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인문서를 살펴보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인기가 여전하다. 삶에 대한 지혜와 사람의 마음에 관한 질문을 던져주는 책이 순위권에 있다. 1년여 넘게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드는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보면, 철학서의 '스테디셀러화'도 나타나고 있다.
고전의 경우에도 원전을 그대로 해석한 책보다는 '불안할 때 읽는 논어' '오십에 읽는 논어' 등 현실과의 연결고리를 관찰해서 진입장벽을 낮추고, 고전이 주는 지혜를 일상에 접목하고 있다. 인식과 생각을 재해석하는 책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는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 지성 파스칼 브뤼크네르가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인용해 사랑, 욕망 등 나이가 들면서 포기하게 되는 것들에 대해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읽는 내내 저자가 이야기하는 나이 듦에 대한 솔직함과 희망찬 철학은 흥미로운 감동을 준다.
'노년' 그리고 '나이 듦'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삶의 구경꾼' '현명한 포기' '삶의 지혜' 등 욕망과는 거리가 먼 단어들을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은 시간을 바라보면서 나이 듦 그리고 노년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형성하게 한다.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 듦의 새로운 태도는 단순하고 명쾌하다. ‘많은 나이’ 가 소중하고 아름답고 할 일이 많으며, 인생의 시계를 늦추는 방법은 '욕망의 역동성' 안에 머무르는 것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새로운 철학과 지적 통찰이 기분 좋게 뒤통수를 때리는 느낌이다. '삶은 영원한 도입부' '생이 짧으면 치열하게 살 이유가 생긴다'라는 책 속의 아포리즘은 노년의 시간을 기회로 반짝이는 인생이라는 새로움으로 표현된다.
철학자 폴 발레리는 "자기 삶 이외 다른 삶을 두루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결국 자기 삶도 살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년과 고령화라는 담론에 방향성을 주는 이야기다.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라는 저자의 거침없이 던져주는 사유에 가슴이 뜨거워진다.
일상이 회복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출장으로 기차를 자주 이용하는데, 2년여만에 기차역의 새로운 모습도 마주했다. 코로나 방역 부스 및 인력들도 보이지 않았다. 출입구를 지나면서 한층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초록색 나뭇잎이 가득한 시내 가로수길을 이동할때에는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삶이라는 이 눈부신 기적에 감탄할 수 있다면, 그 일상은 시시함이 아니라 찬란함이 된다. 나이는 하나의 이정표이며 욕망과 또 다른 변화를 꿈꿀 수 있는 각자에게 위대한 과제를 주는 느낌이다. 인생의 계절에서 새봄을 꿈꾸고 겨울을 최대한 늦게 맞이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게 그리고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분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될듯하다.
소개도서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