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나는 다니던 출판사 상사에게 “이 원고는 도저히 못 하겠어요”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여러 책을 출간했던 작가는 당시 작가 지망생을 대상으로 글쓰기 강의를 하며 유명해졌다. 또한, 그동안 내놨던 책들이 꾸준히 잘 팔리고 있었다. 상사도 이 때문에 작가의 원고를 받아놓은 상태였다. 오래전 일이라 잊고 지냈던 작가의 이름이 최근 그가 진행하는 글쓰기 강의의 광고를 보고 떠올랐다.
세상에는 많은 작가가 있지만, 나는 유독 작가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생각하는 작가의 기준에 ‘원고의 완성도’가 있다면, 아쉽게도 이 작가(‘A’라고 하겠다)는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인문 도서라고 포장했지만, 원고에는 젊은이에게 하고픈 말이 잔소리처럼 담겨 있었다. 경험만을 토대로 한 원고는 근거 없는 주관적인 의견이 대부분이라 그대로 출간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랐고, 아무리 교정을 한다 해도 보완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결국, 출간은 취소되었다.
Photo by Dmitry Bayer on Unsplash이후 A에게서 글쓰기를 배웠다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투고 메일을 받았다. 출간까지 이어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지만, 분명 투고 원고는 어느 정도 짜임새를 갖추고 있었다. 글쓰기 강의를 받은 혜택을 톡톡히 본 듯한 원고들에는 A의 한계도 담겨 있었다. 기획안만 보면 인문 도서이지만, 개인적인 이야기가 듬뿍 담긴 ‘일기’에 가까운 원고였다. 원고 하나는 완성할 수 있었지만, 편집자의 눈에는 분량이 채워진 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글쓰기 강의가 원고를 완성하고 투고하여 출간의 기쁨을 누리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그러기에 여러 여건 때문에 강의를 듣지 못한다고 해서 주저앉지 않기를 바란다. 나 또한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많은 좌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강의를 듣지 못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믿고 밀어붙이지 못했던 게 실패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A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강의를 가르치고 또 책을 내봤던 작가 또한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어서다. 어쩌면 당신은 누군가의 가르침을 받기보다는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또, 잘나가는 작가와는 다른 스타일로 독자에게 즐거운 충격을 줄 글을 선보일 작가가 될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쏟아붓는 노력이다. 이전 글에서도 에둘러 말했지만, 강의에 의지하다 보면 편집자의 눈에는 강의를 들은 수많은 사람 중 하나가 될 뿐이다. 똑같은 메일 형식에 똑같은 짜임새의 원고를 보내는 작가 지망생 중 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강의를 믿는 것도 좋지만, 자신을 전적으로 믿어보면 어떨까.
당신은 분명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Jovis Aloor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