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기
6월 초, 그러니까 코로나로 인한 영업제한이 완전히 풀리고 해외 여행이 가능해진다는 뉴스가 나올때만 해도 여행은 아직 먼 얘기 같았다. 사실 영업제한이 풀렸어도 새벽까지 술을 마신적이 없다보니 크게 와닿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왠걸 친구가 다들 올여름에 엄청나게 떠난다고, 우리도 얼른 가야한다며 표를 예약하고, 호텔을 알아보고 부지런을 떨더니(참고로 친구의 MBTI는 극 J 성향, 나는 51:49로 겨우 J이다) 어느새 인천공항에 와있었고 지금은 여행에서 돌아온 지 나흘차가 되었다.
재작년 인도 출장 이후 첫 해외 방문, 여행으로 따지면 18년도 오키나와 이후 첫 해외 여행. 게다가 첫 동남아 여행!
숙소만 나오면 카메라에 습기가 차는 바람에 사진은 얼마 못담았지만, 그래도 해외 여행에 목말랐던 분들을 위해 올여름 베트남 나트랑의 풍경을 공유해본다.
1. 동남아에 와서 가장 좋았고 인상적이었던 점은 온갖 꽃이 핀 가로수가 한가득이었다는 것. 물론 기후 덕에 잘 자라는 것도 있겠지만, 틈만 나면 흉물스럽게 잘라버리는 한국의 가로수와는 너무 대조적으로 자유롭게 자라는 나트랑의 나무들은 거리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서울이 왜 삭막했는지 이렇게 깨닫게 된다.
비단 가로수 뿐만 아니라 신호와 중앙선이 무색하게 혼란스러운 교통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는 터지지 않는 그 무질서 속 질서가 한국이나 다른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첫번째 단상.
2. 사람이 정말정말 많더라. 특히 젊은 사람들, 어린 아이들 그리고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사람들. 그 시끌벅적함이 여행을 더 즐겁게 한다. 원래 놀이공원을 가든 술집을 가든 사람이 적당히 있어야 흥이 나게 마련인데, 여긴 정말 흥이 안 날 수 없는 인구 밀도를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막 갑자기 한국의 인구 절벽이나 저출산 문제 같은 거 생각나고 이러는건 덤 ㅋㅋ (원래 잡생각이 많다)
3. 숙소는 아미아나 리조트였다. 휴양 목적으로 간 여행이기에 대부분을 여기에서 보냈다. 두 개의 야외 수영장과 프라이빗 해변이 있어 멀리 나가지 않고 신선놀음하기 딱 좋았다. 특히 마사지 실력이 너무 좋아서 아파서 마사지 못 받는 나도 너무 시원하고 만족. 아미아나에서 마사지와 머드스파는 무조건 필수다.
매일 매일 이 길을 지나 조식을 먹고 수영을 했다. 자유형, 배영을 호흡도 제대로 못하는 정도의 수영실력이지만 스노쿨링 장비와 오리발을 차니까 인어공주가 따로 없더라. 굳이 수영 안 배워도 될 것 같은데 또 아무 장비 안 차고 자유롭게 물 속을 헤엄치고 싶기도 하고...
리조트를 배회하는 고양이 한 마리. 그냥 여기 상주하는 아이 같은데 너무 귀엽다. (사진 가운데를 잘 보면 고양이가 있어요)
이 길 까지 지나고 나면...
수영장과 바다가 나온다.
체크인 할 때 찍었던 로비까지.
이렇게 첫 동남아, 베트남, 나트랑 여행을 훑어보았다. 무엇보다 제일 만족스러웠던 건 물가! (진짜 타이어보다 싸진 않음) 한 상 가득가득 먹어도 인당 2만원도 안나오고, 호텔 식사도 한국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저렴하더라. 절대 퀄리티는 뒤쳐지지 않는다. 근데 또 방콕이 진짜진짜 재밌다던데! 다음 여행은 방콕으로 가고 싶지만 요새 코로나 상황이 영 안 좋아서 갈 수 있을 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