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어로 만드는 이야기들 -
허허벌판. 돔 형태의 비닐하우스와 같은 거대한 빈 공간.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식량과 생활필수품은 준비되어 있지만 그것이 전부다. 생활이 어렵지 않은 만큼의 온도는 유지되지만 집은 없다.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계획은 그곳의 흙으로 집을 짓는 것이었다. 계획은 계획일 뿐 이뤄지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사람들을 미리 보내고 살고 있었지만 집이 없다니. 어색하고 불편한 일이었다. 사실 온도는 어느 정도 유지되니 집이 필요 없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개인적인 공간이 전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었다. 결국 많은 고민 끝에 예상외의 곳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레고를 협찬받아 그곳에 보내는 것. 특수하게 제작된 레고를 로켓에 실었다. 얼마 후 화성 이주민들에게 도착한 레고는 유용한 집 재료가 됐다. 대부분의 재료들은 수분이 필요해 화성에서 직접 만들기 어려웠고 지구에서 만들어 보낸다고 해도 무게가 문제였다. 이제 모든 문제는 해결되어 화성에서도 개인의 공간을 마련하게 됐다.
지구에 미련이 없어 떠난 그들은 지구에서 온 장난감 때문에 잠시 옛 생각이 떠오른다. 레고라는 아이디어는 제공해 준 한 연구원의 아이는 순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화성 이주민들은 그 또래의 아이들. 혹은 자신이 그 또래였을 때를 회상하며 지구를 떠나온 것에 대해서 한동안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긋지긋한 지구가 더 이상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련 따윈 없다고 생각했는데. 집을 지으며 떠오르는 지구 생각에 코 끝이 아련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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