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퇴원합니다.
코로나 19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큰 아이가 입원 한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기침과 콧물 같은 호흡기 증상은 완전히 사라졌다.
처음부터 경미해서 그런지 크게 힘들지 않게 회복되었다. 피검사로 알 수 있었던 바이러스 수치만큼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 신기했고 바이러스가 큰 아이의 몸에 많이 들어오지 않은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병원에 있는 동안 주사도 맞지 않았고 기침약, 콧물 약 정도의 가벼운 약만 복용하는 듯했다.
후각과 미각의 상실 증상은 모두들 금방 사라지지 않는다고 하니 불편해도 좀 참고 기다릴 수밖에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컨디션이 좀 돌아오니 딸의 전화도 잦았다.
딸처럼 증상이 경미한 환자들은 14일을 채우지 않고 퇴원을 한다는 소식을 딸에게서 들었다. 금요일 입소했기 때문에 10박 11일째 되는 날 검사 후 특이소견이 없을 경우에 월요일 퇴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코로나와 1년 반을 지나면서 질병청의 지침들도 조금씩 현실에 맞게 수정된 듯하다.
확진자들의 바이러스 활성화 기간에 대해 많은데이 터들이 쌓인 결론이라 보아지고, 그런 반면에 접촉자들의 자가격리기간은 변동 없이 14일. 다른 나라에서는 일주일에서 열흘 사이로 줄인 국가들도 있다 하고 국내에서도 자가격리 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하나 안정성의 문제로 아직 변동은 없다 한다.
14일의 유급휴가나 정부에서 격리기간 동안 경제활동을 못하는 국민들을 위해서 생활비 지원을 해 준다고는 하나 솔직히 2주간의 일상생활의 멈춤은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타격이 크다.
결론적으로 확진자인 딸은 11일에 퇴원하게 되는데 밀접접촉자인 가족들은 14일을 꼬박 채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딸은 대학교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다 방학에 집에 와서 가족들과 접촉을 하였던 상황이라 가족 모두가 격리 중이어도 집으로 오지 않고 자취방으로 돌아가면 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가족이라 이해가 가능했지만 다른 이들의 경우에는 확진자들이 접촉자들에게 많은 심리적인 미안함, 부담감을 가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물론 누구 한 명의 잘못은 아니지만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역학관계상 아무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나도 나 때문에 일하는 사무실의 직원들이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고 2-3일을 마음 졸였을 생각 하면 미안하기 그지 없었다.
퇴원하기 전날 딸은 검사를 위해 가래 체취만 하고 피검사, CT 촬영은 하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 검사도 하지 않았다.
가족의 입장에서 딸의 상태를 구석구석 꼼꼼하게 알고 싶었지만 병원 측의 방식은 가래검사로 바이러스 감염상태를 확인하는 걸로 끝나는 모양이었다.
전반적으로 증상이 경미하고 회복이 빠른 경우에는 퇴원 과정이 수월한 거라 보인다.
뭔가 불안하지만 병원이 괜찮다 하니 그렇게 믿을 수 밖에는 없었다.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라 했더니 딸의 말로는 의료진들이 너무 바빠 보여서 물어보기 어렵다 했다.
그래.. 모두 너무 힘든 때니까 믿고 따르면 되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마음만 달랬다.
딸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가는 차 안에서 쿵쾅거리던 마음,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집에서의 1박 2일 동안의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불안함들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주문처럼 마음에 되새기면서 지내던 열흘의 시간들...
그냥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또 새로운 날들이 오는구나..
늘 그랬듯이...
살면서 어려운 일들은 나에게 준비할 틈도 주지 않고 불쑥 일상 속에 찾아와서 내가 가진 에너지들을 다 소진해 버릴 자세로 공격하다가 어느 날 슬그머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끝이 조금씩 보이는 이 시점이 많이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반면 열흘간의 긴장이 조금씩 느슨해지는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