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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딱한 나선생 Oct 16. 2024

6. 아픈 내 뱃속(2)

행복이 아빠는 다음 날도 회사에 갔지만 일은 잡히지 않았어요. 자잘한 실수들이 생겼고, 부장님 잔소리도 들었어요.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저 다음 검사를 받기까지의 시간이 너무 길고 괴롭게 느껴졌어요. 행복이 엄마도 직장에 갔지만 일은 잡히지 않았죠. 민원인은 여전히 많았고, 처리할 문서도 쌓였어요. 그러나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어요. 그저 뱃속의 복덩이의 움직임만이 느껴졌어요.


드디어 병원 검진 날이 되었어요. 행복이 엄마 아빠는 숨죽여 화면만 바라보았어요.

“아… 혹이 줄어들지는 않았는데요. 음…”

“선생님, 그럼 저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아빠는 어두운 얼굴로 물었어요.

“그렇게 커진 것도 아니어서… 저도 뭐라 확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아기에게 문제가 생길 수는 있습니다.”

“어떡해… 어떡해…”

엄마는 눈물을 흘렸어요.

“저도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지금까지 어머님 아버님께 마음을 좋게 가지시라고 최대한 긍정적으로 전달드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객관적으로 알고 판단하시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현재 상태라면 뇌에 이상이 있는 장애아로 태어날 확률이 높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선언에 엄마와 아빠는 순간 얼어붙었어요.

“정말, 어머님 아버님 마음이 얼마나 아프실지 아는데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분이 상의하셔서 어떻게 하실지 결정을 하셔야 해요. 더 늦어지면 아이를 지우는 것도 어려워집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낙태죄는 없지만 아기가 너무 커버리면 살인죄가 될 수 있어요.”

“선생님! 어떻게 지우라는 말씀을 하세요?!”

엄마는 소리를 질렀어요.

“저도 정말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마음으로 아이를 낳았다가 평생 괴로워하고 저를 원망하는 부부도 많이 봤어요. 차라리 행운이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치료가 가능했을 텐데….”

의사 선생님은 소리를 줄이며 말했어요. 맞는 말이에요. 행운이는 최첨단 장비를 갖춘 곳에서 수술이 가능했으니까요. 또, 엄마 배 밖에 있으니까 산모가 위험할 일도 없었어요. 그렇지만 이 말은 하지 않는 게 나았던 것 같아요.

아빠는 행운이의 화면을 바라봤어요. 저기 멀리 어딘가에서 편하게 커가는 행운이가 왠지 얄미워 보였어요. 우리와 아무런 연결도 되지 않은 남처럼 느껴졌어요. 엄마도 행운이의 화면을 바라봤어요. 심장이 뛰고 손발을 꼼지락거리던 행운이가 전혀 예뻐 보이지 않았어요. 뱃속에 있는 복덩이만 더 아프게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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