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짧은 참견 ②

투고를 보는 편집자의 속사정

by 나른히

지난번에 이어 못다 한 투고 이야기를 이어가겠다. 몇 번 말한 대로 나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로, 모든 편집자가 나처럼 모나지 않다. 어떤 편집자는 둥글둥글한 시선으로 투고 원고를 살피고 있을 수 있다. 또한, 예전에 했던 이야기가 중복되어 등장할 수도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이니 많은 양해를 부탁드린다.


1. 출판사는 모험에 인색하다

요즘 같이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 때, 출판사는 모험에 더욱 인색해진다. 큰 규모의 출판사가 아니고서는 원고가 정말 좋지 않으면, 작가의 손을 잡지 않는다. 심지어 원고가 정말 좋을 때도 망설일 때가 많다. 특히 독자가 비교적 적은 한정된 분야의 책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 때문에 작가를 메일함이 아닌 인스타그램 등에서 찾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2. 에세이는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서점의 에세이 담당 MD는 MD 중에서 가장 바쁜 사람이 되었다. 에세이 분야는 매달 신간이 쏟아져 나오며,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웬만큼 팔리지 않으면 순식간에 잊히고 말아서, 에세이 분야의 호황에 힘입어 에세이 책을 내려던 출판사도 이제는 머뭇거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투고 원고에서도 경쟁이 치열한데, 한 예로《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가 인기를 끌자, 자신의 아픔과 트라우마를 전면에 내세운 에세이 투고가 한때 줄을 이었다. 서로 비슷한 주제의 투고 원고가 쏠리다 보니, 개인적으로 어떤 원고가 특색이 있는지 파악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에세이 작가를 꿈꾸고 있다면, 이러한 사정으로 다른 분야보다 꿈을 이루기 조금 어려울 수 있다.


3. 자비 출판으로 얻은 출간 경력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비 출판(작가가 출간 비용을 대고 별다른 기획 없이 진행되는 출판 형태)으로 만들어진 출간 경력은 기획편집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저 ‘하나의 노력’일 뿐이다. 출판사에서 작가의 출간 경력을 살필 때는 출간 도서의 판매지수와 완성도 등을 볼 뿐, 책을 내봤다는 경험 그 자체는 따로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즉, 완성도가 조금 떨어지는 책을 경력으로 내세워도 출판사 눈에는 출간 경력이 없는 것과 매한가지가 된다. 물론 자비 출판이지만 구성이 탄탄하고 내용이 알차서 독자의 호평을 끌어냈으면 엄청난 플러스 요인이 된다.

Photo by Mike Meyers on Unsplash

4. 완성이 다 된 원고를 보내자

간혹 완성이 덜 되었다면서, 원고의 일부만 보내주는 투고자들이 있다. 집필 의도나 목차 등 투고 원고를 대략 파악할 수 있는 사항을 따로 적어서 보내준다면, 원고의 일부만 보내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완성도’이다. 일부를 보내더라도 해당 원고는 바로 인디자인에 앉힐 수 있을 만큼 탄탄하고 꼼꼼해야 한다(물론 편집자 눈에는 고칠 점이 보이겠지만). ‘현재 원고를 몇 퍼센트 집필한 상태입니다.’라는 문장은 원고의 완성도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 원고가 짜임새 있고 퇴고를 거친 상태라면, 편집자는 ‘기다리면 좋은 원고가 들어오겠지.’ 하는 생각에 원고가 다 오지 않았음에도 작가에게 연락한다. 그러나 원고가 그렇지 않은 상태라면, ‘편집자에게 다 떠넘길 생각인가?’ 하고 주저하게 된다. 의외로 퇴고조차 거치지 않은 원고를 던지며, 편집자가 으레 다 해주는 것 아니냐고 묻는 작가가 종종 있다. 편집자는 만능이 아니다.


5. 투고할 거라고 전화할 필요도, 투고하고 전화할 필요도 없다

“원고 투고하려고 하는데, 이 메일로 보내면 됩니까?” 이런 전화가 심심치 않게 회사에 오곤 한다. 메일 주소 확인까지는 큰 상관이 없는데, 굳이 투고할 거라면서 전화를 받은 직원의 이름을 묻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메일 주소는 웬만한 경우라면 책의 판권 페이지에 등장하는데, 굳이 묻는 이유를 모르겠다. 해당 출판사 책을 읽지 않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 뒤쪽(또는 앞쪽) 판권 부분에 메일 주소가 적혀 있어요.”라고 말하면 당황하던 통화자도 있었다. 아무튼, 직원의 이름을 물을 필요는 없다. 투고 원고는 1차로 한 사람이 보더라도 결국은 여러 직원이 돌아가며 살피게 되니까.

투고하고 전화할 필요도 없다. 몇몇 사람들은 투고한 뒤 출판사에서 전화하면 자신의 원고를 잘 살펴봐 주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잘 살펴본다는 게 꼭 긍정의 답변만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정의 답변을 빨리 받아볼 수도 있다. 한편, 자신의 메일을 도통 출판사에서 읽지 않아 전화하는 예도 있는데, 사실 메일 제목으로 편집자의 1차 검토를 통과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도가 튼 편집자는 제목만으로도 출판사에 맞는 투고인지 알아채기 때문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Joanna Kosinsk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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