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모두 동일한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지역의 격리자들은 햇반과 라면 등 식료품과 생활용품이 들은 자가격리 키트를 받았다는데 우리는 소독약과 마스크뿐이었다.
의료폐기물 봉투, 종량제 쓰레기봉투, 체온계, 소독약, 손소독제 그리고 자가격리 통지서만 달 랑 들어있었다.
현금으로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해서 기다렸는데 오늘 온 문자 내용으로는 가구당 10만 원을 지급한다 해서 우리는 4인 격리함에도 불구하고 10만 원 밖에 수령할 수 없었다.
그래도 유급휴가가 제공되는 회사에 근로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정부에서 가구원 수 별 책정된 생활비를 지원해준다 하니 그것이라도 기다려 봐야겠다.
매사에 불안한 나는 격리기간 동안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혹시 잠복기에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현되어 식구들에게 감염될까 봐 많이 두려웠다.- 내 손이 닿는 곳마다 소독제를 뿌리고 밥을 같이 먹지 않고 수건을 따로 쓰는 등 나름 불안한 마음을 양껏 드러내면서 유별을 떨었다.
뉴스에서도 인터넷에서도 격리기간 중 음성에서 양성이 나온 경우들이 있었고 심지어는 격리 마지막 날 재검에서 양성으로 나온 경우도 있다 해서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아니 아무리 마음 편하게 가지려 해도 잘 되지 않았다.
나를 제외한 세 식구 -남편과 둘째 딸, 셋째 딸은 내색을 않는 건지 나처럼 불안하지 않는 건지 언제나 하던 것처럼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수업도 듣고,, 나도 물론 가장 일상적인 일들, 식구들 밥 짓기와 빨래, 청소는 안 할 수 없었으니 당연할 수도 있겠다.
오전, 오후 두 번 해야 하는 자가진단 입력도 역시 스트레스였다.
격리가 시작되면서 핸드폰에 깔았던 자가진단 앱으로 하루에 두 번 체크해서 제출해야 했다.
체온과 호흡기 증상 등이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다른 사람보다 평온이 2-3부 높은 나는 조금만 더운 곳에 있다가 체온을 재면 37.2-3도가 나왔다.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를 틀면 다시 36.8-9도가 되었지만 매번 체온을 잴때마다 가슴이 콩닥거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사람들은 잘됐다며 이 기회에 2주 동안 에어컨 켜고 배달음식 시켜먹으며 휴가라고 생각하고 푹 쉬라고들 쉽게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매일매일이 걱정이고 불안 투성이다. 병원에 있는 큰아이 상태 걱정, 격리 생활하는 네 식구의 건강, 위생상태 걱정, 등 코로나가 들쑤셔 놓은 집과 내 마음은 점점 더 황폐해져 갈 뿐이었다. 게다가 온 식구가 집에 있으니 집안일 조차 꼬박 쉬지 않고 해야 했으며 혼자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없었다.
배달음식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날들에는 즐겁고 편리한 생활이었지만 코로나로 모든 일상이 중지가 되고 불안한 상태에서는 먹고 싶은 음식도 맛있는 음식도 아니었다.
마트 장보기도 매한가지였다.
물론 이런 서비스조차 없는 혹은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을 생각하면 배부른 소리이지만 - 다행히 네 식구 2주 먹고 지낼 식품, 간식, 생필품,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배달이 가능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배달로만 장보기를 한다는 현실은 묘한 숨 막힘을 주었다. 매일을 정해진 자동판매기의 급식을 받는 느낌이랄까...
인간이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선택하고 소비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할 일들인지 새삼 와닿았다.
그렇지만 가족들의 추가 확진 없이, 큰 딸의 위중증 상황 없이 2주를 지나는 게 더 간절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곱씹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