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의 코코넛 독일] 독일 스물다섯 독립 '킨더겔드'

독일에서 학사 과정을 다시 시작한 덕에 나는 이십 대인 친구들이 많은 편이다. 어느 날은 곧 스물다섯이 되는 한 친구가 한숨을 내리 쉬고 있었다. 눈치를 보니 경제적인 문제인 듯 했다. 큰 돈이 나갈 일이 생긴 것도 아닌 것 같고, 하루 아침에 집안 경제 사정이 크게 변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어찌 그리 고민이 많은지 물었다.

친구는 다시 한 번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진, 독일에서 스물 다섯은 굉장히 힘든 시기야. 더 이상 킨더겔드도 나오지 않고 건강 보험료도 내가 직접 내야 해. 이제 정말 돈을 벌어야 할 때가 오고 있어." 그녀는 스물 다섯 생일이 오기 전에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돈을 벌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독일에는 킨더겔드(Kindergeld)라는 제도가 있는데 아이들(Kinder)과 돈(Geld)의 합성어로 독일 정부에서 지원되는 아이들을 위한 양육 보조금이라고 보면 된다. 독일에 세금을 내는 사람이라면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부모 모두 자녀 양육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첫째와 둘째 아이는 각 매월 204유로 씩, 셋째 아이는 210유로 씩, 넷째 아이부터는 235유로씩을 받는다. (2019년 7월 1일 이후 현재 기준)

이 보조금은 자녀들이 18세가 될 때까지 이어지지만,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업 훈련 혹은 병역, 요양원 등 사회봉사활동에 자원하는 등의 경우에는 25세까지로 연장된다. 가정마다 형편에 따라 혹은 양육 방식에 따라 부모가 받은 킨더겔드를 대학에 다니는 자녀에게 용돈으로 주는 집도 있을 테고, 학비나 집세 등으로 지원하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맏이이던 내 친구는 매월 부모님께 204유로를 꼬박꼬박 받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했었는데, 생일이 지나면 하루 아침에 204유로가 사라지는 셈이니 타격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문제는 또 있었다.

독일에서는 스물셋이 되면 건강 보험료를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별도로 납부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대학을 다니거나 직업 훈련 등 아직 공식적으로 직업이 없는 경우에는 스물 다섯까지로 그 기간이 유예된다.

즉 스물다섯이 됨과 동시에 독일 청년들은 건강 보험료로 월 약 90-110유로(보험사에 따라 혹은 개인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음, 2020년 2월 현재 기준)의 추가 고정 지출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이십 대 혹은 14학기 내로 재학 중인 학생들에 한해서이고, 서른이 되거나 이십 대일지라도 15학기 째 학업을 지속하는 이들은 180-200유로 상당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것들을 알게 되니 스물 다섯을 맞이하는 친구 얼굴의 그림자도 이해가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킨더겔드의 지급이 끝남과 동시에 204유로의 마이너스가 생기는데, 건강 보험료까지 지급하려면 총 약 300유로, 한화로 약 40만원 가량의 돈이 매월 통장에서 비는 셈이니 당장 걱정이 될 만도 했다.

한편으로는 스물다섯까지 '킨더겔드'라는 이름으로 지원되는 독일의 사회 보장제도가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한 학기 300-400유로의 학비로 대학 공부할 수 있는 환경까지. 사실 이 금액에서 약 200유로는 한 학기 동안 학교가 소재한 주의 대중 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비라는 점을 고려하면 독일로 이주한 한국 아주머니들께서 '독일은 대학 졸업시킬 때까지 애 키우는데 큰 돈 들 일이 없겠더라'고 하시던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언젠가 한 번은 만나는 자립의 시기가 독일 청년들에게는 대체로 스물다섯이라고 할 수 있겠다. 생일을 기점으로 갑작스레 다가온 성인 대접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것이 진정한 '성인식'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진정으로 자립하고 성인이 된 혹은 될 모든 독일 청년들의 스물다섯을 응원한다.

출처 : 일코노미뉴스(http://www.1conomynews.co.kr)

* 현재 일코노미 뉴스에 독일에서 사는 삶에 대해 쓰고 있는 글을 저의 브런치에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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