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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의 커피 Nov 16. 2019

아빠와 딸의 치앙마이 1: 님만해민에서 빈둥대기

이제 여덟 살이 된 딸과, 세 번째 도시 치앙마이에 도착해서

치앙마이 간단 일정

2013/1/1(화) 항공편으로 치앙마이 /숙소: 미소네 게스트하우스 (치앙마이)

1/2(수) 님만해민에서 빈둥빈둥 휴식 /숙소: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치앙마이)

1/3(목) 람빵 코끼리 보호센터 방문 /숙소: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치앙마이)

1/4(금) 도이수텝과 삥 강을 둘러보고, 치앙마이 역에서 침대 기차로 치앙마이- 방콕 간 이동


태국 북부의 중심도시 치앙마이

일곱 살에 한국을 떠나 여덟 살이 된 딸과 아빠의 태국 여행, 2012년 12월 26일에 시작하여 이곳 치앙마이에서 여행 시작 일주일을 넘기게 되었다. 개인적인 욕심에는 처음 와보는 태국 북부, 치앙마이의 여기저기 구석구석 돌아다녀보고 싶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아빠로서는 욕심을 버리고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치앙마이 오면 다들 한다는 산악 트레킹, 고산족 마을 방문, 다 포기했다. 아무리 잘 걷는 아이라고 하지만, 일박이일 혹은 이박삼일을 밖에서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아니다 싶었다.


태국 최고봉 도이 인타논, 백두산보다도 높다는 그 산에도 매우 관심이 갔지만 포기했다. 정상까지 실제 도보로 걷는 거리는 얼마 안 된다지만 치앙마이로부터 버스 타고 몇 시간 가야 하는데 아이가 멀미를 심하게 하는 편이라 깨끗이 포기했다. 


다만 아이와 상의해본 결과 코끼리 구경만은 좋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거라 판단, 사전에 인터넷에서 검색한 정보로 람빵의 코끼리 보호 센터를 다녀왔다. 정말 잘 한 선택인 것 같다.


치앙마이 내 이동도 최소화하고자 숙소를 번화가인 님만해민에 잡고 님만해민 위주로 움직였다. 첫 번째 치앙마이 이야기는 바로 이 님만해민 위주로 풀어볼까 한다.

님만해민 거리. 치앙마이의 홍대 앞?


치앙마이의 대중교통수단, '롯댕'

태국의 여러 도시를 다녀보니 도시마다 대중교통 체계가 다르다. 정식 미터 택시가 흔한 방콕과 달리 치앙마이의 택시는 공항 외에서는 보기 힘들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직접 치앙마이 공항에 내려보니 보기 힘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택시가 안보였다. 아마도 이곳도 겨울 성수기라 쏟아져 나오는 손님을 수용할 만큼의 택시가 없는 모양이었다. 이 글을 쓰는 2019년에는 어떨지 궁금하긴 하다. 당시에는 다소 당황스러운 마음을 진정하고 '롯댕'을 찾아 나섰는데, 다행히 2~3분 만에 주차장 한쪽 구석에서 롯댕을 타는 현지인을 발견하고 우리도 롯댕을 이용해서 숙소로 향할 수 있었다.


롯댕은 치앙마이 시내를 다니는 썽태우로서 썽태우에 빨간색 칠을 하여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썽태우에 대해서는 파타야 편에서 소개한 바 있다.) 현지 말로 빨갛다는 '롯'이란 말을 넣어 롯댕이라고 한단다. 파타야에 머물며 본 썽태우가 정해진 길을 다니는 노선버스였다면, 치앙마이의 롯댕은 무한 합승 가능한 택시라 이해하면 정확했다. 어떤 면에서는 택시처럼 내가 부르는 목적지로 가지만, 나만 태우는 게 아니라 지나가다가 대충 방향 맞는 승객이 보이면 자리가 남는 한 계속 합승을 하고, 따라서 그만큼 구불구불 돌아서 가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식의 합승을 전제로 하기에 택시나 뚝뚝에 비해 요금도 저렴하다(당시 통상적으로 20밧이 기본). 다만 거리가 멀거나 합승이 어려운 목적지를 제시하면 그만큼 값을 더 부르는 것 같았다.


한 번 그 시스템을 체험하여 알게 되니 이후 시내 여기저기를 다닐 때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롯댕, 빨간색 썽태우. 치앙마이 시민의 발.

님만해민에 자리 잡다

님만해민은 치앙마이 대학 근처의 거리 이름으로서, 거리를 따라 트렌디한 옷가게, 음식점들이 몰려 있는 동네이다. 서울로 치면 홍대 앞 정도... 물론 치앙마이 인구가 그리 많지 않아 규모는 소박하다.


