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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Nov 19. 2021

<눈아이>, 눈에 담다.

안녕달 그림책 / 창비 

왜 울어?  
따 뜻 해 서.  
참 이상한 말이었다.

<눈아이>  중 


 힘들고 지친 생활 속에, 문득 타인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울컥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일까, 다음장으로 넘기지 못하고, 2 장면을 눈에 담아 본다. 


넘어진 눈아이가 걱정되는 아이는 ~호~ 하고 따뜻한 입김을 불어준다. 

아이는 천진하게 질문한다. "왜 울어?" 

눈아이는 답한다. " 따뜻해서 " 

이 한마디에 나도 그 입김이 따뜻해서, 아이의 그 맘이 따뜻해서 눈물이 난다. 

나도 따라 말해본다. " 따뜻해서 "  " 따뜻해서 "  " 따뜻해서 "


겨울은 춥지만, <눈아이>는 따뜻하다. 


 어른의 세계에선 모순 같은 이야기다.  눈사람은 추운 겨울에만 만들 수 있고, 새싹 피는 봄이 오면 사라지게 된다. 여름,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 수 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자연의 섭리다. 어른의 세계에서 이 진리를 바꿀 수 없다. 


  <눈아이>는 당연한 이 섭리를 달리 바라본다. 

눈아이와 아이는 숨바꼭질을 한다. 

눈이라 함이 기온이 높아지면 녹아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세계에서는 아이가 술래가 되어, 눈아이를 찾는다. 눈아이가 너무 꽁꽁 숨어서 찾을 수 없다. 

아이는 찾는다고 소리 지르고, 계속 찾는다. 너무  꽁꽁 숨어버린 눈아이를 찾을 수 없지만, 기다린다. 그리고 아이는 기다림 속에 마침내 다시 눈아이를 만난다. 찾았다.  


찾았다!  

<눈아이> 중 


   그림책은 하나의 예술품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책을 읽는 목적,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에서 넘어선 곳에 있는 그런 작품이다. 어떤 이에게는 따뜻하게,  또 어떤 이에게는 수줍게, 오늘의 나에겐 추억스럽게 다가온다. 

  

<눈아이> 가제본 

 

   때를 맞춘 것일까, [동물원]의 <혜화동> 음악이 흘러나온다. 


오늘은 잊고 지내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네 / 내일이면 멀리 떠나간다고 /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 / 내일이면 아주 멀리 떠난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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