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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엽 Sep 15. 2020

MD가 될 준비를 하는 법

MD가 되려면 어떤 역량이 도대체 필요해요? 덕질하세요, 제발


"끝인 줄 알았더니, 시작이었다" (젠장)

 -미생





MD는 물건을 골라주는 사람이다.

 MD 라는 직업은 참 모호한 직업이다.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하루종일 바빠 보이고, 컴퓨터 바탕화면은 늘 지저분하다. 아무래도 자기들도 정확하게 뭘 하고 있는지 몰라서 "M뭐든지 D다한다"라고 얼버무리는, 마성의 매력을 가진 직업.


 내가 이 직업을 고른 이유는 식품 업계 중 농산물을 취급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싶어서였다. 조용히 학교 졸업하고 취업할 것이지, 굳이 한 번 까불어서 휴학을 하고 농산물 직거래를 한 번 해보겠다고 덤볐다. 불행하게도(?) 초창기 창업의 데쓰벨리를 결국 넘지 못하고 결국 복학 후 취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창업 과정에서 이 업계를 너무 몰라 실패했다는 생각에 농산물만 한 번 취급해보는 곳으로 취직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영업 직군은 가공 식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거나, 관리하는 상품 수가 너무 많아 한 분야를 제대로 준비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주로)농산물을 관리하는 식품 MD로 진로를 정했고, 준비했고, 어찌저찌 취업해 만 2년째 근무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MD라는 직업은 역할이 매우 모호한 경우가 많고, 회사/취급 품목/온오프라인 여부에 따라 또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명확히 정의하기가 어렵다. 정의하기가 어렵다 보니 취업이나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어떤어떤 역량이 필요하다고 명확하게 제시하기가 곤란하다. 이 글에서 나는 그 동안 나름의 경험과 많은 친구들의 취업을 가이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MD라는 직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어떤 역량을 길러야 하는지, 방향 설정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간략히 정리해보고자 한다.




1. 유통의 본질을 먼저 이해할 것

  대부분의 MD는 유통회사에서 근무하게 된다. 유통회사에 근무하게 된다면(특히 농산물 업계에서 일하게 된다면) 귀에 못이 박히게 "유통구조를 단순화 할 것"이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산지(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만들면 유통구조도 축소하고, 단가도 내리고, 신선한 상품을 받을 수 있어 모두가 행복할 것만 같다. 아래 그림을 한 번 보자.

 4개의 과자 공급사가 4명의 사람에게 과자를 파는 구조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총 4*4 = 16개의 거래 관계가 나타난다. 이 의미는 제임스가 농심/오리온/해태/빙그레가 만드는 과자 하나를 사기 위해 4개의 제조사에 직접 찾아가야하거나 구매를 진행해야하고, 각 제조사는 과자 한 봉지씩을 팔기 위해 세상의 많은 제임스들과 연락을 취해야 한다. 지금은 단순히 4개씩 표현했지만 공급사가 10개가 되고, 소비자가 만명인 시장이라면 10*10,000 = 100,000으로 총 10만개의 관계가 생기게 된다.


여기에 만약 유통사가 가운데 있다면 어떻게 될까? 각 제조사들은 유통사에게 물건을 가져다주고 , 각 소비자들은 유통사에게 물건을 구매한다. 단계가 하나 추가됨으로써 많은 거래 관계가 소멸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총 거래 발생 수는 4+4 = 8로 줄었고, 10개의 공급사와 10,000명인 시장이 있다면, 거래 관계는 10 + 10,000 = 10,010으로 공급사가 늘고 소비자가 늘어도 거래 관계가 그다지 복잡해 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유통사는 거래 중간 단계에 참여해 공급자와 소비자를 간접적으로 연결함으로써 직접적으로 연결했을 때의 불편함을 해소하는데 경쟁력이 있다. 복잡한 현대 소비 구조에서 유통사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이 구조를 이해한 뒤 유통사 MD가 되었다고 생각하자. 유통사 MD는 공급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위치이다. 공급사의 물건을 어떤 식으로 구매하여 소비자들이 우리 유통사에게서 어떤 가치를 찾을 것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MD의 역할이다. 많이 구매해서 가격을 낮출지, 다양한 상품을 구매해서 상품 구색을 다양하게 갖출 지, 색다른 상품을 소개해서 소비자가 찾기 힘든 물건들을 구해줄지. 회사별로 소싱의 성격에 따라 유통사의 색깔은 바뀌게 된다.(노브랜드를 생각해보자!) MD는 항상 이 유통사로써의 가치를 가슴에 새기고 상품 소싱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2. 전문가가 되자(덕질을 하자)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다. 전문가가 되라는 이 말은 마치 신입에게 경력을 원하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인데 상당한 분노를 유발할 수 있다.

