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가 된 일의 미래 : Future of Work 2
잠시 끝나고 지나갈 것 같던 코로나 팬더믹이 일 년이 넘게 이어져서 이제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는 언젠가 끝날 것이고 다시 과거의 일상으로 회귀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예전과 똑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그대로일 것인가?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아예 통제가 된 것은 아마도 MZ세대라면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항상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녔던 것은 아니었다. 전 국민의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는 1989년 1월 1일부터 시행했으니 3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작년과 올해 신혼여행지로 다시 제주도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겠지만 50~60대 들에겐 대부분이 제주도가 신혼여행지였다. 30여 년 만에 다시 반복된 이런 상황이 코로나가 종결된다면 해외여행이 과연 줄어들까? 미국의 여행 관련 주식들, 예를 들어 항공사, 여행 예약, 크루즈, 호텔과 카지노 관련 주식의 주가는 코로나가 종식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코로나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반등하고 있다. 아마도 그동안 못해왔던 그리고 강제로 참을 수밖에 없었던 여행의 욕구는, 보복 소비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경제의 선행지수인 주식시장의 관련 주가에 미리 반영된 것이다.
여행이 과연 코로나 이전과 같은 여행이 될 것인가? 글쎄 이 부분은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다. 우선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감염자들이 급격하게 줄어들면 방역에 성공한 국가들끼리 상호 간에 인정하는 백신 여권을 가진 사람들에 한해서 자유여행을 조심스럽게 허용할 것이다. 전 세계의 자유스러운 통행과 여행은 지금부터 몇 년이 더 지나야 가능할지도 모른다. 선진국들이 백신을 통해 집단면역이 생기더라도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까지 집단면역이 생기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들이 여행을 간다면 가장 근거리인 일본, 중국 그리고 동남아시아가 아마도 가장 수요가 많은 국가들일 것이다. 여행의 타입은 어떻게 될 것일까? 패키지여행으로 관광지만 돌고 오는 여행은 이미 코로나 이전에도 감소해 왔었다.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는 해외여행의 경험이 적었기 때문에 패키지여행이 편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진국이 되어가며 이제 어디서나 연결이 가능한 인터넷과 스마트폰, 에어비앤비, 우버 등 공유경제의 활성화는 자유여행을 촉진시켰다. 포스트 코로나에는 아마도 이런 자유여행이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제 앱으로 간단히 예약하고 여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만 줄을 서며 찾아다니는 것은 코로나가 끝나도 역시 조심스러워 지기 때문에 본인 일행만의 여행지와 스케줄로 자유여행을 더 많이 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호텔과 리조트와 같은 집합공간 보다는 에어비앤비를 통한 개별공간 예약이 훨씬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코로나로 다시 조명받기 시작한 여행 키워드인 워케이션(workation)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워케이션이란 ‘WORK’와 ‘VACATION’의 합성어로 장기간 여행지에 머무르며 일하는 업무 혹은 여행 형태를 뜻한다.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가 보편화·장기화되면서 일터와 집의 경계가 무너지고 원격근무가 체계를 잡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과 집을 떠나고 싶은 욕구가 맞물려 일과 여가시간을 적절하게 결합한 장기 여행이 증가했다. 에어비앤비에서도 장기 숙박에 대한 예약이 많아진 것도 이런 현상의 결과이다. 사실 워케이션은 코로나 발생으로 새로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워케이션의 본래 개념은 휴가지에서의 업무를 인정하여 급여를 지급하는 근무제도이다. 이는 노동력 부족과 장시간 노동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미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에서도 2016년경부터 점차 도입돼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일본항공(JAL)은 2017년부터 워케이션을 도입해 연간 최대 5일까지 휴가지에서 근무하는 것을 허용했다. 일정 시간 동안 여행지에서 업무를 하고 업무 시간과 내용 등을 회사에 보고하면, 이를 유급휴가가 아닌 정상근무로 인정해주는 것이다.
