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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성향 Oct 06. 2024

새로운 삶을 앞두고 오히려 얼어붙은 나의 이야기

커피 한 잔과 통찰

작성일: 2023-07-01


<[희소식] 14. 새로운 삶을 앞두고 오히려 얼어붙은 나의 이야기>





오늘(7/1) 새벽 2시 즈음이었다. 둘째 곁에서 아이 열을 체크하던 내 몸에도 오한이 들기 시작했다. 느낌이 왔다. ‘아, 이엘이 열감기가 나에게 옮았구나.’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켜 거실에 켜져 있는 에어컨 ‘제습’기능을 끄고, 자던 방의 문을 닫고, 두꺼운 겨울 이불을 덮었다. 두꺼운 겨울 이불 안에서도 내 몸은 덜덜 떨고 있었다. 몸의 아픔을 감지하자 내 머리는 바로 ‘비상사태’로 돌입했다. 내 몸이 아픔으로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예비하는 것이다. 일단 이번 토요일엔 둘째가 이미 목요일(6/29)부터 아팠기 때문에 둘쨀 돌보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정 외에는 모두 미리 조율해둔 상황이었다. 오전에 신규코칭 하나, 보이스룸 하나만 진행하면 되었다. 깜깜한 방안에서 눈만 감고서 나는 속으로, ‘성향아, 딱 2개의 일정만 잘 진행하자.’라고 다짐했다. 그리곤 알람을 맞추곤 애써 잠들었다. 






날이 밝았다. 새벽부터 일어난 두 아들이 옆에서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직 어린 두 아들들은 엄마의 온기가 필요한지, 이불에 꽁꽁 몸을 싸매고 있는 내 곁에 와서 푹 안겼다. 나는 혹시 몰라 입을 벌리지 않고, 그저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첫째에게 말했다. ‘이레야, 아빠에게 가서 엄마가 이엘이 독감 옮은 거 같다고 전해줘.’ 


‘5분 뒤엔 일어나야지… , 5분 뒤엔 일어나야지…’


자꾸 감기는 눈을 애써 떠서 침실 시계를 자꾸 확인했다. 그리고 마음 속 데드라인에 다다르자 눈을 뜨고 번쩍 몸을 일으켰다. 나와의 코칭 시간을 위해 아침부터 일어났을 소중한 고객분을 떠올리며 이불을 털어냈다. 씻고 준비해서 사무실로 나섰다. 잠시 차를 타고 집 앞 DT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텀블러에 테이크아웃했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짧은 명상을 하고, 커피 한 모금을 음미하며 삼켰다. 그리고 기도했다. ‘하나님, OO님의 삶에 제가 온전히 함께 할 수 있게 도와주소서.’ 아침 7:30, 신규 코칭이 시작되었다. 






신기했다. 코칭이 ‘시작!’하는 순간 내가 내 몸이 아프다는 것을 잠시 잊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몰입했다. OO님의 삶, 그 주제에 같이 잠기어 느끼고 함께했다. OO님에게 그 시간이 어떻게 남았을진 모르지만, 나는 아침 코칭을 하고 나서 깊이 알아차렸다. ‘아, 이 일을 더 잘하고 싶다’라는 내 마음을 말이다. 그리고 오전 9시에 이어진 ‘하루 5분, 역량 읽기’ 모임 마무리 보이스룸 토크에서 만난 동료코치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마음은 더 짙어졌다. ‘난, 코칭이 좋아. 더 잘하고 싶어.’ 



