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했다고 1월이 벌써 다 끝나간다. 그러나 설날은 아직 안 지났으니 새해, 새 마음, 새 다짐의 기회는 다행히 한 번 더 남아있다. 작년 12월의 끝에 열심히 새해 계획을 세웠지만, 첫 달마저 완벽하게 지키지는 못했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본디 새해 계획이란 작심삼일 하는 것이 제맛이랄까. 물론 개소리다.
그래도 아직까지 매일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모닝 루틴이다.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부지런을 떠는 미라클 모닝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행동으로 아침의 문을 열고 싶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모닝 루틴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적잖이 자극을 받은 탓이었다.
프리랜서인 데다가 서점 출근도 오후에야 하는 내겐 활용 가능한 오전 시간이 꽤 길다. 그동안은 늦잠을 자거나 그날그날의 일정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일어나 움직일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삶의 균형이 흐트러지는 기분이 들었고, 규칙 없는 삶이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느 누구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나의 시간을 조절해야 했다.
처음에는 오전 시간에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걸 해보려고도 했다. 글을 쓴다든가 운동을 한다든가 새로운 무언가를 배워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거창한 목표를 세울수록 부담이 커져서 포기가 빨라졌고, 그러다 보니 성취감도 계속 떨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올빼미처럼 살아서 아침에 무언가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새롭게 계획한 2022년의모닝 루틴은 전혀 거창하지않았다. 그냥 무언가를 매일 반복적으로 하는 '행위'에 일단 집중해보기로 했다. 먼저 아침에 눈을 뜨면 기지개를 켜고, 내 머리맡에 잠들어 있는 강아지의 사진을 두어 장 찰칵 찍는다. 매일 조금씩 포즈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이불을 정리한다. 뭐라도 하나 정돈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싶어서다.
그리고 화장실에 들러 세수를 하고, 부엌으로 나가 미지근한 물을 한 컵 마신다. 강아지들과 아침인사를 나눈 뒤에는 얼마 전 새로 장만한 필사 책상 앞에 앉는다. 만년필을 집어 들어 원고지 노트 위에 어린 왕자 책의 필사를 시작한다. 그 짧은 시간 동안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천천히 브런치를 먹고 나갈 준비를 한다. 준비를 하는 동안에는 틈틈이 덕질을 한다.
지키기 어렵거나 아주 부담스러운 일들이 아니다 보니 조금씩 나의 모닝 루틴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물론 오전에 다른 일정이 있거나 해야 할 일이 있을 때는 이 마저도 칼같이 지키긴 어렵다. 대단한 성취감을 주는 일도 아니고, 아주 생산적이거나 의미 있는 일도 아니지만, 내게도 루틴이라 부를 수 있는 게 생긴 것이 그저 좋다.반복된 일상은 지겹다 하면서도 루틴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꼴이 가끔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