국내에서 워케이션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나타난다. 에어비앤비가 코로나 첫해인 2020년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인 101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가능하기만 하다면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면서 휴가와 같은 분위기를 즐기는 ‘워케이션(workation)’을 시도해 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회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일하는 데 있어 가장 매력적인 요소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51%가 ‘일상과 다른 풍경 속에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아울러 워크 라이프 밸런스, 즉 ‘일과 삶의 조화를 높일 수 있다’는 중복 답변도 50%였다. 응답자의 31%는 현재 재택 또는 원격 근무를 하고 있거나 이에 대한 선택권이 있다고 답했다. 원격 근무 시 살아볼 만한 장소로는 74%가 국내의 해안가나 지방을 꼽았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 사람들의 접촉을 통제할 수 있고 예약객에게 전용 공간을 제공하는 독채가 2021년 가장 선호하는 공간 유형에 올랐다. 오두막집이나 시골집처럼 인적이 드문 숙소는 상위 5개 숙소 유형에 진입했다. 에어비앤비는 자사가 보유하고 있는 여행 데이터에서도 원격 근무와 여행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에어비앤비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게스트 후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동기 대비 ‘이전하다’, ‘원격 근무’, ‘새 동네 탐방’ 등을 언급한 후기 수가 1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여행 트렌드는 원격 근무와 원격 교육으로 일과 여행, 주거가 혼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이 장소에 얽매이지 않으면 우리의 집은 지금보다 확장될 수 있다. 꼭 자기 집에서만 지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2만명이 안되는 시즈오카현 시모다에 여행이 제한된 지난해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회사원 스미다 다까시씨도 벌써 일년째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직장과 본가는 도쿄에 있지만 가끔 돌아간다고 한다. 요즘들어 사람들이 많이 늘었는데 그들은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일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왜 여기까지 온 것일까? 그들은 직장이 원격근무를 하게 되기 시작을 했고 지방에서 활동해 보고 싶은 욕구, 무엇보다도 도쿄와 같은 대도시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저렴했기 때문에 큰 지출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장기 체류가 가능한 것은 저렴한 비용의 숙박시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지역의 사용하지 않는 건물을 개조해 직장인 여행자 등 장기 투숙자들에게 대여하는 사업인 '리빙 애니웨어' 프로그램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사업의 목표는 정보통신 기술에 의한 주거공간의 자유, 누구나 자신답고 더욱 자유로운 생활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코로나 발생 이후 이용자가 대략 5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로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였다. 그 중 하나가 휴양지에서 일하는 '워케이션'의 확대였다. 정부는 코로나상황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막지 못한 채 여행을 독려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동시에 텔레워크(원격근무)를 보다 자유롭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워케이션을 준비한 지자체와 호텔들은 원활한 원격근무를 위해 온천마을이나 국립공원에 와이파이 시설을 정비하였고, 정부의 움직임에 따라 여행사들도 텔레워크를 전문으로 담당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준비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한 2021 트렌드 TOP 20 중 3가지는 코로나 시대의 일하는 방식과 관련되어 있다. 그 중 9위는 ‘나가노에서 텔레워크’이다. 스노피크의 체험형 캠핑 시설이 위치한 하쿠바(白馬), 그리고 마치 유럽의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카루이자와(軽井沢町)는 수려한 자연 환경과 도쿄에서 자동차로 2~3시간이면 도달하는 거리라는 이점으로 인해 ‘텔레워크(Telework)의 성지’로 떠올랐다. 최근 이곳에는 텔레워크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으며, 호텔들도 워케이션 상품을 출시하는 등 텔레워크가 가능한 환경으로 정비되고 있다. 자연에 둘러싸인 카루이자와 공유 오피스에서 주중에는 일하고 주말에는 가족들과 캠핑을 하는, 일과 여행이 뒤섞인 모습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다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 보자. 필자가 있는 회사에서 '해외부동산 컨설팅 : d2HOUSE.asia" 사업이 있어서 해외 출장이 많았는데 특히 동남아시아 여러 도시에서 장기적으로 체류를 할 기회가 많았다. 특히 베트남 호치민에서는 에어비앤비 숙박운영 대행도 해본 적이 있는데 장기 숙박 예약을 하는 사람들을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주로 한 달 이상 3개월, 6개월 정도의 숙박을 예약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로 베트남이 아닌 유럽이나 호주, 미국 등지에서 문의가 많았는데, 공통점으로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의외로 '인터넷 접속 환경이 좋은가?'였다. 그들은 베트남에서 주거하면서 업무를 지속하려고 하는 디지털노마드였던 것이었다. 본인들이 사는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고 날씨가 좋고(겨울이 없는) 여행까지 즐길 수 있는 도시를 찾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속 인터넷 환경은 그들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필수 요소였다. 동남아시아 도시들 중에서도 태국의 치앙마이, 방콕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발리 등은 '디지털노마드의 천국'이라고 불리며 세계 각지의 디지털노마드 족을 모이게 하는 핫스팟이기도 하다. 동남아시아 도시들에서 처음 코워킹스페이스가 발전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시간별 기간별 회원으로 가입하면 얼마든지 잘 갖춰진 인터넷 환경에서 필요한 시간에 근무를 할 수 있고, 많은 자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어 네트워킹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큰 장점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자연스럽게 멤버 구성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코워킹 스페이스 주변에서 비건 음식을 먹고 업무가 끝나면 요가나 서핑, 아니면 도심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자유로운 환경들이 그들을 모여들게 하였다.
