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의 시대, 편집자의 자리는?
편집자 없이도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독립출판이다. 기획부터 편집, 디자인 그리고 마케팅까지 작가 홀로 진행하는 독립출판은 출판사 없이도 충분히 책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몇 년 전, 독립출판의 열풍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 몇몇 사람들이 독립출판에 대한 내 생각을 물었다. 당시 별 볼 일 없던 신세였지만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편집자가 없으면 책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독립출판의 노하우가 조금씩 쌓이고 있던 당시에 내 눈에 독립출판물들은 대부분 아쉽게만 보였다. 밋밋한 구성에 잘못된 맞춤법, 읽다가 숨넘어갈 듯한 긴 문장까지. 생각해보면 그런 서툰 모습 또한 독립출판의 매력이었을 텐데…. 그때는 다른 것보다 그냥 나란 존재가 필요 없어진다는 게 아쉬웠던 것 같다.
독립출판을 선택하는 이유를 대강 알고 있다. 출판사의 편집자는 글을 다듬을 줄만 알지 자신의 글 스타일을 몰라주는 것 같고, 마케터는 책의 진가는 뒷전이고 돈 벌 궁리만 하는 것 같으니…. 출판사에 몇 번 데어 본 사람이라면, 독립출판을 선택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마케팅은 잘 모르겠지만,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과정은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원고를 잘 아는 사람이 작가 자신이니 기획은 걱정 없고, 편집이야 원고를 계속 읽다 보면 결국은 쉽게 읽히는 쪽으로 다듬어질 테니까.
편집자의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것을 매일 실감한다. 자격증이 필요하지도 않고, 책에 관심을 두고 이리저리 파다 보면 누구나 편집자의 눈으로 글을 살필 수 있다. 최근에는 편집자가 교정교열보다는 기획 쪽으로 가는 추세라지만, 기획이라는 것도 독립출판을 준비하다 보면 충분히 편집자만큼 해낼 수 있다.
그런데도 편집자는 필요하다. 당신이 출판사에서 책을 내든, 독립출판으로 책을 내든. 당신에게는 원고를 냉철하게 봐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야기한 편집자가 없으면 책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말에서 ‘편집자’란 이런 존재를 뜻한다. 개인적으로 편집자는 이러한 이유로 존재하는 것 같다. 편집자가 없으면? 그러면 자신이 편집자가 되어 제삼자의 눈으로 원고를 살피면 된다.
앞서 서투른 모습이 독립출판의 매력이라고 말했지만, 매력으로 결론짓기에는 그 서투른 것들은 책의 장점을 갉아먹는다. 독립출판은 용기 있는 시도라는 점에서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지만, 스스로 만족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꽤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편집자처럼 또 제삼자처럼 원고를 보고 또 보다가 아무도 몰랐던 것들을 찾아낼 수 있는 연습.
독립출판을 해본 적이 없어서 나의 의견이 독립출판 작가의 의견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독립출판을 해볼까 말까 고민하는 사람에게는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아무래도 혼자 준비해야 할 테니 손은 많이 가겠지만, 책이라는 게 생각해보면 별것 아닐 수 있다고.
편집자는 꼭 필요하지 않다. 그렇다면 편집자 없이 책을 어떻게 낼까? 문제없다. 당신이 편집자가 되면 그뿐이다. 어쩌면 앞으로의 시대는 작가에게 편집자로서의 몫도 요구하지 않을까?
커버 사진: Photo by Nathan Fertig on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