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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른히 Sep 10. 2021

편집자의 퇴사를 접한 작가에게

숨을 고르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자

출판계는 이직이 잦기로 유명하다. 나도 그랬고, 나와 함께 일한 동료 중에도 여러 출판사를 거쳤거나 곧 새로운 출판사로 떠날 예정인 사람이 많았다. 2015년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에서 출판 노동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근속기간은 평균 3.1년이다(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3948). 이 조사 결과를 굳이 참고하지 않더라도, 내가 출판 업계에 몸담으면서 체감한 근속기간도 이와 비슷했다.


포털 사이트에 ‘출판사 이직’을 검색하면, 이러한 현실이 실감 날 정도로 이직에 관한 기사나 이야깃거리가 다수 걸러진다. 자의나 타의로 출판계를 아예 떠나거나 다른 출판사로 소속을 옮기는 사람들. 디자이너, 마케터의 이직도 상당한 편이지만, 그중에서 편집자의 이직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책 작업의 최전선에 있는 만큼, 작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원고를 매개로 편집자와 끈끈한 정을 쌓아 왔는데, 갑자기 편집자가 퇴사한다면? 출판계의 현실을 아는 노련한 작가라면 다음 단계를 준비하겠지만, 신인 작가는 그저 당황하기 마련이다. ‘내 책이 과연 출간되기는 할까?’ ‘내 책을 맡게 될 새로운 편집자는 누구일까?’ ‘새로운 편집자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 여러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지 않을까. 혹시나 ‘멘탈 붕괴’를 겪고 있을지도 모를 신인 작가를 위해, 여기에 나름의 해결책을 적어본다.     


1. 함께하던 편집자가 퇴사를 알렸을 때

웬만한 직장인이 그렇겠지만, 편집자의 퇴사 통보는 전화 통화, 문자, 카톡, 이메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또는 약속을 잡고 상대와 대면한 상태에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작가와의 친밀도에 따라 전화 통화나 대면으로 아쉬운 마음을 전하는 편집자도 있지만, 이 또한 ‘케바케’다.


작가에게 전달할 것들이 많거나 퇴사 전 인수인계로 바쁠 때는 주로 이메일로 퇴사를 알린다. 아니면 작가와 그전까지 이메일로 자주 소통했을 때도 편집자는 이메일을 선호한다. 따라서 이메일만 뚝 도착했다고 해서 서운해할 필요는 없다. 간혹 이메일을 받고서 ‘편집자가 나를 싫어했나?’ 하고 오해하는 작가가 있다고 하는데, 함께 작업하면서 별다른 충돌이 없었다면 현재 편집자가 너무 바빠서일 가능성이 크다. 편집자가 자신의 원고 외에도 다양한 업무를 맡고 있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Photo by Pete Pedroza on Unsplash


퇴사를 알리는 편집자에게는 간단한 작별 인사라도 건네는 것이 좋다. 웬만한 작가라면 그러겠지만, 퇴사 소식을 듣고서 그냥 넘어가는 작가도 존재한다. 그러다가 퇴사 자체를 잊고 몇 달 뒤에 물어볼 게 있다면서 퇴사자에게 연락하는 작가도 있었다. 대개 출간을 이미 끝낸 작가일 때가 많은데, 책이 나왔다고 해서 편집자와 연락할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 얼굴 붉힐 일을 사전에 줄이면 좋다.


퇴사하면서 연락이 잠시 끊어지더라도 함께 일한 편집자는 작가에게는 소중한 인연이 된다. 특히 출판사와의 만남이 그리 길지 않은 신인 작가에게는 더욱 소중하다. 무언가를 물어볼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심이 되기 때문이다. 편집자에게도 작가가 소중한 인연인 것은 마찬가지다. 훗날 좋은 기회로 다른 출판사에서 만날지 모르니 미운 정이 쌓였더라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원고 투고한 또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2. 새로운 편집자와 소통하는 법

일반적으로 후임 편집자는 출판사의 판단에 따라 정해진다. 편집자가 그 원고를 맡기에 적당한 능력이 있는지, 일정이 밀릴 만큼 바쁜 업무가 는지를 고려하여 결정된다. 전임자의 퇴사 소식과 함께 후임자가 바로 결정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일찍 결정되었다면, 퇴사를 앞둔 편집자가 작가에게 새로운 담당 편집자의 연락처를 알려주고 퇴장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개 1~2주 내로 후임자가 정해져 인사차 연락하겠지만, 그보다 더 늦어진다면 출판사에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다른 업무로 미처 신경 쓰지 못했거나, 새 편집자를 아직 채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소규모 출판사의 경우 1~2명의 편집자로 운영되다 보니, 미처 후임자를 뽑지 못하고 편집자가 퇴사하면 그 자리가 그대로 공석이 될 수도 있다. 편집자가 아예 없으면 그 자리를 메워야만 출간 작업이 재개된다. 출판사의 연락을 마냥 기다리다 보면, 예상보다 출간이 늦어질 수 있다.


새로운 편집자가 정해졌다고 하자. 새 편집자는 전임자가 남긴 인수인계 기록과 원고를 검토한 상태에서 작가에게 연락할 것이다. “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과 함께 확인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를 물어보는 것이 좋다. 편집 과정이나 출간 예정일에 변동 사항이 없는지 등을 물으면서 다시 한번 일정을 확인하자.


인수인계 기록에는 작가와 전임자가 소통한 모든 것이 담길 수는 없다. 작가와의 협업 외에도 여러 가지가 담겨야 하는 만큼, 원고가 현재 어떤 상태이며, 어디까지 작업했고, 출간 예정일은 언제인지 정도가 대부분일 것이다. 특이사항 몇 가지도 적혀 있겠지만, 원고를 막 맡은 상태에서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그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던 편집자라도, 그전까지는 자신의 업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귀동냥으로 아는 것도 한계가 있다.


Photo by Steffen Petermann on Unsplash


후임자는 전임자와 작가가 소통한 메일도 살펴볼 것이다. 보통 퇴사하기 전에 작가와 주고받은 메일을 후임자나 출판사의 다른 직원에게 건네는 경우가 많다. 메일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다면 문제가 없지만, 카톡이나 문자로 주로 의견을 주고받았다면 특이사항을 후임자에게 알려주면 좋을 것이다. 충분한 소통으로 훗날에 생길지 모를 골칫거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전임자의 업무를 떠안으면서 기존의 업무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후임자는 현재 업무가 한 개 더 추가된 상태다. 웬만한 편집자가 원고를 빠르게 파악하고 작업에 곧장 뛰어들겠지만, 초반에는 작가가 옆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다. 믿음을 바탕에 둔 상태에서 빠진 것이 있는지 정도만 눈여겨보자. 의심이 쌓이면 돌이킬 수 없다.      




앞서 말했듯이 이직이 잦은 만큼, 새로운 편집자가 원고를 맡는다 해도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비일비재한 일인 만큼, 그에 대한 노하우도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잔뜩 이것저것 적어보았지만, 내 글이 무색할 만큼 편집자들은 알아서 잘 대처한다. 작가가 먼저 물어보기 전에 작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편집자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함께 일한 편집자가 떠나간다고 속상해하지 말고, 새로운 편집자를 웃으며 맞이하자. 그리고 다시 작가로서 할 일에 집중하면 그뿐이다.



커버 사진: Photo by Jan Tinneberg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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