홈페이지도, 비지니스 전략 세우기도 모두 진척이 더디었던(쉽지 않고 고통스러웠던) 이유가 ‘결국 나 자신을 마주하는 여정’이었다고 지난 주 글에 썼었다. 그리고 그 이후 이번 한 주를 뒤돌아보니,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구나 깨달은 후부터 오히려 나 자신을 아주 깊게 마주하기 시작했던 것이었구나 싶다. 나는 그렇게 한 주 내내, ‘나는 뭐하는 사람일까?’, ‘나는 뭐하는 사람이고 싶은 걸까?’, ‘나는 코치로서 정말 무얼 하고 싶은 걸까?’ 내 마음에 묻고 또 물었다. 화장실 거울에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까지 포스트잇으로 붙여뒀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내 본질, 그 중심을 마주하고 그것을 묻고 또 물을수록, 그 답이 명료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힘이 빠지곤 했고,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곤 했고, 때때론 우울해지곤 했다. 그러다 어떤 순간엔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다라는 마음을 만나기도 했다. 어느 날엔 지금까지 내가 한 일들이 어떤 의미가 있긴 했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고,  지금 하는 일들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일까 되묻기도 했다. 아침에 눈 떠 해야 할 일들이 있는 내 삶이 기뻐야 하는데, 버겁기도 한 마음을 보기도 했다. 그런 나를 보며, 이런 내가 누구의 삶을 함께 할 자격이 있는 것인가 하고 되묻기도 했다. 컴퓨터 화면에 비치는 프로필 속에 환하게 웃고 있는 사회적 나와 달리, 문득 거울에 비친 일상속 내 모습은 너무나 초라한 느낌도 받았다. 그렇게 나는 내 마음들이 흘러가는 것을 그저 바라보았다. 







그러던 지난 수요일(6/28) 그렇게 흘러가는 내 마음을 지켜보는 것은 충분했단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는 그렇게 둘째 픽업가는 길, 조금 더 일찍 나서서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 들렀다. 커피 한 잔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카페엔 아무도 없었다. 고요하게 그저 커피가 핸드드립해가는 소리와 향만 그윽했다. 나는 자꾸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쳐지는 나를 다독이며 카페 의자에 앉혔다. 주문한 커피가 나왔고, 나는 그저 향을 깊게 들이마셨다. 내가 앉은 자리에 오후 햇살이 가득 내리쬐고 있었다. 해가 전해주는 따스한 온기가 내 몸에 채워졌다. 나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내 안의 신성한 이여, 지금 나를 통해 무엇을 세상에 드러내려 하시나요.’ 




한참을 눈을 감고 그냥 있었다. 성령님이 내게 어떤 단어 하나 쥐어주시기 전엔 일어나지 않으리 다짐한 것 마냥 그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온 몸에 힘을 빼고서 내면에 집중했다. 





‘주님, 많은 놀라운 일들을 행해주시어, 제가 스스로는 해낼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해내어왔음을 압니다. 그리고 주님, 그런 제게 이제는 기존의 모든 껍데기를 벗어내고, 새로운 장으로 나아오라고 부르시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그 장을 가 본적 없었어서인지, 가려고 하는데도 뭔가 잘 안 됩니다. 그런 제가 못마땅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안경을 쓰려고 하니 이전에 제가 해 오던 것들이 너무나도 못나 보입니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제가 무엇을 가장 먼저 붙들면 될까요.’ 





아이스아메리카노 잔 속 얼음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그락대며 녹아내려갈 때, 나는 그저 눈 감고 가끔 커피 한 모금만 넣으며 간절히 기도했다. 그저 숨만 들이쉬고 내뱉었다. 자꾸 쳐지려는 내 마음을, 영혼을 다독였다. 




그러다 문득 가슴에 질문이 다시 차올랐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살아있는 동안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이 질문 하나만 붙들고 또 한참을 있었다. 





정말 한참을 이 질문만 품고 있었다가, 내리쬐는 햇살이 따뜻하여 실눈을 떠 그 햇살을 바라보는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리고 내 가슴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나는 이 세상에 자기실현하고, 누군가의 자기실현을 돕기 위해 태어났다.’ 


