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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Aug 11. 2021

미안해요..

코로나 19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큰 아이의 기침과 미열을 시작으로 다음 날은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21살 나이가 어려서인지 다행히 증상들이 심해지지는 않았지만 기침도  사나흘 미열과 함께 나타나더니 곧이어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입원하던 날 피검사 소견상 큰 아이의 바이러스 수치는  정상을 조금 벗어난 정도라고 해서 그런지 모든 증상들이 심하게 진전되지 않고 다행스럽게도 가볍게 지나가는 것 같았다.

딸을 제외한 나머지 네 식구가 밀접 접촉한 정도에 비해 모두 음성이 나온 것도 그 영향이 있는 듯했다.

시부 프로펜이라는 진통 소염제에 알레르기가 있는 딸은 경증이라 생활치료센터로 갔을 듯한데 특이사항이 있는 경우라 병원에 있을 수 있게 된 것도 와중에는 다행이었다.

이렇게 불행 중 다행처럼 코로나가 가볍게 지나가길 내심 기대하던 중에 기침, 콧물 증상이 조금 잦아들 때쯤 딸에게도 코로나 확진자에게서만 나타나는 후각, 미각의 상실 증상이 나타났다.

성의 있게 나오는 병원식단을 보고 병원에 오게 된 게 다행이 생각을 하고 었는데 (생활치료센터는 도시락이 제공된다고 들었다) 입원을 하고 5일째쯤 되는 날부터 딸의 반찬투정이 시작되었다.

맛과 냄새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말이 솔직히 경험해 보지 못한 경우라 딸의 마음을 100% 이해도 되지 않았지만 매 끼니 나오는 밥들을 거의 못 먹겠다 하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계란찜은 아무 맛도 없는데 물컹물컹해서 못 먹겠어

소고기 뭇국은 이상한 물 마시는 느낌이야.

버섯, 가지는 진짜 못 먹겠어.

너무 스트레스받아.


그래도 약 먹어야 되니까 조금이라도 먹어


절반은 먹지? 밥은 좀 남기더라도 골고루 조금씩 먹고 과일은 다 먹도록 하고...


딸의 불평에 애써 달래듯이 얘기하다 화가  난 나는 하지 않았으면 좋을 말들을 해버렸다.


아빠도 일도 못하고.... 둘째도 이것저것 취소한 일정도 많고 말은 안 하지만 막내도 학교랑 학원, 친구들 , 선생님들 신경 쓰여서 힘들어하고. 너도 많이 아프고 힘들고 불안했겠지만 식구들도 그.


나무라는 게 아니라.. 그냥.   좀  잘 견뎌보자고


때문이라는 표현까진  아니었지만 답답한 맘이 나도 모르게 봇물 터지듯 터져 나왔다.


미안. 미안해

알겠어요...

노력할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고자 하는 게 아니었는데 못난 엄마는 또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고 딸의 마음을 할퀴고  말았다.


아픈 딸이 가장 힘들터인데 며칠간 예민해진 나는 결국 나를 추스르지 못하고 딸에게 역정을 내몸과 마음이 지친 것은 어쩜 나보다  딸이 더 할 텐데  못난 엄마가 돼버렸다.


이 시간들도 결국은 지나겠지.

결국 지나서 우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일상을 보내고 있겠지

당연한 말들을 맘 속에 되뇌다 보니 뭔가 가슴 밑바닥에서 울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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