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100명 넘는 면접을 보며 물어봤다.
성장을 갈망하는 스타트업 사람들은 일의 의미를 무엇이라 말할까?
가파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에서 HR을 하다 보니 정말 수많은 후보자들을 만난다. 매달 20개가 넘는 포지션들을 열어놓고 채용 중이다. 조직문화를 매우 중요시하는 회사여서 직무역량 외에도 우리 문화와 잘 맞을 수 있을지, 소위 컬처핏이라는 걸 검증하기 위해 굉장히 애쓴다. 전화를 통해 따로 이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인터뷰 중 일부 시간을 할애해서 물어보기도 한다. 질문들이 굉장히 어렵다. 말 그대로 업에 대한 가치관을 알아봐야 해서 철학적인 질문들이 많다.
그중 꼭 묻는 것은 '본인에게 일이란 무슨 의미인가?' '왜 일을 열심히 하려 하는가?' 등인데 후보자들의 답이 인상 깊다.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니 그 자체로 모두 값어치 있다는 점도 재밌다.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몇 가지 대답을 소개한다.
본인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모든 사람은 자신의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한다. 그중 최소 1/3, 일 좋아하는 사람들은 절반까지 쏟기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의미를 만들어야만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사실 저 시간들이 모두 불행하다면 삶의 대부분이 불행하다는 것이니까. 직무에 관계없이 성장을 원하는 후보자들이 가장 많이 들려주셨던 답이다.
성취감을 이유로 말씀해 주시는 후보자 분들도 꽤 많았다. 무언가에서 성취감을 느껴야만 자신의 삶이 의미 있다고 느껴서 일을 열심히 한다거나, 별다른 의미 없이 성취감 자체를 좋아한다는 분도 더러 계셨다.
또 인상 깊었던 질문.
5~10년 후 본인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불리고 싶은가?)
의외였던 답.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영향력을 주변에 전파하고 싶어 했다. 영향력을 원하는 건 소수의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었어서 조금 놀랐었다. 물론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은 범주는 저마다 조금씩 달랐다. 어떤 분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또 어떤 분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타인을 향하는 인간의 본성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다.
가장 많은 답변 중 하나였다. 너무 당연하면서도 모두에게 꼭 필요한 미래다. 하지만 대부분 막연했다. 어떻게 자신의 미래를 그려갈지 직접 고민했던 분들은 생각보다 적었다.
던진 질문들에 답은 없다. 특정 답을 한다고 더 좋게 판단하는 일도 없었다. 다만, 답을 할 때 정말로 이를 고민해 봤던 사람인지는 분명 표가 나고 그 작은 단서를 잡으려 유심히 관찰했다.
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은 자신과 타인의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동료들에게 이 좋은 마음을 전파하는 분들도 많았다. 세상에 정말 좋은 인재 분들이 많다고 느낀다.
내가 맞지 않는 길을 걸으면서도 감사하고 행복할 수 있는 이유다. 무수히 많은 가능성들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갈지, 이 일을 할수록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