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씨는 점점 적응이 되었어요. 식당에서 밥도 먹을 수 있었죠. 다만 배가 불러오는 걸 계속 숨길 수는 없었어요. 출산 휴가나, 휴직을 내려면 적당한 시점에 알려야 하기도 했고요.
“저, 사실 아기가 생겼어요.”
“어머~ 자기, 축하해! 언젠가 될 줄 알았어.”
주변 동료들은 진심으로 축하해 줬어요.
지석씨는 더 열심히 일했어요. 밥 먹는 시간에도 쉬지 않았어요. 맡은 일 외에도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서 했어요. 둘을 키우려면 회사에서 더 인정받고 오래오래 살아남아야 했거든요.
“지석씨,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실력 있는 거 알지만 쉬엄쉬엄 해~”
“저, 사실 아빠가 됩니다.”
주변 선후배들이 진심으로 축하해 줬어요.
지혜씨와 지석씨는 병원에 주기적으로 들렀어요. 의사 선생님은 두 아이를 모두 보여주었어요. 둘 다 건강히 잘 자라고 있대요. 1차 기형아 검사까지 하는 날이라 걱정했는데 다행이에요. 엄마 아빠의 눈에 두 아이 모두 똑같이 사랑스러웠어요. 시기도 비슷해서 진짜 쌍둥이 같이 느껴졌어요. 단지 하나는 밖에, 하나는 속에 있을 뿐이죠.
주말이 되면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가졌어요. 아이가 태어나면 정말 정신없다고 선배 부부들이 그랬거든요. 지석씨는 지혜씨가 먹고 싶다는 건 무엇이든 구해왔어요. 엄마가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뱃속의 아기가 먹고 싶은 거라고 들었거든요. 지혜씨도 지석씨가 쉴 때는 뭘 해도 잔소리하지 않았어요. 게임을 하는 것도, TV를 보는 것도 이제 아이가 태어나면 못한다는 걸 알았거든요.
“지석씨, 우리도 아기 이름을 지어야 하지 않을까?”
“벌써 짓는 건 너무 빠른 거 아니야?”
“아니, 뱃속에 있을 때 부르는 ‘태명’ 말이야. 아, 밖에도 있지만~”
지혜씨는 가볍게 웃었어요.
“아~ 그래그래. 혹시 생각해 둔 거라도 있어?”
“‘행복이’ 어떨 거 같아?”
“‘행복이’? 그럼 다른 하나는?”
“들어봐~ 의사 선생님이 소개해주신 건 정말 행운이었잖아. 그리고 우리에게 생긴 아기는 갑자기 들어온 복덩이 같았거든. 그러니까 둘이 합쳐서 행복이! 어때?”
“이야~ 벌써 다 생각을 해 놨었네. 너무 좋다. 우리 진짜로 행운이와 복덩이 덕분이 두 배로 행복해진 거 같으니까.”
“그럼, 우리 앞으로도 잘 살아봐요. 행복이 아빠~”
“아이고, 어려움이 있어도 함께 헤쳐 나가 봅시다. 행복이 엄마~”
행복이 엄마 아빠는 손을 맞잡았어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 여겼어요. 그 소식을 듣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