nomadlist.com 은 세계 각 도시별 디지털노마드 환경에 대한 비교를 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사이트이다. 주거비용, 물가, 인터넷 환경, 교통, 안전, 공기오염도, 교육환경, 영어 사용 등 여기서 많은 정보를 비교해보며 얻을 수 있고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정보 공유도 가능하다. 이외에 좀 더 자세한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이야기는 필자가 과거 연재했던 '아시아 도시 이야기'에서 '치앙마이'와 '발리'편을 참고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아래 참고 및 인용에 링크가 있다. 이전 글인 '노마드에서 길을 찾다'편에서 "급속하게 변화하는 환경과 새로운 세대에 맞는 업무환경은 그럼 무엇이 될 것인가? 이런 고민의 답을 우연히 해외 출장에서 찾게 되었다."고 했는데, 바로 호치민, 방콕, 치앙마이, 발리에서 디지털노마드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답을 찾은 것이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대도시의 부동산과 거주비용이 높아지고 IT 기술의 발달, 고급인력 채용의 어려움이 많아지면서 해외에서의 디지털노마드 근무가 이미 자연스런 현상들이 되었다. 심지어 사무실 없이 디지털노마드로만 근무하는 창업기업들도 많아지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도시들에선 디지털노마드를 위한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아지고 있으며 자연스럽게 글로벌 인재와 네트워킹도 하며 그들을 채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많은 인사이트를 주었다.
포스트 코로나의 여행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 해보자. 이제 여행객들로 북적이는 관광지를 짧게 짧게 동선을 잡고 여행하는 것보다는 한 도시를 좀 더 여유롭게 즐긴다던지 장·단기간 현지에서 살아보면서 기존 업무를 지속할 수 있는 워케이션 형태의 여행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미 코로나 발생이전에 디지털노마드를 실행하고 있는 필자는 회사 방침을 준수하며 서울의 아파트와 제주도 집에서의 생활을 반반씩 이어나가고 있다. 코로나가 지속되며 서울의 아파트에서는 여유로운 공간과 자연을 즐길 수 없는 데에 비해 제주도의 집에선 정반대의 생활로 힐링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얻은 삶의 기쁨이 있다면, 내가 언제든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기간동안 제주도의 집에서 혼자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눈치도 볼 필요가 없는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들.. 나를 위해 요리를 하고 술을 마시며, 나만의 산책을 즐기고, 요가와 명상으로 마음의 고요함을 얻는다. 사시사철 가득한 꽃들과 아침에는 새소리, 낮에는 집안 가득한 햇볕, 저녁에는 황혼과 밤에는 별들이 가득하다. 집안과 정원을 가꾸는 노동의 시간들, 10분내에 닿을 수 있는 해변, 혼술하기 좋은 맛집들, 그간 쌓인 피로를 푸는 마사지, 혼자 보는 영화와 큰소리로 틀어 놓은 하이파이 오디오까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들이 코로나 블루에 나를 숨쉬게 한다. 그리고 다음을 준비할 여유를 준다.
반면에 업무는 끊김이 없다.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줌이나 구글밋으로 미팅을 하고있으며, 클럽하우스에 방을 열어서 해외부동산에 관심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가끔 회사에 나가서 꼭 필요한 결재와 미팅을 하게 되면서 더이상 내 자리도 필요하지 않다. 얼마 전에 작년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의 일부를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내 최고 수준의 오피스 가구(모션 데스크와 게임용 의자)를 지급한 적이 있는데 회사가 창립한 이후로 직원들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다. 이제 집에서도 좋은 업무환경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더 이상 사옥이나 집합공간의 인테리어 투자보다는 이제 각 개인별 업무관경에 맞는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끊김없이 이어지는 업무환경이 맞춰진다면 이제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은 해외로 확장을 해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참고 및 인용
집의미래 집의 확장, 공간의 한계를 넘다 _YTN사이언스
2021 여행 트렌드 알아보기① 워케이션(Workaction) _공감만세
“여행지에서 일하고 싶어요”... 에어비앤비, 내년 여행 트렌드 전망_그린포스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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