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상과 달리기 Day 396
2021년 5월 19일 수요일
새벽 명상, 달리기-산책, 긴 책읽기.
석가탄신일을 맞이해 조계사에 가보기로 한다. 아주 일찍 갈 수 있길 바라며 4시에 일어나 준비를 해보고자 했고 분명 그 시간에 일어났다고 생각했지만, 명상에 접어든다고 생각하며 다시 잠들고 말았다.
어쨌건 오전 6시 쯤이면 석가탄신일의 조계사도 그리 북적이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고, 그건 한낱 착각이었다. 사찰은 엄청나게 붐볐고, 주머니에는 1만원 짜리 지폐 한 장을 챙겨갔지만 절 입구에서는 각자의 사연을 팻말에 쓴 채 절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보시를 요청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폐를 단 한 장 가지고 있을 때, 절에 시주를 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암 말기에 있다는 사연을 쓴 팻말을 안고 절 출입구 앞에 앉은 사람에게 보시를 하는 게 맞을까. 보시를 요구하는 사람이 실제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이 그저 금전적 수익을 바라며 거짓을 행하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것 또한 그 사람의 업(業, karma)이 될 것이다.
이렇게 고민을 하면서 절 입구에 들어서는데, 이미 분주한 그곳에서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처님 오신 날 기념 장식 옷핀’을 나눠 준다. (재활용이 불가한 재질로 만들어진 이 장식 받기를, 나는 거부하고 만다.)
휴일에 걸맞는 여유를 부리며, 달리기를 가장한 긴 산책에 이어 잠시 잠까지 자고나서는 어제 읽기 시작한 [그리고 신은 얘기나 좀 하자고 했다]를 완독한다. 소설 속 신은 기독교의 산이지만, 불교의 신을 기리는 날 완독하기에 걸맞는 이야기인 듯 하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심리상담사인 소설 속 주인공을 일종의 평행 세계로 데려간 신이 던지는 한 마디는 픽션과 논픽션에 대한 유쾌한 논평인 것 같다.
“자네는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자네하고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을 좀 올리더라도 모욕감을 느낄 필요는 없어.”
“좋은 반박이다. 인정!”
* 오늘 명상과 달리기 일지 & 노트 쓰기에는 약 10분이 걸렸다.
* 매일 명상과 달리기를 한 지는 396일째. 달리기를 시작한 지는 1년 63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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