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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쵸 Apr 12. 2024

발가락

홋카이도의 루모이항은 청어잡이로 유명한 항구입니다. 몇 세대 전부터 어부로 살아 온 코네모가의 첫째 아들 코네모 우라이는 오늘도 청어를 잡으러 새벽부터 나섭니다. 새벽에 그물을 치기 위해 차디찬 바닷바람을 가로질러 나설 때면 어제와 같은 바람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날이 그런 날이었습니다.


우라이는 여느 때처럼 검정 긴 장화와 긴 장갑을 착용하고 그물을 끌어올렸습니다. 순간 그물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어떠한 고기 한 마리가 그의 장화 위로 떨어졌습니다. 순간 날카로운 지느러미가 그의 장화를 뚫고 발가락을 찌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물고기는 배바닥에 퍼덕퍼덕거리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이내 찡그러졌습니다. 그 고기가 청어인지 어떤 종류의 물고기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였습니다.


고기잡이를 마친 후 집에 돌아와 어머니에게 발가락 상처를 보여드렸습니다. 우라이의 어머니는 빨간약을 살살 바르며 밴드를 붙여주었습니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그의 얼굴은 이미 다 나은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며칠만 어부잡이를 쉬는 것은 어떻겠냐 물었지만 그는 괜찮다며 더 큰 미소를 지어 보냈습니다. 며칠뒤면 어머니의 생신이 돌아오기에 우라이는 조금만 더 열심히 해서 어머니께 반지를 선물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집안이 가난해 결혼반지로 가지고 있던 패물을 수년 전 전당포에 맡긴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기 때문입니다.


다음날은 차디찬 바람뿐만 아니라 약간의 비도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기운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차디찬 바람도 비 때문도 아닌 발가락의 상처로 인해 불편함이 낯선 하루의 시작을 느꼈습니다. 


작은 배에서 일을 하는 하루동안 그는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밴드로 붙여진 발의 미세한 통증으로 인해 다른 쪽 발에 힘을 주게 되고 자세는 조금 기우뚱하게 있다 보니 전신의 피로가 여느 때보다 심했습니다. 점심을 먹으려고 배의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계속 신경 쓰이는 발가락을 쳐다보았습니다. 장화를 벗고 밴드를 떼어 보았습니다. 발가락이 퉁퉁 붓고 곪아 있었습니다. 하룻 사이에 이렇게 심해진 발가락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랐습니다. 발가락 사이에 하얀 구더기가 있었습니다. 그는 놀라고 걱정스러웠습니다. 발이 썩어 가는 건가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더기가 발가락 사이에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가락을 건드려 보았지만 아무런 느낌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더욱 걱정이었습니다. 다시 장화를 신고 일이 끝나길 기다렸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 어머니는 거의 발가락을 보고 다시 말했습니다. 조금만 쉬고 내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했습니다. 발가락은 그에게 크게 문제 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머니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죄송하고 미안했습니다. 조금 뒤면 어머니의 생신인데 아들인 그가 이런 일로 일을 쉬는 게 타당치 않다고 생각하는 우라이였습니다.


그날 밤 우리이는 잠을 들지 못했습니다. 발가락의 통증 때문인지 깊게 잠이 들지 못하고 계속 깨어나기를 반복했습니다. 다음 날 꼭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았습니다. 


새벽별이 뜨기 시작할 즈음 발가락 밴드 사이로 하얀 구더기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우라이는 잠결에 그 움직임을 느꼈는지 발가락을 조물딱 조물딱 하곤 이내 바로 다시 곤히 잠이 들었습니다. 하얀 생명체가 보는 새벽하늘의 모습이 창가로 선명히 보였습니다. 아마도 처음 보는 새벽별인 듯싶습니다. 날카롭게 반짝이는 별의 모습에 넋을 잃고 쳐다보았습니다. 순간 하늘에 유성 하나가 떨어지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내 눈을 감고 인간들의 모습들처럼 두 손 모아 기도를 했습니다. 유성은 잠시 동안의 모습이었지만, 기도의 시간은 몇 시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지난 후 두 손을 내리고 눈을 떠 창문 쪽을 보았습니다. 하늘은 해가 뜨려는지 조금은 붉은 기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체는 밴드를 나와 하늘로 높이 높이 나르기 시작합니다. 높은 하늘에서 바라본 우라이의 집은 아담하고 작았습니다. 오른쪽 마당의 벚나무도 예쁘게 꽃이 피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벚꽃들도 하얀 생명체처럼 하늘을 나비처럼 날아갈 것입니다. 그렇게 하늘로 멀리멀리 올라갔습니다. 


눈을 뜬 우라이는 꿈을 꾸었나 봅니다. 우라이는 신기하게 생각했습니다. 발가락의 밴드가 풀려 있었습니다. 얼마동안 같이 함께한 작고 하얀 구더기의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꿈에서 본 창가를 향해 고개를 돌려봅니다.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햇살이 방 안으로 길게 뻗어 들어옵니다. 평소보다 많이 늦잠을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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