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도보여행 #2: 전망 좋은 언덕 위 왓 사켓(골든 마운트)까지
- 주요 경유지 : 카오산, 파수멘 요새, 민주기념탑, 골든 마운트(왓 사켓)
방콕 여행 중 2013년 1월 1일 새해가 되었다. 해외에서 새해를 맞게 된 것은 나도 처음이었다. 일곱 살에 여행을 떠난 아이가 여덟 살이 되었다. 왠지 더 의젓해 보이는 것은 기분 탓인가?
방콕을 떠나 국내선 항공편으로 치앙마이에 가는 날이었다. 저녁 비행기라 낮 시간에는 뭐할까 생각하다 기왕 시작한 거 도보여행을 한번 더 해보기로 했다. 목적지는 골든 마운트(왓 사켓), 대부분 평지로 이루어진 방콕 시내에서 흔치 않은 언덕이다. 높은 곳에서 전망 내려다보는 것을 즐기는 내 취향이 반영된 장소였지만, 아이도 흔쾌히 오케이 한다. 오전에는 아이 방학숙제도 하고 나도 여행일지도 쓰고 짐도 싸며 보낸 후 점심때가 다 되어 숙소 체크아웃과 동시에 출발했다.
1) 파수멘 요새
곧장 큰길 따라 골든 마운트로 갈 수도 있지만 일부러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바로 이 곳 파수멘 요새를 보기 위해서. 카오산에 머물 때는 늘 근처를 지나다니기만 했지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없어 찾아가 보았는데 웬걸, 입장 불가였다. 허무하지만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수밖에. 차오프라야 강변에 있어 바로 옆에 강을 가로지르는 라마 8세 다리도 보이고 전망이 좋았다. 잠시 강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했다.
2) 스웬센 (Swensen's)
점심때가 다 되어 걸으니 뙤약볕에 금방 지치게 된다. 카오산 거리의 스웬센 간판은 10년 전 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봤는데 아이가 더워해서 이번에 처음 들어가 봤다.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아이스크림도 멋지게 나오네. 아이도 좋아하고 나도 시원함을 잘 즐겼다.
3) 민주기념탑 앞 맥도날드
다시 조금 걷다 보니 아이가 땀을 줄줄 흘린다. 아무리 겨울(?)이어도 방콕의 한낮은 뜨겁다. 다른 계절보다 조금이나마 건조하다는 게 그나마 다행일 뿐. 이미 숙소 체크아웃을 마친지라 밤에 바로 치앙마이로 떠나기에 최대한 땀을 덜 흘리는 쪽으로 마음을 먹고 맥도날드에서 다시 휴식을 취했다. 시원해서 좋았다.
4) 골든 마운트/왓 사켓
오늘 도보여행의 목적지, 골든 마운트는 온통 평지만 보이는 방콕 중심가에서 보기 드문 언덕이다. 언덕 위에는 불교 사원인 왓 사켓이 자리 잡고 있다. 현지 사람들은 머리에 빨간색과 금색을 입힌 종이를 두르고 올라 가는데 의미는 모르겠다. 그리고 올라가는 길 곳곳에 종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역시 거기 담긴 종교적 의미는 잘 모르겠지만 아이는 좋다고 종을 쳐본다. 언덕 꼭대기에 올라가도 방콕 도심 쪽에 즐비한 고층빌딩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높이지만 이쪽 구시가에는 큰 건물이 없어 생각보다 멀리 내다보이긴 했다.
돌아올 때는 너무 더워서 뚝뚝을 타고 귀환했다. 단거리는 뚝뚝이 유용했다, 걸을 수도 있지만 걷기 귀찮은 거리, 딱 그 정도 까지만. 그보다 더 멀면 에어컨 나오고 미터로 가는 택시가 차라리 쾌적하고 저렴하다.
5) 한국으로 엽서 부치기
도보여행 중 발견한 랏차담넌 우체국 (Ratchadamnoen Post Office).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골든 마운트 언덕 꼭대기 왓사켓에서 기념 엽서를 세 장 구입했다. 두 장은 딸아이 유치원 절친 두 명에게 하나씩, 나머지 한장은 아이 엄마 앞으로 엽서를 써서 발송한 것이다. 우체국에 들고 가니 한 장에 15밧씩(약 500원)이면 한국까지 보낼 수 있었다. 아이에게도 친구에게도 좋은 추억이 될 거란 생각에 오히려 내가 더 신이 났던 것 같다.
이번 여행 컨셉은 '배낭여행'으로 잡고 실제로 트렁크 없이 배낭을 메고 다녔다. 아이도 하나 나도 하나. 아이 몸집에 비해 큰 배낭이 안쓰러워 아빠가 들어줄까 물어도 늘 자기가 가지고 다니겠다고 하는 씩씩한 배낭여행자였다. 고마워, 엄마 없이도 아빠와 씩씩하게 여행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