원래 치앙마이는 조선시대 서울처럼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시였는데, 구불구불 산을 따라 역시 구불구불 성벽이 있는 서울과 달리 네모 반듯한 성벽 안쪽에 도시가 있었나 보다. 보통 그 성벽 안쪽에(서울로 치면 사대문 안쪽) 배낭여행자 숙소가 많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곳이 아닌 님만해민에 숙소를 잡았다. 님만해민 쪽에도 어느 정도 여행자 숙소들이 있었고, 또 왠지 아이와 함께 지내기에는 이쪽이 더 편리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는데, 결론적으로 치앙마이 머무는 기간 동안 깔끔한 음식점과 커피숍에서 아이와 빈둥대며 지내기 괜찮았다.


님만해민에서 묵은 숙소

1) 미소네 게스트하우스

밤에 치앙마이에 도착하여 하룻밤만 묵었다. 외국여행을 하며 한인 숙소에 묵어보기는 처음이었는데, 미리 계획하기로는 이때가 여행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나 여행 중반을 넘기는 시점이므로, 아이가 한국 음식, 혹은 한국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을까 해서 하룻밤 예약했다. 하지만 막상 아이는 한국 음식이라고는 전혀 찾지 않았고, 나 역시도 짧은 해외여행 기간만큼은 현지 음식 하나라도 더 먹어보자는 주의라서 결국 한식은 안 먹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와 어울릴만한 또래 한국 아이를 못 만나기도 했다. 그나마 한국말로 진행되는 투어라도 찾아볼까 했는데 위에 언급한 대로 아이가 힘들어할까 봐 트레킹이나 도이 인타논 등을 다 포기하는 통에, 의도와는 달리 '한인' 게스트하우스를 찾은 의미를 잘 살리지 못했다고 할까요. 


숙소는 무척 저렴하고, 방 상태도 2주간 묵은 숙소 중 가장 소박했다. 그냥 하룻밤 묵는 거라 그런지 아이도 별 불평 없이 넘어가 주었다.

미소네 게스트 하우스 조그마한 발코니에서 아침 독서 중인 딸
게스트하우스/식당 미소네 입구를 나오며 독서 중인 딸

2)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White Guesthouse

이후의 2박을 했던 곳.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고급형(?)이랄까. 방콕에서 묵은 게스트하우스와 비슷한 가격대인데 수영장이 없는 대신에 깔끔한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마음에 들었다. 화장실에 개미가 출몰하는 것 까지는 뭐 이해할 수 있었다. 치명적 단점은 바로 옆 식당에서 밤 열두 시까지 음악소리가 들린다는 것. 불행 중 다행은 매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아이는 음악소리는 아랑곳 않고 열 시경에는 곯아떨어졌다는 것. 나는 이틀간 열두 시 넘어서 잠에 들었다. 아주 불만족스러운 경험은 아니었지만, 만약 다시 님만해민에서 잔다면 좀 더 조용한 곳을 찾아보고 싶었다.


화이트 게스트하우스 외관


아침식사는 서양식으로 Smoothie Blues

숙소에서는 식사가 제공되지 않아 인근의 서양식 아침식사를 파는 식당을 이용했다. 님만해민 대로변 쏘이 6 입구인데 깔끔한 분위기와 식사에 가격도 그만하면 괜찮다 싶었다. 손님은 주로 서양인. 사실 나는 노점에서 태국 현지인들이 먹는 아침식사를 해보고 싶은데 딸아이가 별로 내키지 않아 해서, 럭셔리(?) 아침식사로 전환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아이가 편해야 저도 편한 법!

님만해민 거리 쪽으로 나 있는 스무디 블루스 간판
스무디 블루스에서의 서양식 아침식사
아침식사 중에도 책을 읽는 딸

아이가 한국에서 가져간 책을 여행 중 틈틈이 읽었고 사진에도 많이 남아있다. "43번지 유령 저택"이라는 동화책인데, 태국에 가져간 것은 시리즈 중 2편이었고, 이후 한국에서 후속편도 찾아서 끝까지 읽었다. 지금도 아이 방에 꽂힌 이 책을 보면 여행의 추억이 생각나곤 한다.



아이베리 iBerry

치앙마이 여행 준비하면서 살펴본, 먼저 다녀온 여행자들의 치앙마이 여행기를 많이 참고했는데, 그중 아이 데리고 치앙마이만 해도 여러 번 다닌 어느 블로거의 후기에서 인상적이었던 곳이 바로 이 곳 아이베리. 님만해민 쏘이 19, 이 지역에서 거의 변두리 끝쪽에 있는 곳인데.... 독특하고 신기한 장식품이 많은 커피숍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로 아래 사진에도 나오는 모자 쓴 얼굴. 사람이 직접 자기 얼굴을 넣을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때는 아이가 키가 작아 얼굴을 넣을 수 없었다.

