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씨는 멍하니 있다가도 눈물이 흘렀어요. 지석씨는 핸드폰을 들 힘도 없이 늘어졌어요. 설거지는 쌓이고, 쓰레기는 넘쳤어요.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시간도 없었어요. 의사 선생님은 2주 안에는 꼭 결정을 하라고 했거든요.
“지혜씨, 우리 어떻게 해야 할까?”
“몰라…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아.”
“그렇지만, 내일은 병원에 가야 해.”
“… ….”
지혜씨는 대답이 없었어요.
“지석씨, 우리가 복덩이를 포기하면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겠어?”
“그럼 반대로 복덩이가 평생 힘들게 지내는 모습을 견딜 수 있겠어?”
지혜씨는 또 대답이 없었어요.
“그냥 우리만 힘든 거라면 차라리 낫겠어. 우리 행복만을 생각하면 오히려 낳는다고 결정할 수도 있겠어. 하지만 복덩이가 살아가야 할 삶은 어떻게 책임져야 해?!”
“그럼, 지석씨는 내 뱃속에 있는 우리 아기를 죽이겠다는 말이야?! 지금도 이렇게 내 안에서 꾸물거리는데. 이렇게 따뜻하게 살아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나도 힘들지만… 우리에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러고선 둘은 말이 없었어요. 서로를 행복이 엄마 아빠라 부르지도 않았어요. 복덩이가 더 이상은 복덩이로 느껴지지 않았거든요. 행운은 행운이 혼자 다 가진 것 같았고요.
지석씨와 지혜씨는 끌려가듯 병원으로 들어갔어요. 병원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어둡고, 무섭게 느껴졌어요. 의사 선생님은 두 사람을 불렀어요.
“아휴… 두 분 표정에 그간 고민과 괴로움이 보입니다. 어떤 결정을 내리시던 제 능력이 되는 한 끝까지 도와드리겠습니다.”
“선생님, 그전에 우리 아이들을 보고 싶어요.”
지혜씨는 마지막을 준비하듯 말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준비되어 있는 행운이를 먼저 보시지요.”
지석씨와 지혜씨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행운이를 봤어요. 손가락 발가락도 큼직큼직했어요. 이마부터 코, 입까지 정말 잘생겼어요. 아빠 엄마의 가장 좋은 점만 빼다 놓은 완벽한 우리의 아이예요.
“다음, 음… 그런데 꼭 보셔야 하겠습니까? 괜히….”
“아닙니다. 저희 확실히 하려면, 어떻게 결론을 내리든 만나봐야겠습니다.”
지석씨는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말했어요.
지석씨와 지혜씨는 복덩이의 곳곳을 봤어요. 행운이 보다는 좀 작아 보였지만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있었어요. 아빠와 엄마는 이렇게 복덩이가 크기까지의 시간이 떠올랐어요. 복덩이가 OO샌드위치만 먹겠다고 해서 아빠가 온 동네를 찾아 헤맨 일. 엄마는 잘 먹지도 못하고 화장실 가느라 고생했지만, 복덩이 발길질 한 번에 또 살아있음을 느낀 일.
그러나 머리에 남아있는 혹은 여전히 그대로였어요. 엄마와 아빠의 마음에도 뾰족하게 남아있죠. 그러나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어요.
“선생님, 저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