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짧은 참견 ①

투고에 관하여

by 나른히

이전 글에서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투고에 관한 이야기를 추려서 꺼내놓는다. 작은 규모의 출판사에 다니는 적은 경력의 편집자가 적어내는 ‘개인적인 경험’에 불과하므로, 이 이야기가 모두 맞는다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이전에 했던 이야기를 되풀이한 예도 적지 않으므로 양해를 구한다. 그저 초보 작가 또는 작가 지망생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투고 원고는 보통 열흘 안에 결정된다

많은 투고자가 이 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눈에 띄지 못하는 투고 메일은 금세 잊히며, 꽤 친절한 편집자가 아니고서는 그 메일을 다시는 읽지 않는다. 메일이 읽힌 것을 확인한 다음, 열흘 정도(길게는 2주) 연락이 없으면 다른 출판사를 찾는 것이 좋다. 한편 눈길을 끌고자 흥미로운 ‘메일 제목’을 내세우는 투고자도 있는데, 좋은 원고는 ‘원고 투고합니다’라는 메일 제목으로도 편집자의 선택을 받는다. 원고의 질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2. 편집자는 여러 번 메일을 보내는 투고자를 기억하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같은 메일을 여러 번 보내는 투고자가 있다. 이 경우 편집자의 눈에 띄기는 띈다. 다만, ‘투고 메일을 여러 번 보내는 사람’으로 기억되어, 이미 봤다고 생각하고 다시 보낸 메일은 읽지 않는다. 그러므로 몇 번 조용한 거절을 받았다면, 답신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원고를 재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좋다. 끈기는 좋지만, 끝없는 침묵은 낙담만 불러올 뿐이다.


3. 하루에도 보낸 사람은 다르지만, 같은 형식을 갖춘 메일이 여러 통 도착한다

이전에 글쓰기 모임을 듣는 투고자에 관하여 이야기할 때 나왔던 말이다. 의외로 보내는 사람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식을 갖춘 메일이 하루에도 몇 통씩 도착한다. 대학교 논술 시험 때 비슷한 글을 써낸 수험자가 많았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말이다. 유사한 형식이 많다는 이야기는 도리어 자신의 메일도 다른 사람의 평범한 메일과 같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형식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면, 한번 자신의 메일 스타일을 점검해보자. 글씨체와 크기까지 같다면, 정말 점검이 필요하다.

Photo by Monique Carrati on Unsplash

4. 편집자는 대부분 첨부 파일을 열어보지도 않은 채 투고 원고를 판단한다

편집자는 정해진 출간 일정에 따라 움직이며, 투고 원고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은 따로 두지 않는다. 투고 원고는 짬 내서 보는 셈이다. 그러므로 메일에 적힌 글을 읽어보고 빠른 판단을 한 뒤 첨부 파일은 열어보지 않는 경우가 꽤 많다. 짧으면 짧은 대로, 길면 긴 대로 작가의 정체를 알아채기 어렵다. 적당한 길이로 편집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메일 쓰기도 투고자에게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5. 원고는 편집자뿐 아니라 마케터 등 다양한 직원이 살펴본다

많은 투고자가 편집부에서만 원고를 판단할 것으로 생각하고, 메일을 보낼 때 ‘편집자님께’ 또는 ‘편집장님께’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러나 1차는 편집부에서 판단하더라도, 연락해볼지 말지 결정할 때는 내부 회의를 거친다. 즉, 작가에게 전화로 운을 뗄 때는 이미 출판사 내부에서 여러 번의 논의가 진행된 후다. 특히 내부 회의 때는 마케터의 입김이 많이 들어간다. 시장 조사를 통해 가장 객관적으로 ‘이 원고가 시장에서 통할지’를 판단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러스트가 많이 들어가는 원고의 경우, 디자이너가 이런저런 의견을 던지기도 한다.


6. 유사 도서 및 경쟁 도서는 바쁘면 적지 말자

출판사 사람들은 웬만한 유사 도서 및 경쟁 도서는 꿰고 있다. 투고 원고에 이러한 ‘시장 분석’을 적는 것은 출근하자마자 베스트셀러 순위를 살피고, 어떤 책이 왜 많이 팔리는지 여러모로 분석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알고 있는 정보를 또 알려주는 셈이다. 한편 투고자의 시장 분석이 출판사에서 생각하는 시장 분석과 맞지 않을 수 있다. 간혹 주제가 다른데도 베스트셀러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엉뚱한 경쟁 도서를 끌어오는 투고자도 있다. 그러니 바쁘다면 시장 분석은 내려놔도 좋다. 다른 곳에 집중하자.



커버 사진: Photo by Siora Photography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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