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찝찝하고
뒤늦은 말로 들리겠지만, 요새 더욱 실감한다. 바야흐로 ‘사은품’의 시대다.
신간 출간에 앞서서 사은품을 제작하거나 주문하고, 아예 편집을 시작하기 전 마땅한 상품을 골라 놓기도 한다. 편집자가 편집하다 말고 알맞은 사은품을 찾아 이곳저곳을 헤매고, 마케터는 사은품을 이유로 편집자와 출간 일정을 새로 정하는 일도 있다. 사은품을 주문·제작하고 서점별로 나눠주기까지의 일정을 계산하기 위해서다. 가끔은 ‘책>사은품’이 아니라 ‘책<사은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처럼 사은품은 책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
사은품을 준비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먼저 책의 콘셉트와 맞으면서도 실용적이고 사람들이 평소 관심을 두는 것, 그러면서도 다른 출판사들에서 했던 것들과 너무 겹치지 않아야 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의 요건을 갖추면서도 예쁘고 비싸지 않아야 한다. 독자들이 손쉽게 사은품을 받을 수 있도록 마일리지(또는 포인트)를 될 수 있으면 적게 책정하는 것이 좋다(독자가 낼 마일리지 또는 포인트는 사은품의 제작 단가로 결정된다).
이렇게 끝나면 좋으련만, 사은품으로 낙점된 물건이라도 고배를 마실 수 있다. 바로 ‘수량’이다.
신간 출간에 앞서 출판사의 마케터들은 서점별로 필요한 사은품 수량을 결정한다. 그 수량이 제작·주문 사이트의 최소 수량보다 적고 그 차이가 크면 아무리 좋은 상품이라도 포기할 수 있다. 즉, 책과 어울리면서 독자가 좋아하고 수량이 맞으면서도 값싸고 다른 출판사와는 차별되는 물건이어야 한다. 여기에 외서의 경우라면, 과정이 하나 추가된다. 때에 따라 외국 저작권사에 사은품 제작에 관한 확인을 요청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다.
사은품에 그토록 시간과 정성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노출’ 때문이다.
사은품을 만들어 서점에 나누어준다는 것은 서점에서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벤트 진행을 위해서는 이벤트를 알리는 큼지막한 이미지와 배너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는 사은품은 물론 책 소개도 들어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이벤트와 배너는 해당 도서의 페이지뿐 아니라, 이벤트 코너와 해당 도서 분야에 소개될 수 있다. 여기에 광고비를 붙여 서점 메인에 크게 알리기도 한다. 즉 사은품은 책을 알리기 위한 미끼인 셈이다.
독자로서도 사은품을 준다는(실제로는 마일리지나 포인트로 구입) 책에 눈길이 한 번 더 갈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하루에도 수많은 책이 출간되고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책이 금방 묻혀버리는 요즘, 사은품은 꽤 매력적인 홍보 수단이 된다.
그러나 어설픈 사은품은 하나 마나다. 책을 알린다고 생각하겠지만, 허접스러운 사은품을 받아본 독자는 실망할 수 있다. 마일리지나 포인트로 방식을 바꾸었지만, 사은품을 독자가 직접 돈을 내고 사는 것이나 다름없어서다. 그 때문에 일정에 쫓기거나 마땅한 사은품이 보이지 않을 때는 사은품은 내려놓고 다른 홍보 방식을 찾는 일도 있다.
다양한 홍보 방식이 있지만, 여전히 사은품은 ‘매번 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찝찝한’ 존재다. 뭐 사은품 이벤트를 진행하라면 하겠지만, 책으로만 책을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Cater Yan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