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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라키오사우르스 Feb 12. 2024

데이터 사업 유형의 진화

언제까지 데이터로 팔 것 인가

데이터사업을 하면서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담당자들은 전화가 많이 온다. 나도 실무를 할 때 완전히 현타가 온 적이 있다. 하루에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가 100개를 넘어선 날이 있었다. 마감이 다가오는 데, 중간상 역할을 해서 이렇게 됐는데, 전화를 다 받지도 못했지만 완전히 탈탈 털렸다. 휴대폰으로 전화만 오나? 이메일도 오고, 사무실 전화도 오고 , 카톡도 오고 문자도 오고...

내가 계획 하에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한 번씩 질서 없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이렇게 좋은 데이터를 가지고 이거밖에 못 벌어?”

“아직도 이렇게 통계데이터를 팔고 있어?”

누군가는 우리의 사업 수익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고(너는 벌었냐...), 누군가는 10년 전에 하던 걸 아직도 하고 있냐며 질책한다(너는 뭐 했냐...). 서비스 방식이  낡았다고 생각하는 경우다.


통계데이터는 팔기가 쉬운 줄 아나… 네가 팔아봐라…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 핸드폰을 들어 올릴 수 없을 때 멍하니 창밖을 보다 보면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다.

"맞는 말일지도 몰라, 진짜 사업 방식을 바꿀 수 없을까?"


궁극적으로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통계데이터를 팔아서 내가 원하는 만큼 벌 수 있다면 사실 지금 방식 그대로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통계데이터를 아직도 팔고 있냐고 말하는 이유는 이 방식이 사람의 손을 계속 타기 때문이고, 계약 금액은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럼 나는 어떤 방식으로 돈을 많이 벌고 싶은가?

사람 손을 덜 태우고, 사회에 기여한다는 인정도 받으면서, 고급스럽게 많이 벌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매년 연장되는 계약이 많았으면 좋겠고, 단건 기준으로 1억 이상의 큰 계약들이 많아졌으면 좋겠고, 다른 회사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우리만의 상품이 있어서 고객들이 먼저 찾아왔으면 좋겠다.


여기, 우리가 생각해 볼 수 있는 3가지 방향이 있다.


첫 번째는 데이터 판매 방식의 변화다. 데이터 계약이 아니라, 데이터 구독 서비스로의 전환이다.

예를 들면 고객이 필요로 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ID당 과금을 해서 돈을 버는 방법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풀 수 있는데 고객과 우리 회사가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전용선을 개발해서(양사가 개발이 필요하다), 이탈을 하려면 귀찮아지게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연간 분석 계약을 체결하고, 고객이 필요할 때마다 즉시적인 분석 지원을 하는 조건으로 연간 계약을 체결할 수도 있다. 우리 회사가 생산하는 콘텐츠를 연간 구독하는 조건으로 연회비같이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나는 2023년에 계약을 체결한 건들이, 다음 해에도 살아있길 기대하는 것이다. 고객들이 우리 서비스를 안정적이고 정기적으로 이용하길 바란다.

단기, 1회성 계약을 지양하고 장기, 구독형 계약의 비중이 늘어나길 바라는데 이렇게 하려면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어야 하고, 그 서비스를 만들려면 고객의 수요 파악이 필수다.  


두 번째는 사업 범위의 변화다. 우리가 가진 데이터만 다룰 것이냐, 다른 회사 데이터까지도 매장에 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데이터 공급사에서 데이터 중개 플랫폼으로의 진화다.


"총판"이라는 단어를 자주 쓴다. 총판이라는 건 '어떤 상품을 한데 합쳐서 도맡아 파는' 것을 말한다.

우리 상품을 모두 모아 공급하는 플랫폼에서, 다른 회사의 데이터까지 거래할 수 있는 데이터 중개 플랫폼으로의 진화를 검토해봄직 하다.


데이터가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들은 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언제든 데이터 사업을 검토하게 되어있다. 자체적으로 사업을 하기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개 사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규모의 경제같이 말이다.

데이터 관련한 상품과 서비스를 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고객을 만나면, 고객이 어떤 것을 필요로 하던지 간에 꺼내어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든 상품만 가지고 다녔을 때 힘에 부치던 일이 다른 회사의 상품을 같이 넣어가지고 다니면서 힘을 받을 수도 있다. 다른 것보다도 데이터에서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차별화 전략이다. 데이터 사업에서의 차별화 방향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AI'를 이야기하고 싶다. 데이터와 AI는 분리할 수 없는 파트너고, AI는 수많은 신기술 중에서 범용적으로 살아남은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 사업은 아직도 가내수공업 형태로 돌아가고 있다. 사람이 직접 작업해서 돌리는 데이터 공장 말이다.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가내수공업 형태로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어떻게 하면 자동화, 표준화할 수 있을까?


AI 힘을 받으면 데이터 당일 배송, 새벽 배송 같은 것이 가능해질까?

데이터는 정확도도 중요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 받아볼 수 있는 적시성도 중요하다. 여기에서 적시성이라는 건 대부분 빠를수록 좋다로 귀결되는데, 데이터 작업 자체보다도 계약서 검토, 품의, 비식별 검토, 데이터 반출 같은 행정적인 프로세스가 시간을 잡아먹는다,


예를 들어 이런 캐치프라이즈는 어떨까?

“다음날 보고서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오늘 신청하시면 당일 4시 전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요청하고 퇴근하세요,  다음날 출근하면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데이터 작업은 꼭 내부 직원들이 해야 할까? 데이터를 구매하는 기업들에는 대다수 데이터팀이 별도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전문가들이 직접 데이터 작업을 해서 가져가게 하면 어떨까?


보고서는 꼭 사람이 한 장 한 장 ppt로 작성을 해야 하나? 고정된 틀에서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사람이 하는 건 마지막 다듬는 일, 주관적인 인사이트를 박아 넣는 일 정도에서 마무리해야 한다.


우리가 일을 하면서 '보고서는 너무 공수가 많이 들어요, 하지 맙시다' 보다는 '보고서 자체를 효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면서 일을 하면 좋겠다.

'담당하고 있는 계약이 40개가 넘어요, 못하겠어요' 하기보다는 '전체 계약들 중에서 자동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약들을 늘리고 올해보다 내년에 더 전문적인 포지셔닝을 스스로 만들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이게 너무 꿈같은 이야기 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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