모르는데 어떻게 해요? 자료출처 : MBC

 하지만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여러분이 MD를 준비한다면, 보통 어떤 상품이 좋아서 준비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나같은 경우 농산물) 여러분은 충분히 특정 카테고리의 "덕후"적 기질을 가지고 있다. 단지 부끄럽고, 표현할 용기가 없어 덕후 기질을 뽐내지 않았을 뿐이다. 21세기, 운송수단의 발달과 온라인 플랫폼의 발명은 여러분이 덕후적 기질을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을 다니면 되고, 가전제품을 좋아하면 가전제품 리뷰를 하면 되고, 나처럼 식품을 좋아하면 시골에 가서 농사를 잠깐 지어봐도 된다. 여러분이 관심이 있어 하는 카테고리에서는 여러분이 나보다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떻게 "덕후질"을 잘 할지는 이미 여러분의 가슴 속에 있다. 부끄러움을 벗어 던지자. 여러분이 특정한 것을 좋아하는 것을 세상은 멋지다고 표현하지, 비난하지 않는다.



그떄 당시 사진들

 나 같은 경우는 외갓집에 빈 밭을 활용해 직접 시금치 농사를 지었다. 비료를 뿌리고, 씨를 뿌리고 직접 캤다. 누군가는 이 과정을 대단하다고 봤지만, 나는 그저 "재밌어서"한 일이다. 화장품을 좋아하는 사람이 수분크림을 여러개 발라보고 어떤 게 좋은 제품인지 판단하고, 필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필통 가득 필기구를 채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들이 대단하다, 독하다고 생각해 볼 만큼 덕질을 하자. MD가 되기 위해서는 토익 점수 100점 올리는 것 보다 미친듯이 한 분야를 덕질하고, 이를 표현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어떤 면접관이 어떤 질문을 하더라도 떨지 않고 오히려 신나게 대답할 수 있다. 자소서가 술술 써지는 것은 덤~



3. 팔아보자

 MD는 사람들이 찾는 제품을 구해와야 한다. 내가 아무리 좋은 제품을 찾아도, 나 외에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상품이라면 의미가 없다. 맛있는 시금치를 구했지만 배송단위가 너무 커 사람들이 안사먹는다던지, 들깨를 소포장 했는데 포장 디자인이 안이쁘다던지 등등(예시가 실제 경험같다고 느껴지는 것은 착각이다.)


사실 나는 내가 보는 모든 상품들이 좋아 보이기 때문에 잘 팔릴거라는 착각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실제 팔아보는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서 당신이 취직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지거나(이게 제일 베스트이긴 한데) 판매 채널에 맞게 상품을 어떻게 구성하고 설계해야 할 지 깨닫기 위해서이다.


최근에는 네이버 스토어팜을 통해 자기만의 상점을 쉽게 만들어 볼 수있다.

관련링크 : https://sell.smartstore.naver.com/#/home/about

아니면 자기가 좋아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플리마켓 같은 곳에서 직접 팔아봐도 좋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평가해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그것에 돈을 지불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4. 아르바이트를 해보자

 MD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장점은 관련 업계에서 일을 해보기 쉽다는 것이다. 유통사가 취급하는 카테고리들은 대부분 대기업 독점 구조가 아닌, 오프라인 마켓이 있거나 작은 규모의 온라인 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자기가 관심있는 카테고리에서 단기 알바라도 한 번 해보는 것은 돈도 벌고, 소비자들과 판매자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꿈많던 할리스 알바시절

 대학 동기 중 한 형은 패션에 관심이 많아 한 학기를 휴학하고 나이키 매장에서 알바를 했고, 나는 식품업을 이해하기 위해 치킨집, 마트 수산코너, 카페 프랜차이즈 알바를 했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관심있는 분야에서 아직까지 아르바이트를 해본 적이 없다면 꼭! 한 번 해보도록 하자. 인사이트도 넓어지고 지갑도 풍요로워진다. 



 이상 그동안 내 경험과, 내가 그동안 보아온 훌륭한 MD들의 모습들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어떻게 MD가 될 준비를 할 것인가"에 대한 소소한 답변들을 해보았다. 물론 정답은 없다. 대기업을 준비한다면 토익도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MD는 "덕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은 꼭 기억해 줬으면 한다. 토익이 만점이라도 자소서에 쓸 말이 없다면 면접에서 할 말이 없어 지는 것이 당연하니까.




이 글이 취업을 준비하거나 MD로 변신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다음 글부터는 MD를 하며 겪은 소소한 일들을 써보고자 합니다. 식품업계나, MD 직군을 준비하는 분들의 질문은 언제나 환영이니 댓글이나 메일로 언제든 문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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