그리고 이어져 내면에서 흐르는 말들을 놓칠까 싶어 휴대폰 메모장을 열어 마구 떠오르는 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의 삶은, 나의 믿음이 실현되는 여정이다. 나는 하나님이 다른 때가 아닌 이 시점의 세상에, 그 두 분의 부모님 아래에서 태어나게 한, 그리고 내가 애쓰지 않아도 절로 잘하게 되는 내 재능을 내 안에 담아 태어나시게 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나는 신이 내 주어진 유한한 생에, 내가 이 땅에 살아가는 동안 그 이유를 실현하며 살아가기 위해 태어났다. 나는 신이 나를 이 지구에 심으셨을 때, 여기서 피어내길 원하셨던 모습으로 잘 꽃피우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 방향성에 현대적인 직업으로 ‘코치’를 만났고, 이 일은 내게 애쓰는 영역이 아니라 절로 몰입하고 성과를 내는 영역이다. 나에게 이 일을 하는 것은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유와 그렇게 연결된다. 나는 그렇게 내게 유효했던 이 접근법인 ‘코칭’을 다른 분들에게도 경험하게 도와드리며, 그 분들도 자기 자신이 태어난 이유를 마주하고, 그 삶에서 그 이유를 실현해 가실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마구 받아적으면서도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러나 다 적고 나서 울컥 눈물이 나려는 날 느끼며 적어도 하난 정리되었다. 


‘아, 나의 홈페이지든, 비지니스 전략이든 그 첫 단추는 내가 내 일에 갖는 마음을 적어내려가는 것이겠구나. 내가 이 일을 하는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이야.’ 





그렇게 나는 너무나 방대해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던 나의 코칭비지니스 전략기획서(상세페이지, 브로셔)의 시작 지점을 찾았다. 첫 단추를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알고 나니 마음이 시원했다. 마구 쳐지는 내 마음을 달래었다. 괜찮아, 새로 맞이해야 할 변화가 너무 방대해서, 해 본적 없었던 장면들일 것을 알아서 그 압력에 눌렸을 뿐이야. 가장 나의 본질, 나 다운 그 방식으로 시작하면 되. 그러면 되. 그리고 그 본질을 담는 일들을 잘 해내어보자. 나는 그제서야 남은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설 수 있었다. 





다시 돌아온 오늘(7/1), 지난 수요일의 내면이 바닥을 쿵 찍는 경험에 이어 열감기로 잘 가지 않는 병원에 제 발로 찾아가 코로나/독감 검사에 링겔까지 맞고 돌아왔다. 몸이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본다. ‘성향아, 이젠 정말 다시 시작이야. 한 번도 이 일을 해 본 적 없는 사람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나아가보자. 그런데 그 방식에 있어서도 너 다움을 잊지 말자. 가장 네 본질을 중심에 두고 나가는 거야. 괜찮아. 모르는 게 당연한 거야. 겁먹지 마. 그저 멈추지만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기만 하자. 멈추지만 말자. 한 걸음만 나아가자.’ 





그렇게 나는 오늘까지 마감인 이 글, 3페이지를 내 몸을 달래서 적어내놓는다. 마음은, 더 기승전결 맞고, 통찰도 잘 정돈된 글을 써내고 싶지만- 이 기간의 나에겐 하기로 한 것을 해내어두는 일부터인 것을 이해해본다. 자, 3페이지 썼고, 이제 스티비 예약 걸러 간다. 그리고 푹 자려 한다. 약 먹고 푹 자고 일어나면 나는 가장 나다운 글쓰기로 내 소개와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소개글을 적고, 그것들을 어떻게 해 나가갈 것인지 풀어낼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내 삶과 내가 하는 일을 ‘사랑…’할 것이다. 그래, 애틋하게 사랑해야지. 






추신. 이 여정에서 나는 내 상세페이지 하나를 써낸 경험을 하나 하긴 했다. 이 경험도 대단했는데, 아프지 않은 날 이 경험에 대한 글도 한 번 풀어내보고 싶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은 이렇게 내가 하는 일들을 글로 풀어내고, 결국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것인데 해 본 적 없는 일에 대한 저항들이 오지만, 그 압력을 환영하고 결국 아주 작은 새싹이라도 틔워내듯 나가는 나의 모습을 구독자분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일단 목표는 7월말에는 홈페이지를 완성하는 것이다. 만약 나와 비슷한 여정이 있는 분이 있다면, 같이 손 잡고 끝까지 완주해보자고, 서툴러도 되고, 울어도 되니, 손 잡고 한 걸음만 나아가보자고 말해드리고 싶다. 왜냐면, 우린 우리 일을 ‘사랑’하니까. 잘 하고 싶은 마음은 ‘진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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