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관점에서 살펴보는 부자의 정의
우리는 흔히 부자를 “돈이 많은 사람”으로 정의한다. 굴리는 자산이 최소 몇십, 몇백억부터 시작하는 사람들. 이들은 부자일까? 사람마다 의견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열에 여덟은 동의할 것이다.
왜 열에 여덟일까? 분명 우리가 내린 정의는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나? 그런데 이견이 있다는 건 두 가지다. 그 돈을 많다고 여기지 않거나 혹은 정의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럼 얼마만큼의 돈을 가져야 부자일까? 아니면 돈으로 정의하는 자체가 틀린 것일까?
부란 무엇일지부터 생각해보자. 모두 부자가 되고 싶지만 정작 부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신이 생각하는 부자의 정의는 무엇인가? 내게는 “시도에 제약이 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건 개인적인 철학이지 보편적인 정의가 될 수는 없다.
“부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벤처 투자자 폴 그레이엄은 저서 <해커와 화가>에서 명쾌하게 정의한다. 부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가진 자”다. 비싼 차, 좋은 집, 많은 돈을 가져서 부자인 게 아니다. 많은 사람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에 그들이 부자이다. 대다수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쓰레기를 소유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돈은 부와 다르다. 돈은 단지 부를 움직이는 수단에 불과하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우리는 이제 지폐를 쓰지 않고 휴대폰에 적힌 숫자를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물건을 살 수 있다. 지폐건 몇백 픽셀의 숫자건 그 자체는 아무런 힘이 없다. 그것으로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즉 부를 이동할 수 있다는 굳건한 약속을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이제 우리는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과 동치가 아님을 깨달았다. 돈을 많이 버는 건 중간 단계일 뿐이다. 인류 역사에서 부자가 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는 기존에 존재하는 부를 가지는 것이다. 여기서 가진다는 동사는 여러 가지로 치환할 수 있다. 약탈, 정복, 전쟁. 하지만 중세 상인들을 거쳐 산업 혁명이 발발하며 부를 얻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바로 부를 창출하는 것이다.
“(...) 잡스와 워즈니악(애플의 공동 창업자)은 부자가 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가난하게 만들 필요가 없었다. 완전히 그 반대였다. 그들은 우리의 삶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그런 장치를 개발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그들에게 돈을 낼 까닭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그런 장치를 개발해야만 할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 <해커와 화가>
부를 창출한다는 것은 간단하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주면 된다. 여기서 부자의 새로운 정의가 탄생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는 자”가 그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건 하나다.
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원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