모자 쓴 머리통을 보며 신기해하는 딸
머리통 속에 목을 들이민 아빠

그 외 건물 안과 밖 모두 이런저런 조형물이 있어 아이도 재미있어하고 나도 재미있었다. 단지 커피만(혹은 아이는 아이스크림만) 먹고 나오는 곳이 아니라, 소소한 그러나 충분히 재미있는 구경까지 한 느낌이었다.

"아빠, 컵을 모아 컵 모양을 만들었어요!"
남들도 다 머리통에 들어가 사진을 찍는다. 뒤편 거대한 강아지(?)도 인상적.


빨래하기

일주일 이상 장기간 여행을 하면 여행 중에 빨래를 해가면서 다닐 수밖에 없다. 방콕에 있을 때에는 게스트하우스에서도 빨래를 맡길 수 있어 좋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카오산 곳곳에 저렴하게 빨래 맡길 곳이 널려있던 반면, 님만해민에서는 유난히 찾기 힘들었다. 쏘이 13을 걷다가 어떤 빌딩 1층에 매점 겸 세탁소가 있는 것을 발견해 두 번이나 빨래를 맡겼다. 세탁소 아주머니가 아빠랑 단 둘이 다니는 어린 딸이 기특했는지 올 때마다 아주 예뻐해 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님만해민에서 빨래를 맡겼던 곳


슈퍼마켓 Tesco Lotus Express

가까이에 제일 유명한 빅씨는 없고 대신 테스코 로터스 익스프레스 슈퍼가 있길래 몇 번 이용해주다. 아이가 좋아하는 열대과일과 아빠가 좋아하는 맥주. 빅씨처럼 깎아서 포장된 과일을 팔면 편리하고 좋을 텐데, 여기는 규모가 작은 매장이라 그런지 그런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아예 과도를 사버렸다. 특히 왼쪽에 보이는 노란 수박, 아이가 좋아해서 한 통 사다가 실컷 먹었다.

저녁마다 즐겁게 과일 파티! (아빠는 맥주 파티!)


먹을 곳도 많아서 신났던 님만해민

치앙마이는 태국 북부의 중심지이며, 예전에는 남부와 다른 별도의 왕조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태국 북부에서만 먹는 음식도 있다는데 그중 카우쏘이를 먹어 봤다. 코코넛 밀크가 들어간 커리 국물에 국수를 말아서 주는 것. 나는 그전에도 코코넛 밀크 들어간 태국 커리(그린커리)를 즐기던 터라 맛있게 잘 먹었다. 커리 국물에 국수라니 좀 어색하긴 했지만, 아이도 제법 잘 먹었다.

카우쏘이, 태국 북부지방 대표 음식 중 하나.

예전에 아내와 방콕에서 갔던 망고탱고가 이곳에도 있길래 반가운 마음에 들어갔습니다. 아이는 화려하게 장식된 음료나 디저트류에는 하나도 관심 없고 의외로 그냥 생 망고를 주문했다. 녀석, 과일 먹을 줄 아는구나! 근데 다른 음료보다 생 망고가 제일 비쌌다. 헐! 사진에서 보듯 먹기 좋게 예쁘게 썰어준 비싼 망고는 죄다 아이에게 실컷 먹으라 하고, 나는 제일 저렴한 망고 주스 하나 시켜서 아껴 먹었다.

망고탱고 치앙마이점
예쁘게 썰어준 생망고

현지 음식 먹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태국 음식을 주로 먹었으나, 분위기 괜찮은 이탈리아 음식점이 보이길래 피자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제안했더니 좋아했다. 한국에 있는 아내에게 우리 배낭여행하기로 했지만 한번쯤 된장질(?) 한다고 카톡으로 통보하고 맛있게 먹었다. (뭐 그래도 한국에 있는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먹는 것보다는 훨씬 싸다.) 가볍게 던진 된장질 한다는 표현이 아이에게 재미있게 들렸나 보다. 우리 된장질 하는 거냐고 계속 물어보며 좋아하네. 나는 기분 좋게 맥주도 한잔 해주고, 아이도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여기저기 구경하며 식사를 즐겼다.

이탈리아 음식점 입구.
파스타, 피자 등 이탈리아 음식은 내가 아주 즐겨먹는 맥주 안주!

어느 국수 전문점에서는 한국어 메뉴가 있어 주문하기 편했다. 같은 음식이라도 그릇 크기에 따라 가격 차등이 있는 게 재미있고 또 유용했다. 아이는 S, 아빠인 나는 L 시켜서 먹으니 딱 맞았다. 음식이나 매장 분위기 등을 생각하면 가격이 약간 비싼 느낌이었지만 주문의 편리함을 생각하면 마음에 들었던 곳.

국수 전문점 내부

다음 편에는 님만해민 바깥으로 나간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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