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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ya Aug 22. 2021

확진자 가족입니다!

코로나 19가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큰 딸은 퇴원을 했다.


7월 8일 오전 미열과 두통으로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다음날 9일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지 10박 11일 되는 7월 18일 월요일 오후 1시에 퇴원을 했다.


입원할 당시에 입고 간 옷, 여벌 옷, 세면도구 등은 모두 소각처리를 하고 퇴원할 때 입을 만 밀봉한 상태로 가지고 있다가 지갑과 핸드폰, 신발은 소독 처리한 후 가벼운 차림으로 퇴원을 했다.

가족인 우리는 아직 격리기간이 4일이 남았기에 딸은 전화로 통화만 하고, 다니는 대학교 앞의 자취방으로 돌아갔다.


딸의 코로나 확진이 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정리해 보면,  6월 말  종강을 하고 학교 앞 자취방에서 자취를 하던 딸과 친구들은 다들 본가로 3-4일을 다녀왔다. 자취방으로 돌아온 딸과 친구들은  딸의 생일을 맞아 하루 밤 자취방에서 작은 생일파티를 했다.


모두 자취촌에서 꼼짝하지 않고 살면서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먹던 친구들이라 며칠 집을 다녀온 사실들은 생각도 하지 않고 여느 때처럼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각자의 본가로 돌아갔다고 한다.


그날 만난 친구 중 한 친구가 먼저 확진 판정을 받고 딸을 포함한 3명의 친구들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은 때는 생일파티 이후 6-7일이 지난 즈음이다.

그즈음에 서울은 강남을 중심으로 집단감염이 시작되고 있을 때여서 매일을 온 국민이 뉴스를 통해 걱정을 시작하던 때였지 싶다.

자취방과 집만 다녀갔을 뿐인데 딸과 친구들은 방학 시작과 동시에 코로나에 감염되었고,  우리 가족은 5일을 밀접 접촉했지만 다행히도 감염이 되지 않았으나  딸 친구의 가족들은 대부분이 감염이 되었다 했다.


그러고는 딸과 친구들은 폭풍이 지나간 것 같은 10박 11일이 지나고 모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청년들이라서 인지 감사하게도 다행히 건강하게 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퇴원을 하고 나니 동시에 11일 동안의 불안과 긴장이 내 마음속에서 갑자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격리 초반 14일의 시간을 건강하게 보내려고 집에서 운동도 하고, 요리도 부지런히 하고, 밀린 집안 일도 찾아서 하면서 애를 쓰던 힘이 갑자기 빠져 버리기 시작했다.

남은 3-4일의 시간이 갑자기 한없이 길게 느껴지고 매사가 귀찮고 게을러지기 시작하며 부지런히 기록하던 일기도 손에서 놓았다.

청소, 소독도  게으름을 피우기 시작하고 격리가 끝나면 하고 싶었던 일들, 먹고 싶었던 것들에 대한 기대도 시들해져 하루가 격리 초반보다 더 힘들어졌다.



격리 해제 하루 전날 보건소에서 재검을 받으라는 알림이 왔다.

얼마 만에 맞보는 바깥공기인지... 36-7도를 오르내리는 유난히 뜨거운 서울의 여름이지만  공기는 달콤하기만 했다.


확진자 가족입니다!


2주 전과 달리 보건소 선별 진료소 앞의 검사를 기다리는 사람은 몇 배로 많아져 있었다.

남편의 굵직한 목소리로 확진자 가족입니다를 외치니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분이 오셔서 우선 검사를 받게 도와주셨다.

줄을 서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혹시 모를 감염자가 우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선별 진료소에서는 우리 같은 밀접접촉자는 우선 검사, 우선 알림을 해주고 있었다.



오후 5시 45분 보건소에서 알림 톡이 왔다


검사 결과 :음성


검사방법:비인두 PCR


가족 모두 동일한 문자를 받았다.


끝났다.


내일 정오가 되면 격리가 해제된다.


우리 가족 모두 너무 수고 많았어요ㅠㅠ


큰딸이 카톡이 왔다.


이렇게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숨 막히는 시간들이 끝났다.

격리가 끝나면 신나게 파티라도 할 것 같았는데 막상 시간이 다가오니 즐거워할 힘도 신나는 감정도 생기지 않았다.

코로나 우울이란 것이 이런 건가.


누비이불 하나 바닥에 깔고 108배를 했다.

2주간의 찌뿌둥한 몸과 마음을 깨우고 싶었다.

절을 하는 동안 우리 집 고양이는 자기와 놀아주는 줄 알고 바닥에 와서 뒹굴었다.


108번의 절을 마치고 바닥에 엎드려서 나는 한참을 울었다.

왜 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그렇게  눈물이 났다.

 108배로 흘린 땀과 눈물에 14일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묻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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