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어디까지 들어줘야 할까?

편집자는 작가의 냉정한 첫 번째 독자다

by 나른히

작가와 편집자의 첫 만남은 웬만하면 순조롭다. 그때까지만 해도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아무 탈 없이 정해진 일정 내에 출간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교정교열부터 편집, 디자인, 제목 짓기와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편집자와의 소통에서 어려움을 겪는 작가들이 많다.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다가 이내 작은 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특히 교정교열 단계에서 많은 의견 대립이 이루어진다. 이 단계는 작가와 편집자가 의견을 나누는 첫 단계로서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이때부터 알아가게 된다. 결국에는 책이 출간되어야 해서 어느 정도 합의를 하지만, 원고를 썼던 당시와 방향이 달라지면 작가로서는 속이 타기 마련이다.

david-guenther-639350-unsplash.jpg Photo by David Guenther on Unsplash

그렇다면, 편집자가 작가에게 문의해올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작가의 경우, 특히 편집자가 교정교열에 많은 의견을 제시할 때 덜컥 겁이 난다. 자신의 원고 스타일이 무너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즉, 글은 자신이 썼지만, 글에서 편집자가 다듬은 정제된 느낌만 느껴질까 걱정하는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원고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이다. 마치 시험공부를 하듯 원고를 문단 단위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렇게 말하면 많은 작가가 부담을 느끼는데, ‘원고를 꿰고 있다’라는 사실은 편집자와의 소통에서 강력한 무기다. 원고를 완벽히 파악해두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편집자의 질문에 얼버무리며 “네, 그렇게 해주세요.”라고 답하게 된다. 그리고 작업 후에 자기 생각과 달라진 원고에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원고의 통일성을 더하면서 빠르게 원고를 파악할 수 있는 팁이 있다. 바로 ‘용어 띄어쓰기 통일’이다. 인문이나 자기계발, 사회, 과학 등의 분야의 경우, 용어 띄어쓰기가 같게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연구과정’이라는 말이 어느 장에는 ‘연구 과정’으로 띄어져 있다면 좋지 않은 것이다. 원고를 읽어보며 띄어쓰기가 서로 다른지 워드 프로그램의 ‘찾기/바꾸기’ 기능을 통해 찾다 보면 자연스럽게 원고를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도움말은 작가가 자신의 의견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데 필요하다. 그러나 의견을 곧게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편집자가 왜 이러한 의견을 내놓게 되었는지 물어보자.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작가의 눈으로는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하나둘 튀어나온다. 개인적으로 편집자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제삼자의 눈으로 원고를 살피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가족이나 친구, 동료가 원고를 읽어주며 해주었던 말과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편집자의 의견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고 생각되면, 반영하는 것이 좋다. 작가와 편집자의 의견이 더해진 책은 작가만의 생각이 담긴 책보다 구성면에서 훨씬 완성도가 높으며 독자에게 더 큰 신뢰감을 준다.

편집자와의 소통에 실패하는 작가들의 대표적인 특징은 ‘자신이 쓴 원고 그대로 책이 나올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든 책은 투고했던 원고 상태 그대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이 점을 어느 정도 고려한다면 순조롭게 출간이 이루어질 것이다.

marius-serban-596828-unsplash.jpg Photo by Marius Serban on Unsplash

편집자로 근무하면서 가장 마음이 무거웠던 때는 작가와의 소통을 멈추고 오직 작가만의 의견으로 책을 작업할 때였다. 당시 아무리 의견을 주어도 자신이 썼던 그대로 놔두라며 불같이 화를 내던 작가에게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편집은 물 흐르듯이 이루어졌고 정해놓은 일정도 맞추었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그 책이 결코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가던 말들이 끊기고 편집자가 침묵을 원할 때, 그때 오히려 작가는 더욱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 어쩌면 편집자가 원고에 손을 놓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Jamie Street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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