 입안에 퍼지는 양념장과 잘 익은 닭갈비, 떡등의 식감과 맛이 조화로운 느낌의 맛이었다. 정말 맛있어다. 특히 이 투명하고 차디찬 소주는 한국의 음식과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식당에서 회식을 할때면 항상 소주와 함께 했었는데, 모든 음식과 잘 어울렸다. 그리고 피곤해서인지 얼마 후 졸리기 시작했다.


숙소는 호수가 바라보이는 한 호텔이었다. 넥타이를 풀고 침대에 누웠다. 천장은 단조롭고 공기도 단조로운 느낌이었다. 움질일때 침대보의 바스락 소리가 났다. 그냥 잠시 멍하니 생각을 하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꿈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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