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도보여행 #1: 카오산에서 차이나 타운까지
- 주요 경유지 : 카오산, 왕궁, 왓 프랏깨우, 왓 랏차버핏, 차이나 타운
아이는 더 어려서부터 걷기를 좋아했다. 동네에서 아이가 이 정도를 걸을까 싶은 거리를 걸어도 하나도 힘 안 들다고 씩씩하게 걷던 아이. 그래서 방콕에서도 함께 도보여행을 계획했다. 도보여행을 하게 되면 차를 타고 휙 지나버릴 때는 보지 못하는 현지의 구석구석을 천천히 들여다볼 수 있어 좋다. 이것을 딸과 함께 하고 싶었다.
원래도 걷기를 좋아하는 아이지만, 아이가 특별히 좋아하는 인도 음식으로 잘 꼬셔서 나섰다. 아이 입장에서도 어딘지 모르는 동네를 무작정 걷는 것보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것이 좋다는 생각. 카오산의 숙소에서 차이나타운에 있는 인도 거리를 목적지로 하니 4km가 채 안 되는 거리인데 아이 페이스에 맞추고 구경도 하며 쉬엄쉬엄 걸었더니 1시간 반 이상 걸렸다.
1) 왕궁과 왓프랏깨우
카오산에서 10여 분만 걸으면 보이는 왕궁과 왓프랏깨우(에메랄드 사원). 패키지든 자유여행이든 방콕 여행의 필수코스처럼 되어있는 왕궁과 왓프랏깨우지만 과감히 생략하고 담장 너머로만 구경했다. 어른조차 힘든 방콕의 땡볕 속에서 억지로 다녀봐야 아이가 얼마나 감동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왕궁 앞 노점에서 아이가 쓸 모자를 100밧 주고 하나 산 것. 부담 없는 가격에 아이도 마음에 들어하고 내가 봐도 예뻐서 좋았다. 여행 내내 잘 쓰고 다녔다.
2) 쉬어가기
12월, 방콕의 일 년 중 가장 시원한 계절임에도 아침나절 몇십 분 걸음에 땀이 쏟아진다. 동선상에서 멀지 않은 곳에 태사랑 지도에 코코넛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다고 하여 들렸으나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문이 닫혀있네. 좀 더 걷다 보니 Yee Lao라는 커피숍이 보이길래 아이는 망고 셰이크 나는 아이스커피를 시키고 휴식을 했다. 오전이지만 벌써 따가워진 볕에 지쳐갈 무렵 이곳에서 흡족한 휴식을 취했다.
3) 왓 랏차버핏
걷는 길에 보여 우연히 들어간 사원. 규모는 작았지만 오히려 아이에게는 지루하지 않게 태국의 불교 사원을 체험하기에는 더 좋지 않았나 싶다. 앞서 건너뛴 엄청 큰 규모의 왓 프랏깨우(에메랄드 사원) 대비 말이다. 가이드북을 찾아보니 이 곳은 귀족과 왕족을 위한 사원이었다고 한다.
4) 차이나 타운 / 인도 거리
차이나 타운이자 인도 거리가 같이 붙어있다. 동네 구경은 간단히만 하고 바로 점찍어둔 운하 근처 인도 식당으로 갔다. 태사랑에서 추천글을 보았던 Mama 레스토랑인데, 시원하게 에어컨 나오는 건 좋았으나 이름난 곳이라 그런지 허름한 분위기 대비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묻지고 않고 야채 한 접시를 가져다 놓길래 커리 시키면 그냥 주는 음식인 줄 알았는데 계산할 때 이십 밧 청구하네. 내게 부담되는 큰돈은 아닐지라도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경험이었다.
5) 수상버스 타고 돌아오기
점심식사를 마치고는 방콕의 명물, 삼륜차 뚝뚝을 타고 근처 선착장 (타 싸판풋, Memorial Bridge)까지 왔다. 걸을 수도 있는 거리지만, 덥기도 했고, 아이에게 뚝뚝을 한번쯤 태워주고 싶었다. 선착장에서는 다시 짜오프라야 익스프레스(수상버스)를 타고 카오산으로 돌아왔다. 육상교통 대신 수상버스를 탄 것도 아이에게 여러 가지 교통수단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고, 아이 역시 즐거워해서 기뻤다.
아이가 그림일기 쓰는 것을 도와주었다. 고속버스 타고 파타야 다녀온 것을 표현. 아래는 운전기사 아저씨이고 위에 여자아이와 수염난 아저씨가 우리이다. 태국 느낌의 번호판을 연출하기 위해 가이드북에 있던 '볶음밥'이라는 뜻의 태국어를 비슷하게 '그려' 넣었다. 아이가 두고두고 재미있어 했다, 자동차 번호판에 볶음밥이라고 썼다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